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보산에 살어리랏다 1 / 엄지 (민서 엄마)
저는 다섯 살 예쁜 딸을 키우고 있는 워킹 맘이에요.
딸아이를 작년까지는 일반 가정어린이집에 보냈었고, 일반 가정어린이집은 네 살까지만 다닐 수 있어서 어린이집 졸업 후에는 보통의 평범한 엄마들처럼 일반 유치원에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금곡동, 호매실동 포함 여러 개의 유치원을 염두 해 두고 알아보고 있던 저에게 친 언니와 남편이 저희 딸은 너무 활동적이고 능동적인 아이라서 일반 유치원에 가면 힘들어 할 수 있다며, 맘껏 뛰어놀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곳에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저의 고민은 시작 됐어요.
워낙 말을 잘 하는 아이라서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른한테 말대꾸한다, 버릇없다 이렇게 오해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내심 유치원을 보낼 생각에 걱정이 많았었거든요. 그 때부터 같은 반 엄마들, 선배 맘들과 소통을 하며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라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같은 반 친구 엄마는 칠보산 어린이집(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안양에서 이사까지 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금곡동에 총 세 곳의 공동육아 형태 어린이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린이집 설명회에 남편, 아이와 함께 참석하며 공동육아라는 것에 대해,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라는 곳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지만, 저에게는 어렵고 낯설기만 하더라고요. 딸아이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어서(항상 유치원에 가고 싶다는 아이였거든요) “민서는 유치원에 갈래? 아니면 엄마 아빠와 함께 다녀온 어린이집에 갈래?” 하고 묻고는 대답을 기다리는데, 떨리더라고요. 은근히 유치원을 가겠다고 말하기를 바라면서요. 그런데 우리 딸 대답 “난 찬이랑 같이 칠보산 어린이집에 다니고 싶어!”였어요. 찬이는 위에 언급한 그 친구였죠.
주변 지인들에게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부모가 참여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 맞벌이 가정에서 보내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 심정을 전해들은 칠보산 선배 아마(부모)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서로 도우며 함께 아이를 키워내는 것이 공동육아라며 응원을 해 주었고, 그 말에 힘을 얻어 딸아이를 칠보산 어린이집에 보낸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네요.
아이가 잘 적응해 나갈 지 걱정도 참 많았는데, 걱정이 무색할 만큼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답니다. 초록색 반찬은 입에 대지도 않았던 아이가 형님, 동생, 친구들과 지내면서 시금치나물을 먹고, 손에 뭐라도 묻으면 치를 떨며 닦아달라던 아이가 치마입고 엉덩이로 흙 미끄럼틀을 타는 걸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보내길 잘했구나 싶었어요. 또 선생님들께서 내 아이가 하루 종일 어떤 놀이를 하며 어떻게 지냈는지를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이 자세히 날적이에 써주시는 덕에 날적이 쓰는 재미도 있었고요. 하원 하며 언제든 선생님들과 소통할 수 있어 안심이 되기도 했답니다.
터전 선생님들께서는 친구들과 마찰이 생겼을 때에도 우선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시고 한명 한명과 이야기를 나누며 잘 설명해 주십니다. 아이들의 불만을 최소화 시켜주셔서 그런지 아이가 짜증내는 일도 줄더라고요. 오전 오후 아이들 손잡고 칠보산으로, 무학사로, 놀이터로 나가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도움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시는 것 또한 부모로서 너무나 만족스럽고 감사하는 마음이듭니다. 하원 시키러 조금만 일찍 가면 왜 이렇게 일찍 왔냐며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아쉬워하는 우리 딸. 어린이집 가는 걸 좋아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칠보산 어린이집 보내길 정말 잘했다 싶어요.
저 또한 여러 아마들과 지내면서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당할 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고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마실 문화도 너무나 만족스러워요, 육아에 지치고 버거울 때 엄마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서로 아이를 초대해주시는 칠보산 엄마들이 있어 내 아이를 나 혼자 키운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 무게 또한 버겁지가 않은 것 같아요. 내년 새로 가족이 되실 분들에게 저도 그런 존재가 되어드리고 싶네요.
칠보산 어린이집 가족들!! 너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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