미야툰 27- 아이를 생활인으로 키우자!
내 아이 생활인으로 키우는 방법
어릴 때 엄마는 청소를 안 한다고 자주 혼을 냈다. 알아서 청소를 해 놓고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리기를 바랐다. 아빠는 엄마와 헤어지고 몇 년간 집안일을 챙기며 직장을 다니느라 몹시 힘들었다. 몇 번 우리를 앉혀놓고 집안일을 도와주기를 부탁하셨다. 그런데 두 분 다 어떻게 도우라고 역할을 정해주거나 집안일을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막연히 알아서 집안일을 거들기를 바랐다. 어릴 때 난 왜 철딱서니가 없었을까. 엄마, 아빠를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많았는데.
결혼을 하고 집중적으로 육아책, 심리책을 읽으면서 아이의 뇌는 어른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는 미성숙해'라는 말이 아직 뇌가 성숙하게 다 자라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소위 무법자 시기인 미운 다섯 살, 미친 일곱 살, 사춘기가 모두 뇌의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었다. 특히 사춘기는 부모가 배열한 세상을 부수고 검증하는 시기다. 우선 뒤집고 본인이 맞다고 생각한 것은 받아들이고 재배열해 정신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중요한 시기가 사춘기인 것이다. 아이의 미성숙한 뇌가 발달해 가는 과정을 이해하면 괴로운 육아가 조금은 할 만해진다. 사실 손가락만 한 태아가 자라고 자라서 나보다 키가 커지는 모습은 경이 그 자체가 아닌가.
응급상황 행동 매뉴얼을 보면 갑자기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신속히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주위에 보이는 사람 중 한 명을 지목해 '당신은 119에 전화를 걸어주고' 또 다른 사람을 지목해 '당신은 제세동기를 갖고 와달라'라고 요청을 하라고 한다. 다 보고 있으니 알아서 해주겠거니 하면 우왕좌왕하다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배웠다. 한마디로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양육도 마찬가지다. 양육의 목적은 곧 독립이다. 자식이 한 인간으로서 독립해서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게 부모다. 자식이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누구의 도움 없이 먹고 입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그 시작은 어릴 때부터 나이에 맞는 역할 훈련이 아닐까.
생활인이 되려면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정도는 누구 도움 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엄마고 주부지만 가장 화가 날 때는 남편과 아이들이 집안일을 내 일이라고 당연시할 때다. 집안일은 한 공간에 사는 모든 구성원이 함께 가꿔나가야 하는 일이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집안일부터 시작하자. 완벽함만 버리면 할 수 있다. 하다보니 조금씩 느는 모습이 보인다. 가족 구성원이 그 위치와 나이에 맞는 역할로 함께 할 때 가정이라는 톱니바퀴가 건강하고 힘차게 잘 굴러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얘들아, 너희가 신은 양말을 욕실 앞에 던져두면 누군가는(대체적으로 엄마가) 그 양말을 바로 펴서 빨래 바구니에 옮겨야 한다. 다른 가족(엄마)의 시간을 아껴주길 바란다. 모든 물건은 정거장에 두지 말고 종착역에 갖다 두도록!
25화: 남편의 고등어 추어탕 https://brunch.co.kr/@miyatoon/170
26화: 내 별명은 블랙홀! https://brunch.co.kr/@miyatoon/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