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툰-28
아빠에게 장기나 바둑을 배우거나 목공을 배운다. 수영이나 스케이트, 자전거를 배운다. 엄마에게 뜨개질을 배우거나 요리, 정리, 정돈 팁을 배운다. 그런 것이 자연스레 그 집안의 문화가 되는 건데 나는 부모로부터 배운 게 많이 없는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아쉬웠던 건 어릴 때 부모님은 형제간에 네 것, 내 것이라는 소유욕도 채워주지 않았고 내 공간도 없었고 가정이라는 집단이 잘 굴러가기 위한 역할도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니 성인이 되어 혼자 살려고 해도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중국이 산아제한 정책으로 1인 1 가구에 아이 하나만 낳아서 키우면서 자식이 커서 부모 꼭대기에서 황제 노릇을 한다고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귀하게 낳은 외동이라 해달라는 것을 다 해주고 물 한 방울 안 묻혀 고이 키웠는데 안타깝게도 독불장군을 길러낸 것이었다. 자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가족 내에서 아이의 위치와 역할을 잡아주지 못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몇 년 전 설날을 며칠 앞두고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서 아이들을 부르더니 세뱃돈이라며 오만 원을 척 주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좋다고 날름 받아 챙겼다. 나한테 상의도 없이 돈을 안겨주어서 기분이 상해 물었다.
"오빠, 세뱃돈인데 왜 설날도 되기 전에 돈을 주는 거야?"
"어차피 줄 거 먼저 주면 돼지."
"돈이 문제야? 어떤 의미로 주는가가 중요하지, 특히 세뱃돈인데"
나는 다음부턴 내게 달라고 했다. 봉투에 넣어서 설날 아침에 세배하면 덕담하면서 주자고 했다. 남편이 다음부터 그러겠다고 했다. 사실 남편은 어릴 때 부모에게 세뱃돈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었다. 부모로부터 받은 문화 유산이 별로 없기는 나나 남편이나 마찬가지였다. 부모와 여행 한 번 제대로 간 적이 없는데 뭐.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몇 게 있다. 한 달에 한 번 아빠 월급날 치킨을 주문해 줘서 아빠 월급날을 기다렸고 졸업식 때 아빠는 깔끔하게 양복을 입고 왔고 졸업식이 끝나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갔다. 몇 번 안 되지만 아빠는 회사 체육대회에 우리를 데리고 가서 놀려주었고 해수욕장에 몇 번 데려간 적도 있다. 생각하다 보니 드문드문 아빠와 좋았던 추억이 떠오른다.
새해맞이 해돋이를 보러 간다거나 한 해 마무리하며 가족회의를 한다거나 저녁에 온 가족이 함께 밥을 먹으면서 밥상머리 교육을 하는 등 집마다 그들만의 의식이나 문화가 있다. 어릴 적 내가 부모에게 받고 싶은 건 사랑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온기였다. 그 온기는 스킨쉽, 대화, 함께하는 시간 등으로 전해진다.
나는 아이들에게 작은 거라도 우리 집만의 문화를 전해주고 싶다. 아이들이 커서 우리 어릴 때 이런것도 했지. 그거 재밌었는데... 웃으며 추억하고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알밤토리네 일상툰을 그리게 된 것도 함께 한 푸른 순간을 오래 남겨두고 싶어서인 것을 아이들이 알까.
25화: 남편의 고등어 추어탕 https://brunch.co.kr/@miyatoon/170
26화: 내 별명은 블랙홀 https://brunch.co.kr/@miyatoon/169
27화: 고양이손 훈련기 1 https://brunch.co.kr/@miyatoon/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