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야기 / 아침(서연, 서준 아빠)
아빠 어디가?
2년 전, 아빠들 몇 명이 모의해 캠핑을 가자고 했다. 공동육아의 취지를 살려 아이들과 아빠가 함께 참여했고 모 TV 프로그램의 이름을 본 따 ‘아빠 어디가’로 거창한 이름을 붙여 진행했다. 펜션이 딸린 인천의 한 캠핑장에서 고생과 추억이 담긴 1박 2일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엄마들은 잠시나마 자유를 가질 수 있었다. 지금도 가끔 회자되는 칠보산어린이집의 작은 역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아빠만 가자!
2년이 흐른 2018년 6월 어느 날, 캠핑하던 해님과 아침이 모의를 한다.
“오지 캠핑 한 번 갈까?”
“좋지”
(걱정 가득한 말투로) “근데 엄마들이 보내줄까?”
하지만 예상 외로 너무나도 쿨 한 엄마들의 허락!
아빠 둘은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연천이나 포천 쪽으로 생각을 하고.
“다른 아빠들에게도 얘기해 보자.”
“그런데. 오지캠핑 힘들고, 엄마들도 안 보내 줄 거야”
“그래, 몇 명 안 갈 거야. 톡방에 올려보자.”
드디어 아빠들 톡방에 공지! 누가 낚이게 될는지 모르지만 둘은 여전히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대부분의 아빠들이 “참석!” 에 투표. 예상을 한 참 벗어난 큰 행사가 될 상황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빠들끼리 그 간 못했던 이야기도 하고, 친목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기로 했다. ‘아빠만 가자!’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가지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아마들을 회유하고 압박하였다. 날짜는 7월 28~29일, 가까운 곳에서 1박 2일을 하기로 결정했고 사전모임을 통해 의지를 다졌다. 당일 행사에 참석한 아빠들은 곤지암의 한 야영장에서 모기와의 전쟁을 하며 1박 2일의 한바탕 멋진 캠핑 추억을 만들었다. 정말 많은 얘기들이 오갔고, 우리 칠보산어린이집에 대한 아빠들의 애정과 고민을 한껏 풀어냈다. 좋은 추억이다. 서로의 곁에 있는 ‘아빠’라는 이름을 가진 그대가 나는 좋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엄마들은 당연히 ‘아빠 어디가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아빠들에게 자유를 준 것이었다.
아빠 어디가 시즌2
‘아빠만 가자’의 시간이 무르익을 때, 아빠 어디가 시즌2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긴 한숨과 걱정이 오갔다. 우리가 여기 있는 것도 엄마들의 통 큰 결단이니 우리도 통 큰 결단을 보여야지 하며 ‘아빠 어디가’ 시즌2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날짜는 9월 8일~9일로 잡았다.
한 달 이상 남은 날짜의 여유로움에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이제는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아빠방이 활기를 띄었다. 장소 때문이었다. 여러 곳을 찾다가 기타가 추천한 경기도 이천의 농촌, 부래미 마을로 결정! 아이들까지 데리고 가야하는 큰 행사이다 보니 준비할 것이 많았다. 숙소 예약, 식사 메뉴, 프로그램 일정 등 한 번에 의견 일치는 어려웠지만 준비팀이 꾸려졌고, 서로 역할을 나누고 도우며 차근차근 준비가 시작됐다.
드디어 당일 정오. 9명의 아빠와 12명의 아이들이 터전 앞에 모여 출발! 모두들 밝은 표정이었지만, 여러 가지 일들로 함께하지 못한 아빠들에 대한 아쉬움과 우리가 잘 다녀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마음속에 있었다. 첫 일정은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이었다. 박물관에서 가까운 설렁탕집에서 점심을 먹고, 예약한 2시에 어린이박물관에 입장했다. 함께하기엔 어려워 2시간 동안 자유롭게 다니다가 4시에 입구 분수대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각자 1~3층에 있는 곳곳을 돌아다녔다. 아빠들은 만나면 수다 떨고 놀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아이들의 자석 같은 이끌림과 요구에 금방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그리움을 안고 다시 아이와의 즐거운 한 때를 위해 아빠들은 힘을 냈다.
4시가 다 되었다. 아이들이 그냥 나가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지라 아이스크림으로 유혹하여 모두가 모일 수 있었다. 분수대 앞에서 어슬렁거리다 언덕위에서 장난치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아이스크림 먹고, 사진 한 장 찰칵! 경기도어린이 박물관 안녕!
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걸려 오후 5시 30분쯤. 숙소인 부래미 마을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시골 풍경이 마음에 들었는지 뛰어다니며 마음껏 놀았다. 아빠들은 짐을 내리고 방 배정을 한 후, 각자 방에 짐을 옮겨 놓았다. 놀이 프로그램을 하기 에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아쉽지만 생략. 식사팀은 바로 식사준비를 들어갔다. 오늘의 저녁은 고기! 고기! 식사팀은 재빨리 압력솥에 밥을 맡겼다. 고기는 금방 구워지니 밥이 다되면 굽기로 하고, 다같이 토끼를 보러 갔다. 아이들은 시골의 풀내음에 코를 적시며 토끼에게 풀을 주었다. “토끼야, 먹어”, “토끼가 풀 먹었어.”, “나도 풀 뜯어줘.” 토끼를 곁에 두고 몇몇은 아이들과 몇몇은 서로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가 지면 배가 고파지는 법. 식당으로 와서 고기 굽는 아빠, 밥 먹이는 아빠, 다 먹은 아이 지켜주는 아빠로 자연스레 나누어 졌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아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멋진 칠보산 어린이집의 아빠 동지애를 느끼며 정말 맛있게 구워진 고기쌈을 먹었다. 웬 반찬들은 또 이리도 맛있는지. 대 만족! 밥을 먹은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랜턴을 들고 밤 마실 나들이를 갔다. 밤나들이를 끝내고 이어진 불꽃놀이는 아이와 어른이 서로 어울려 이제 그만하자는 말이 나올 때까지 많은 불꽃을 태웠다. 우리의 소망을 담아, 마음을 담아, 엄마를 그리워 하며.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영화보기가 남았다. 그 전에 졸음이 밀려오는 아이들도 있어 씻기고 보여주기로 했다. 한 방에서 아이들을 씻기고. 방 두 곳에서 영화를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이 방 저 방 옮겨 다니며 영화를 보았고 조금씩 지쳐가는 몇 몇의 아이들과 아빠들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렇게 늦게까지 아이들이 자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아빠들만의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안되겠다. 이제는 재워야겠다. 방으로 갔다. 하지만 나도 그만 잠들어 버렸다. 방 앞에 만들어진 소박한 듯 화려한 아빠들을 위한 테이블에서 남은 아빠들이 건설적인 대화를 했으리라.
다음 날 아침, 송곳표 미역국과 김치콩나물국으로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니 시간은 바야흐로 10시. 깡통열차 탈 시간! 아이들이 우르르 열차 앞으로 모였다. 5명씩 탈 수 있어서 나누어서 탔다. 중간에 무서웠던지 울음보 터진 찬영이, 처음부터 타기를 거부한 솔이와 서준이가 있었지만 서비스로 아빠 몇몇도 함께 탈 수 있었고 모두들 즐겁게 열차를 탔다. 시골 놀이기구 대박이어라.
이젠 치치가 밤새 준비한 필살기인 비행기를 만들어 날릴 차례. 잘 준비된 재료에 아이들은 그림도 그리고 색칠도 하여 완성해서 신나게 날렸다. 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음에 감사하며 비행기에 추억의 시간을 담아 날려 본다.
보물찾기가 남았네. 그런데 이젠 집에 가고 싶다. 보물찾기해야 하나? 아빠 몇몇이 수근 대는데. 아이들의 “보물찾기 언제 해?”라는 말에 바로 보물을 주섬주섬 숨기기 시작하는 아빠들. 아라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박스에 아이들을 태워 놀아 주는 동안 보물을 잘 보이게 숨겼다. 보물찾기 시작! 찾은 보물은 과자 교환권이 되었다.
드디어 일정의 끝. 단체사진을 찍고, 1박 2일 간의 길고도 짧은 아빠 어디가 시즌2를 마무리 했다. 힘들지만 힘들지 않았고, 아쉽지만 아쉽지 않았다. 바로 우리가 함께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오늘이, 우리 아빠들은 어떻게 기억될까. 아이들의 웃음이 그 답이다. 그리고 아빠들에게 오늘은 못다한 추억이다. 한 편의 시다.
너의 시간 속에서.
나의 공간 속에서.
우리의 만남 속에서.
어제의 추억이 싹튼다.
오늘의 사랑이 자란다.
내일의 행복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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