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lys Sep 10. 2018

밤톨의 돌봄 아마일지

터전살이 2 / 밤톨 (보미 아빠)

어느 날 갑작스러운 고래의 전화

고래: 종일 아마 할 수 있어?
밤톨: 음. 할 수 있긴 하지.
고래: 알겠어. 그럼 한다고 한다.

뚝. 뚜뚜뚜

다시 걸려온 전화 한 통

고래: 7월 20일에 한다고 했어. 알고 있어!
밤톨: 나 혼자? 어떻게 하는 건데?
고래: 괜찮아! 오리랑 달님이랑 같이 하는 거야!
밤톨: 아. 알겠어.

뚝.  

  


 사실 아이들이 터전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었고 아마들뿐만 아니라 터전 친구들과도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종일 아마를 한 번쯤은 하고 싶었다. 그런데 회사일이 매일 늦게 끝나고 주말도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항상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무언가를 할 수밖에 없게 하는 고래의 무서운 추진력 덕분에 그렇게 기회는 왔다.


  일단 한다고 하긴 했는데 보미랑은 놀아 봤지만 여러 명의 아이들과 오랫동안 있어 본 적이 없어서 사실 걱정이 됐다. 하지만 선배 아마(오리, 달님)들과 같이 아이들을 돌보는 거라고 해서 조금은 안심.


  드디어 D-DAY! 일찍 등원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다른 아마 분들보다 터전에 일찍 와 아이들은 반겨주는 역할을 맡았다. 살짝 긴장했는데 아이들이 먼저 나를 반겨줘서 긴장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아침에 일찍 등원하여 집에서 밥을 못 먹은 아이들은 도시락을 싸와서 먹고 아침 먹고 등원한 친구들은 책도 읽어 주면서 같이 놀고 있는데. 든든한 지원군 달님께서 출동. 너무너무 반가웠지만 조금 서먹해서 인사만 하고 다시 아이들과 몸 놀이로 화제 전환. 곧이어 다음 지원군 오리도 출동~ 오리는 한 번이었지만 대청소 때 밥도 같이 먹고 가족끼리 꽃구경하러 나들이도 다녀와서인지 서먹하진 않은 사이였다. (혼자만의 생각인가?) 그래서 야호, 이제 비로소 안도.


  아빠들이 돌봄 아마를 한다고 배려해주셔서 등원한 친구들이 많지는 않았다. 모두 이렇게 감사할 수가! 나들이 가기 전에 터전에서 몸 놀이를 한다고 하는데 무슨 놀이인지 몰라서 그냥 달님이 리드하는 대로 따라만 했다. 아이들이 동그랗게 앉아서 노래를 부르면서 율동하는데 나는 무슨 노래인지 모름. 그런데 노래는 나만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니 7세 친구들 서연, 은재, 진우, 시윤의 지도하에 노래를 함께 불렀다. 이제야 아이들이 하는 몸 놀이가 무엇인지 그 정체를 알게 되었다.


  몸놀이가 끝나고 친구들에게 나들이 어디로 갈까? 하고 질문했는데 각자 의견이 달랐다. 그런데 달님의 협상력에 자연스럽게 운동기구 놀이터로 가기로 정하고 출발! 여기서 또 놀람. 길을 지나다가 보면 다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서로서로 끈을 잡고 가던지 항상 선생님들이 긴장하며 아이들과 함께 길을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었다. 하지만 여기는 완전 다름!! 완전 자유! 통제를 하지 않아도 친구들 스스로 질서를 지키고 위험한 곳에서는 스스로 절제하는 모습에 나는 대단히 놀랐다.


  그리고 나들이를 나오면 그냥 목적지만을 향해 길을 걷는 게 아니고 각자 호기심이 있는 것들. 예를 들면 곤충이나 나무, 공사를 한창하고 있는 포클레인 같은 것들을 구경하고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냥 어떤 틀에 갇혀 있는 다른 어린이집과 모습 자체가 다르다고 느꼈다. 공동육아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굿잡!!


  드디어 운동기구 놀이터 도착! 우리는 돌봄 아마이기에 그냥 풀어놓고 노는 수준?ㅎㅎ 각자 자유롭게 놀면서 가끔 위험한 행동도 하지만 스스로 감당이 안 되는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는 모습들이 보였다. 열심히 신나게 놀고 다시 터전으로 고고씽.


  터전에서 그날의 영양 아마(방울)께서 맛있게 요리해주신 점심을 먹으려고 준비를 하는데 친구들이 서로 도와주겠다면서 나서서 도왔다. 이런 작은 것에도 감동. 맛있게 점심을 다 먹고 체력을 보충하기 위한 낮잠을 자려고 나와 오리는 솔찬방, 누리찬방 친구들을 재우러 들어갔다. 달님은 나라찬방 친구들을 재우러 방을 들어갔는데 나와 오리는 아이들과 함께 스르륵 잠에 빠져버렸다.

  처음에는 걱정, 긴장, 서먹 이런 감정들이 많이 들었는데 하루를 지내다 보니까 내가 이런 생각들을 언제 했나 싶을 정도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 아이가 터전(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는데 오빠, 언니, 친구들과 너무 재미있게 지내고 있었다. 그저 자유롭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공동육아를 선택했는데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또다시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종일 아마를 하고 난 후 내 아이뿐만 아니라 터전 친구들과 조금은 더 친해진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하다. 조금 힘든 점은 친구들끼리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어떻게 중재를 해야 하는지 어려웠다. 그런 점 말고는 종일 아마, 너무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육아를 전담한 엄마만 육아를 하고 부모의 생각으로만 아이를 키우는 때는 지난 게 아닐까.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부부가 함께 대화하면서 공동체 안에서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위해 서로 도우며 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칠보산 어린이집 공동육아 파이팅!


칠보산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들이 연차를 낼 때에 아마들이 돌봄 아마로 투입이 됩니다. 모든 가구가 적어도 일 년에 두세 번씩은 영양아마이든 돌봄아마든,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일지는 밤톨이 돌봄아마를 한 후 쓴 후기입니다.





 ::: 목차 :::


들어가는 글


시선 공유


터전 살이


아마 이야기


칠보산에 살어리랏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