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Jan 28. 2021

17개월 정산; 나쁜 습관 바로잡기

휴직 273일째, 민성이 D+522

'미끄럼틀 위 빗방울은 제 엉덩이로 닦으면 그만이에요!' / 2021.1.27. 집 앞 어린이 공원


그제(26일)를 기점으로 민성이는 생후 17개월을 끝내고 18개월 차에 돌입했다. 애 둘을 키우는 사촌 형수님이 그랬다. 아이가 자기 앞가림 좀 한다고 할 수 있는 개월 수가 18개월이라고. 그렇다. 이제 한 달 남았다.


민성이가 부지런히 17개월을 지나고 있을 때, 그의 한국 나이는 두 살에서 세 살이 되었고, 해도 바뀌었다. 내가 육아휴직을 시작한 2020년이 끝나고, 휴직 중후반기가 될 2021년이 찾아왔다.


새해는 출발이 좋았다. 무엇보다 민성이가 다시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다(다시 어린이집으로!). 어린이집은 여전히 긴급 보육 체제였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아내와 나는 민성이를 등원시키기로 결정했다.


17개월 민성이의 귀여움은 날로 커져만 갔다. '나 찾아봐라'며 소파 틈에 고개만 살포시 파묻고 있는가 하면(꿩민성), 옹알이도 부쩍 늘었다. 소리 내어 아빠를 찾는 일이 더 많아졌다(아빠 끼워팔기).


아이의 귀여움과는 별개로, 이번 달 우리 부부는 민성이의 나쁜 습관을 바로 잡아주려 노력했다. 대표적인 게 아이가 인형 귀를 만지작거릴 때마다 코로 킁킁거리는 소리를 내는 거였다(돼지는 꿀꿀, 민성이는 킁킁).


소아과 선생님은 특별히 걱정할만한 일은 아니라고 했지만(괜찮을 것 같아요), 이후로도 아이는 소리 내는 걸 멈추지 않았고 결국 아내는 그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큰 처방을 내렸다. 일종의 아이와 거리두기다.


민성이가 킁킁 소리를 낼 때마다 아내는 정색을 하며 아이를 타일렀다. 그리고 다른 방으로 들어가 잠시 아이 곁에서 떨어졌다. 민성이는 몇 번 눈물 콧물 범벅이 되더니, 며칠 만에 소리를 내지 않게 되었다. 


그동안 약간 허술하게 시켰던 양치질도 '3.3.3' 법칙을 지키려 노력했고(고통의 3분), 한쪽 다리만 밖으로 빼고 앉는 습관도 바로 잡아주려 애쓰는 중이다(합죽이 발).


민성이는 그렇게 아내와 내 손을 잡고 씩씩하고 착하게 잘 자라주고 있고(놀이터보다 커진 아이), 우리는 그런 아이를 열심히 귀찮게 하고 있다(아이에게 치근덕 대기). 18개월의 민성이는 어떨지, 늘 그랬듯 벌써 설렌다. ###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