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 살이 2 / 지화자 (찬영 엄마)
찬영이는 형아 방학 동안 같이 방학을 합니다. 형아도 심심해하고, 저도 데려다 주기가 귀찮아서죠. 그러던 중 영양아마를 하기로 한 날이 되었습니다. 사실 찬우는 집에 두고 가도 되지만, 터전에 가고 싶어 하니 데려갑니다. 찬영이는 할 수 없이 따라나서고요. 아마 찬우는 동생들이 자기를 좋아해 주니, 터전 가는 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방학 숙제 안 하는 것도 큰 이유이고요.
그날은 특히 시윤, 성윤 형제가 찬우를 쫓아다니며 좋아해 줘서 찬우도 신이 났어요. 덕분에 찬영이는 삐진 채 혼자 거실에서 뒹굴뒹굴. 형아는 나랑만 안 놀아줘. 보통은 부모님이 아마 들어오면 하는 짓을 찬영이는 형아한테 하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영양 아마 가기 전날 미리 메뉴를 파악해서 그날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보곤 했어요. 요즘은 그날 아침에야 확인을 하네요. 하하. 아침 간식은 사과. 식사 메뉴는 수수밥, 어묵국, 메추리알 장조림, 오이무침. 선생님들께서 아마 주간이라 쉬운 메뉴들로 넣어 주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싫어하는 메뉴들로 짜인 날 영양아마를 하게 되면 걱정이 많이 된답니다.
일단 사과부터 깎아서 포크와 함께 냅니다. 손이 큰 저는 언제나 쌀은 여유 있게 씻어 놓고, 멸치, 다시마로 국물을 끓입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이 몸놀이를 마치고 나와 나들이를 나가지요. 조용한 이 시간이 참 좋아요. 저는 팟캐스트를 틀어놓고 조리를 합니다. 샘물은 라디오를 틀어놓으시지요. ㅎㅎ
집에서도 자주 해 먹는 반찬들이지만, 터전에서 할 때는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주재료는 비슷하지만, 아이들에 맞춰해야 하고, 구비된 양념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싱겁게 했었는데, 요즘은 집에서 하는 것 마냥 한답니다. 대부분은 대충 아이들 오는 시간에 맞춰 조리가 끝나는데, 이날은 좀 일찍 끝나서 누리집도 들어가 보고 여유를 누렸어요. 그래도 일단 아이들 오기 전에 상 두 개를 더 펴고, 그릇, 수저, 밥솥을 상 위에 올려놓습니다. 아이들 오면 반찬 두 가지에 김치까지 각각 사각 통에 집게와 함께 내어 놓고, 살짝 식힌 국을 대접에 담습니다.
'밥가'를 부르기 전 미리 "오늘은 샘물 대신 지화자가 해 주셨어."라고 해 주셔도 꼭 마지막에 '샘물! 잘 먹겠습니다!'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역시나 오이무침은 인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씩은 의무로 가져갑니다. 실수로 대접째 국을 엎는 아이들이 두 명이나 있네요. 이러니 삶아야 할 행주가 쌓입니다. 역시나 메추리알 장조림은 완판, 오이무침은 남았고요. 밥도 남았어요. 하지만 밥이 남으면 누룽지로 재탄생. 결국 완판입니다.
예전에 식기세척기 없을 땐 설거지가 참 힘들었는데, 요즘은 덕분에 빨리 끝나는 것 같습니다. 설거지가 마무리될 즈음 겨울이 부스스한 머리로 나오시며 "찬우가 제일 먼저 잠들었어요." 하시네요. ㅎㅎ 아이들도 서로 찬우 형아 옆에서 잔다고 했다고. 제가 돌봄 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늦게 나오신 반디는 날적이 쓰시느라 바쁘시고요.
잠깐씩 차담을 나눈 뒤 오후 간식인 떡볶이를 준비합니다. 아이들이 매우면 못 먹는다고도 하고, 생협 고추장이 비싼 관계로 고추장은 조금만. 대신 케첩을 넣고 만들었어요. 나름대로 안 맵게 한다고 했는데, 어린아이들은 연신 손부채를 부치면서 물을 들이켜네요. 덕분에 제가 많이 먹었는데, 맛이 독특하네요. 생협 케첩 맛 아시죠? ㅎㅎ
드디어 오늘 일과의 끝이 보입니다. 행주 삶으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옵니다. 손이 마르질 않죠. 그리고 서있는 일이 많다 보니, 허리나 무릎도.. 샘물!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요. 요즘 헬스 하시던데, 꾸준히 하셔야 해요!
하원 시간이 되어 "찬우야! 가자!" 하는데, 저보고 먼저 가랍니다. 더 놀다 가겠다고. 에효.. 선생님들이 설득해서 겨우 데리고 나왔습니다. 아참, 남은 오이무침은 제가 비닐봉지에 넣어 싸왔습니다. 처음 영양아마 할 때는 맛없다 소리 들으면 어쩔까 많이 걱정했었어요. 실제로 제가 한번 곤드레 비빔밥을 해서 정말 망친 적이 있었거든요. 아이들이 정말 힘들어했어요. 그런데 우리는 오후 간식이 든든한 게 나오니 크게 걱정 안 해도 되겠더라고요. 내가 해서 맛없어서 애들 굶으면 어쩌나 걱정하지 마시고, 아빠들도 영양아마 한번 도전해 보세요. 사실 돌봄 아마보다 훨씬 쉽답니다.
그럼, 이만 영양아마 후기 끄~읕!
칠보산 어린이집에서는 맛단지(조리사)가 연차를 낼 때에는 아마(부모)들이 영양아마로, 선생님들이 연차를 낼 때에는 아마들이 돌봄 아마로 투입이 됩니다. 모든 가구가 적어도 일 년에 두세 번씩은 영양아마이든 돌봄아마든,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일지는 지화자가 영양아마를 한 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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