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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Apr 13. 2023

왕년의 실력

미야툰-29




















알밤양, 밤톨군이 YMCA 아기스포츠단을 다닐 때 1년에 한 번 체육대회를 크게 했다. 아이들 마스 게임, 체조 등도 꽤 볼만했지만 마지막 교사 대 학부모 계주 달리기는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종목이었다. 왕년에 달리기로 한 가닥 했던 엄마, 아빠들이 주위 추천에 떠밀려 나오는데 나올 때는 마지못한 모습이지만 트랙 라인에 서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승부욕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면 관중석에서 쏟아지는 응원소리에 힙입어 엄마, 아빠들이 젖 먹던 힘까지 내어서 달린다. 엄마들에 이어 아빠들이 뛰기 시작하면 열기가 더욱 고조된다. 아무래도 스피드가 다르다. 발이 안 보이게 뛰는 모습, 남의 남편들인데도 달리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가 넘어진다. 안타까운 탄식이 여기저기 들린다.

"어떡해, 아프겠다."

"아픈 것보다 쪽팔리겠다."

발은 빨리 나가려고 하는데 몸이 못 따라가고 뒤쳐지다 무게 중심이 어긋나서 넘어진다. 운동을 하지 않은 몸이 갑자기 무리를 하면서 탈이 난 것이다. 본인 기억 속에는 분명  날렵하고 재빠른 모습일 텐데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많이 아쉽고 억울할 것 같다.

우리 몸은 간사해서 안 하면 금방 잊어먹고 배우는 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쪽팔린다고 다시는 안 뛰겠다 결심하지 말고 그다음 날부터 조금씩 꾸준히 뛰면 금방 왕년의 실력으로 돌아온다. 왜냐? 몸이 기억하니까. 예열하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수영을 배운 사람이 몇 년 쉬다 다시 배우면 몸이 다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 적응만 끝내면 자세가 잡히고 예전 실력이 나온다.

내가 왕년에는 말이야~하고 입맛만 쩝쩝거리며 아쉬워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떨까. 사실 이 말은 남편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다. 

그러니 남편님아, 왕년의 요리 실력을 유지하려면 가뭄에 콩 나듯 설치지 말고 자주 해주세요. 이왕이면 준비도 직접 해 주세요.





미야작가 / 연은미

만화가 &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을 그릴 때나 그리지 않을 때나 삶은 계속됩니다. 먹고 자고 싸고 청소하고 지지고 볶고 일하고 사랑하며 하루가 지나갑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지만 내 눈으로, 내 몸으로 보내는 날들입니다. 까먹기 대장이라 시작한 미야일상툰, 가볍게 즐겨주세요.


#인스타툰 #미야툰 #일상툰 #공감툰 #가족툰

https://www.instagram.com/_miyatoon_/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사춘기육아



<미야툰 그림일기>

14화: 미야 캐릭터 이야기 1 https://brunch.co.kr/@miyatoon/166

15화: 미야 캐릭터 이야기 2 https://brunch.co.kr/@miyatoon/167

16화: 일찍 데뷔해서 다행이야 https://brunch.co.kr/@miyatoon/162

17화: 웹툰을 정독하라! https://brunch.co.kr/@miyatoon/160/write

18화: 웹툰작가를 꿈꾸는 너에게 https://brunch.co.kr/@miyatoon/174

19화: 나를 러너라고 불러주세요 1 https://brunch.co.kr/@miyatoon/159/write

20화: 나를 러너라고 불러주세요 2 https://brunch.co.kr/@miyatoon/175

21화: 만화남매 & 현실남매  https://brunch.co.kr/@miyatoon/163

22화: 세대교체를 대하는 자세 https://brunch.co.kr/@miyatoon/164

23화: 사춘기의 특징 https://brunch.co.kr/@miyatoon/168

24화: 엄마, 그거 어딨어? https://brunch.co.kr/@miyatoon/165

25화: 남편의 고등어 추어탕 https://brunch.co.kr/@miyatoon/170

26화: 내 별명은 블랙홀 https://brunch.co.kr/@miyatoon/169

27화: 고양이손 훈련기 1 https://brunch.co.kr/@miyatoon/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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