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로운 중고 거래, 평화롭지 않은 감가상각

- 불과 2년만에 배운 소유의 대가 feat. 2020년 신형 노트북

by 스톤처럼

여러분은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PC 또는 노트북을 보유하고 계시나요? 요즘 핸드폰 하나로 많은 것을 대체할 수 있으니 의외로 PC 또는 노트북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2020년 상반기까지만 하여도 저 역시 그런 유형의 사람이었습니다. 집에 컴퓨터 또는 노트북이 없이 살았습니다. 컴퓨터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지하철 20분 거리 나름 직주근접으로 회사 일은 회사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고, 거의 항상 집은 휴식을 위한 공간이었기에 PC 또는 노트북을 두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21세기 연결된 사회에서 유일한 피난처가 저의 집이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그 피난처는 유지되지 못하였습니다. 재택근무에 돌아서며 생계를 위해 노트북을 구매하였습니다. 동네에서 가장 큰 백화점 2층에 위치한 전자매장에서 당시 신형 노트북을 구매하였습니다. 구매 목적이었던 업무용으로 아낌없이 사용하였고, 인생 2막 준비를 위한 도구로도 유용하게 활용하였습니다. 그리고 불과 2년이 되지 않아, 지금 하고 있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새로운 노트북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노트북을 사용하게 된 지 어느덧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020년 신형 노트북은 방구석에 깨끗하게 보관되었습니다. 메인 노트북이 바뀌니 굳이 예전 노트북을 사용하게 될 일이 없어졌고, 짧지 않은 기간의 고민의 끝에서 서브 노트북 (2020년 신형 노트북)을 정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노트북 중고거래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매도하는 입장이었고, 상대는 매수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중고거래 현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따라붙었습니다. '아니, 그래도 불과 2년 전만 해도 최신형 노트북이었는데 반값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흠집 하나 없이 사용했으니 그래도 괜찮은 가격에 거래할 수 있을지도 몰라'





상대는 자타공인 컴퓨터 전문가였습니다. 1시간 정도 걸렸을까요? 이리저리 노트북을 살피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가격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협상점을 찾는 줄다리기는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거래는 원만하게 성사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번 거래만 아니라, 다음 거래를 위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자기기 중고거래에 대한 궁금한 부분들도 아낌없이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헤어지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이번 거래를 복기하였습니다. 그리고 감가상각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거래를 마친 시점에서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중고거래로 벌어들인 수익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계좌이체로 처리된 중고거래 금액에서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소유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일단 그 노트북은 신형 모델의 구매가 대비 50% 미만 중고가로 거래되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벌써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반값 정도는 받지 않을까)은 깨졌습니다. 서로가 합의한 금액이기에 불만은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가상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심리적인 감가상각이라고 할까요? 아직도 충분히 사용할 가치가 있다고 여긴 노트북은 시장에서 중고거래 가격까지만 수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불과 2년도 되지 않은 사이에 현실적인 수요는 딱 거기까지만 존재했던 것입니다.





거기까지 복기하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중에서 2년 뒤에도 가치가 있을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과연 지금 내가 하는 소비가 영구적으로 그만한 가치를 할까?' 예전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실 구매까지 수차례 고민은 했겠지만, (구매 후에는) 실제로 사용하든 안 하든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언제까지든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새로운 것'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할 수 있는 것부터 실행하였습니다.







1. 책 수집병 치료



'이게 무슨 병이야?!' 묻고 싶으셨죠? 문자 그대로입니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조차 발견할 수 있는 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책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많은 것이 변했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두 번 다시 보지 않는 책들에 있었습니다. 고고학자의 수집품처럼 서재 선반에 상당한 책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구매할 때마다 '새 책'이 머무를 공간을 찾아야 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그 많은 책들을 정리하였습니다. 어떻게 하였을까요? 주제별 책들을 많이 읽으면 나름 저만의 기준이 생깁니다. 핵심이 되는 책이 보이고, 굳이 보지 않아도 되는 책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소장할 책의 기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 책만 제대로 이해하면 (동종 분야의) 다른 책을 보지 않아도 되는 책'들은 남겼습니다. 반면, 1년만 지나도 잊힐 가능성이 있는 책들은 과감히 중고도서로 내놓았습니다.



자, 가지고 있던 책들은 얼추 정리가 끝났습니다. 이제는 각종 대형서점 앱 장바구니에 담긴 책들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스스로 답을 찾고자 혼잣말로 질문했습니다. '과연 이 책은 어떤 목적에서 구매하는 것이며, 앞으로도 소장의 가치는 충분한 것인가?' '만약 이 책에서 가격 이상의 가치를 뽑을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책들이 충동적으로 '잠재 구매 대상'으로 둔갑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말의 아쉬움이 있어도 이런 책들은 과감히 삭제하였습니다.



그리고 차주 스케줄을 계획하면서, 다이어리 상단에 손글씨로 직접 적었습니다. '쓸데없는 책 구매는 하지 않는다' 지난 몇 주간 이 약속을 지켰고, 이번 주도 철저히 지키고자 합니다.







2.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물건 이별통보



책 수집병 치료에 이어 다른 물건들도 매의 눈으로 검토하였습니다. 감가상각은 책에만 해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을 용도별로 정리하였습니다. 그리고 1년 넘게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을 1차 분류하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의미 없는 물건들을 2차로 분류하였습니다.



가령, 살이 쪄서 못 입는 옷이거나, 이제는 만날 일이 없는 사람과의 추억이 묻은 물건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언젠가 호기심에 구매하고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지금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물건들이 많았습니다. 이 물건들의 소유주인 저조차도 이런데, 다른 사람의 눈에서는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요?



물론 구매했을 당시를 떠올리면 함부로 버리는 게 합리적으로 말이 되는 행동인가 싶습니다만, 내 인생에 더 좋은 것들을 초대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봅니다. '왜 저 물건들은 여기에 있지? 은근히 나를 괴롭히는군' 감정을 가장한 '인생' 소모를 만드는 물건은 이별하였습니다.







최근 어느 드라마에서 '운'에 대한 에피소드를 접하였습니다. 좋은 사고와 행동을 하면 '운'을 쌓을 수 있고, 나쁜 사고와 행동을 하면 '운'이 마일리지처럼 차감된다, 그 운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도박판에서 나의 운을 다 날려버릴 수 있고, 위기에 처한 순간에서 나의 운으로 구사일생할 수 있으며, 나의 업무적 일에 대한 성과로서 운을 사용할 수 있다. 한 노인이 에피소드 속 주인공에게 인생의 지혜를 전하였습니다.




드라마지만 현실에서 '운'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노트북 중고거래에 따른 감가상각 심리적 비용을 체감한 일화가 그렇습니다. 소유한 물건에 있어서 나의 일생의 운을 다 사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 찾아오지 않은 최고의 날을 위해서 (그동안 쌓아온) 운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과거에 발목이 잡히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도 차곡차곡 운을 쌓아서 인생의 피날레를 장식하고 싶습니다.




감가상각의 심리적 비용? 다시 회복하는 데 모든 운을 사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인생을 정리하였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어떠세요? 이미 지난 과거에 인생의 대운을 사용하고 싶으세요? 아니면 아직 나타나지 않은 최고의 날을 위해 대운을 사용하고 싶으세요? 인간의 가장 큰 힘, 선택의 힘은 언제나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이 또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가치 있는 순간을 위해서 사용되기를 응원하겠습니다.





(To be continued...)







◎ 카카오 브런치 매거진 < 퇴사 후 밥만 잘 먹더라 > 시리즈



신데렐라는 결혼 후에도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나는 나, 명사보다 동사가 좋더라



서른 살 넘어 알면서도 모르는 것들



퇴사 후 근황, 개인사업자 준비와 역행자 경험담



직장인 때 아주 작은 습관, 퇴사 후 억대 자산이 되다



'그' 이기는 스토리 선택, 평생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정가 30배 넘는 중고가 책 구매하다 ft. 인생 투자



직장인 1년차 불쏘시개 습관, 완벽주의에 작별을 고하다



50대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 임원에게 배운 3가지



대기업 퇴사, 두번 다시 시간을 뺏기지 않는 방법 공개



계약 0건 피아니스트, 뉴욕 카네기홀 전석 매진시키다



퇴사 후 첫 여행은 부산 유랑기 ft. 프리랜서의 하루













브런치 심리적 감가상각 중고거래.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