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lys Sep 12. 2018

민들레 읽기 모임 -"육아, 시장의 힘을 넘다"

시선 공유 2 / 달님 (솔이 엄마)

어머, 이거 내 이야기잖아.

  읽기 전 그래도 나는, 이러한 시장의 논리에 살짝 비껴간 사람이니까...라는 생각을 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헉! 웨딩촬영부터 시작되는 글은 벌써부터 나의 이야기이다. 결혼 준비, 출산 준비, 육아에서도 일단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주변에 정보를 얻고 결혼 준비 리스트, 출산 준비물 리스트, 육아 서적 리스트... 들을 만들고 그 계획을 충실하게 따랐다. 아마 그러면서 음! 이 정도면 됐어.라고 안심했겠지.

  그 당시엔 그래도 벗어나 보겠다고 나름 발버둥을 쳤던 것 같은데 돌아보니 남들과 다르지 않았구나 싶다. 결국 나 역시도 만들어진 길을 충실히 따라가는 사람이었다.



개인의 힘으로 거부하긴 힘든 현실

  사실,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늘 처음의 시작은 일반적인 시장의 논리에 비켜가는 선택을 하고 싶었다. 스몰 웨딩, 자연주의 출산, 지금 발 들여놓고 있는 공동 육아까지! 아주 소박해 보이고, 자연스러워 보이며, 공동체적인 이름들이 붙어 있는 것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것들을 시도해 보면 겉으론 그러한 것들이 시장의 힘을 벗어나고 더 본질적인 것들을 추구하는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결국 최종적으로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모습을 지니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것들을 하기 위해서 개인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임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돈이 없으면 시장의 힘을 거부하고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남들 다 하는 것 좀 하는데 어때?  

  이 책에서 김산의 이야기처럼 ‘상품이 시간과 노력을 줄여줌으로써 세밀화된 편리함’을 주는 것은 매우 유용한(27P) 점이다. 핵가족 사회에서 이러한 효율성이 없다면 가정 유지(특히, 엄마!)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시장은 개인이 합리적으로 소비하게 두지 않는다.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적은 비용으로 좋은 상품을 만들기에만 주력하면 좋겠지만 ‘불안과 공포심을 이용해 극단으로 몰아가서 이윤을 취하려’고 한다(27p). 그 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며, 그 상품을 사용하기 않기 때문에 위험에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 실제 그 상품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 밖의 일이다. 그리고 육아에서 이러한 불안은 부모에게 스트레스가 되어 아이의 자율성의 저해하고 통제하며 길들이게 된다.


  결국 시장의 힘을 이겨내고 나 스스로 육아하기 위해서는 이것(상품)이 정말 내 아이에게 필요한지 아닌지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며, 그것이 시장의 힘을 넘어 육아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공동체를 통해 시장의 힘을 넘어보자.

 시장의 힘을 넘어 육아를 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수다에 나오는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19P)는 ‘크렉’의 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조금 자극을 덜 받으면, 덜 배우면, 혹은 조금 느리면,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불안한 것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 정확히는 ‘엄마’이다. 이러한 불안한 마음의 밑바닥에는 결국 ‘비교’와 ‘경쟁’에 있지 않을까 한다.


  사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괜찮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조금 느려도, 사회성이 조금 덜해도, 예민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잘 자랄 것이며 각자의 색깔로 각자의 삶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괜찮아.라고 이야기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 줄 사람이 있다면 불안해하지 않고 아이와 부모의 색깔대로 양육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터전이 서로서로에게 ‘괜찮다’ 고 아이들이 가진 저마다의 색깔을 인정해 줄 수 있는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우린 괜찮은 엄마들이니까^^   


민들레 읽기 모임


민들레 읽기 모임에서 나온 말! 말! 말!


고래 : 저는 지금까지 보미에게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가져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늘 물어보지 않고 엄마가 미리 제공했던 것이지. 보미한테는 장난감이 아니라 정말 함께 노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물건에 맞추어 아이를 키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 보미가 잘 크고 있었는데도 나만 불안해했었던 것 같고, 자연스러운 육아로 흐름대로 가는 것도 좋겠구나 싶었고, 기다려줌을 머리 속으로 꾸준히 생각해야겠어요. 이제부터라도 보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자주 물어봐야겠어요.
엄지 : 저는 늦은 결혼과 육아로 민서를 거의 네이*가 키웠어요. '국민'자 들어가는 장난감은 다 사주었던 것 같아요. 책에 나온 것처럼 산후조리원에서 프뢰벨 전집을 접했는데 혹했죠. 근데 아라를 설득해 보려고 했는데 아라는 끝까지 허락 안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놀아주고 상호작용 해 주면 되는 거지 무슨 전집이냐며... 저는 제 주변에서 열심히 말려 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라는 저랑 안 맞아요 ㅎㅎ 그런데 아라의 말을 듣고는 민서랑 상호작용을 많이 하며 키웠어요. 근데 민서는 너무 행복하게 컸어요.
우주인 : 사회가 고요함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와 닿았어요. 그래서 사실 아인이를 키울 때 홀로 그 육아의 고요함을 견디는 일이 쉽지 않았고요. 그래서 육아의 공공성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육아의 공공성이 공동육아의 목표이자 이득이 아닐까 하고요. 함께 할 수 있는 타인을 찾을 수 있는 것. 아이를 키우면서 다 함께 즐겁고 의미 있기가 쉽지 않은데 공동 육아에서 그러한 것들을 해소할 수 있거든요.
 작년 뉴질랜드를 여행하다 느꼈던 부분이 있어요. 뉴질랜드가 관광 국가잖아요. 그런데 어딜 가도 사람이 없는 거예요. 딱 두 군데를 제외하고는요. 왜 그런가 생각해 봤더니 돈이 되는 곳이 아니면 여행사에서 소개를 덜하니 돈이 안 되는 곳들은 너무 한적한 거죠. 그렇다고 붐비는 곳이 좋으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았어요. 이렇게 이윤이 창출되는 것에만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 자본주의의 숙명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특히 사람들이 돈을 아끼지 않는 시장이 육아 시장과 고3 수험 시장이라고 해요. 그렇다 보니 육아용품과 육아서가 넘쳐나죠. 그 속에서 가치 있는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방울 : 무엇보다 엄마가 주관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면서 생각하는 게 그럼 나의 주관은 뭘까 고민하게 돼요. 저는 지금 시윤이가 내년에 학교에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막연하게 불안감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그런 불안함은 나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인 것 같아요. 아이가 없이 나를 분리해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원하고 같은.. 엄마도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아이를 낳고는 기준이 엄마가 돼요. 스스로 엄마가 이래도 될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가두기도 하는 부분이 많아요.
햇살 : 저는 놀이가 곧 삶이다 라는 부분을 보며, 어른도 놀이가 곧 삶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어른이어도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려면 놀아야 해요. 어른이어도 엄마여도 재밌게 놀아야죠. 그래야 나를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엄마가 되고 나면 놀기가 너무 힘들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은 중요해지지도 않고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싶어요.
뭉치 ; 책에서 엄마가 아이에게 관찰자여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그러기가 쉽지 않아요. 이든이와 분리해서 생각하기가 힘들고 그래서 우울증 비슷하게 왔던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사회가 엄마의 주관을 세우기 참 힘들게 만들어요. 저도 결핍 육아를 해 보고 싶은데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고, 엄마 입장에서는 기다려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황도 많잖아요. 엄마니까 훈육하고 강요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는데 치치는 왜 이든이가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하냐고 이야기해요. 하지만 아빠들은 아이들의 생활을 보지 못하잖아요. 저도 정말 관찰자가 되고 싶어요.
보리 : 글을 읽고 너무 마음이 불편했어요. 개인적 성격 자체가 돈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글처럼은 못 살 것 같아요. ㅎㅎ 근데 모순되게 소민이는 나처럼 안 살았으면 좋겠고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정말 아이와의 분리가 이제는 필요한데 저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아이를 내가 낳았으니까 내가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고 우리 소민이가 꽃길만 걸었으면 하는 것이 큰데 그러면 결국 아이는 내 인형이 되는 것은 아닐까 고민이 많아요. 정말 아이와의 분리가 필요해요.
지화자 :  자유학교에 원래 플라스틱 장난감을 금지하는데 대부분의 부모가 대체로 타협하죠. 그런데 레고를 정말 좋아하는데 거의 사주지 않는 집이 있어요. 정말 최소한으로 유지하죠. 그랬더니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레고 모형을 만들기 위해 주위 친구들과 교환을 하거나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노력해요. 이 아이는 정말 레고에 대해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만들 줄 알아요. 대부분의 집에서 레고 한 번 만들면 거의 전시하잖아요. 이 아이는 다르거든요. 여기서 저는 ‘결핍’이 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주변에 이렇게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있어서 반성하게 되고 이런 사람들이 존재해서 공동체가 소중하구나 느껴요. 남들이 다 안 하는데 나만 그러면 부끄럽잖아요. 유난스럽다고 생각하고. 그런 낯뜨거움을 견디는 힘이 필요할 것 같아요. 공동체가 있으면 그런 것이 좀 덜하죠. 그러니까 공동 육아를 통해 주인 되는 연습을 해요.  



 ::: 목차 :::


들어가는 글


시선 공유


터전 살이


아마 이야기


칠보산에 살어리랏다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의 터전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