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lys Sep 12. 2018

겨울의 터전 이야기

터전 살이 1 / 겨울(나라찬방 교사)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곳곳에 즐거운, 행복한 일이 많이 생긴다. 예기치 못 한 곳에서 울고 웃는 그런 순간들. 엘지빌리지에 있는 우리 터전.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집이 터전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늘 일찍 가던 아이가 처음으로 늦게 가게 되었는데 자기보다 일찍 가는 선생님을 보고는 “어! 어디가?” 한다. “당연히 집에 가지~ 선생님들도 집에 갈 시간이야~” 하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니야! 선생님들 집은 여기잖아!” 한다. 등원 할 때도 늘 문 앞에 서있는, 하원 길에도 항상 배웅해주는 선생님들의 집은 어느새 터전이 되어 있었다. 


  며칠 전 시윤이가 나들이 길에 “아~ 집에 가고 싶다.” 하고 이야기를 한다. “왜? 터전에 오면 나들이도 가고, 맛있는 샘물 밥도 먹고, 시윤이가 좋아하는 친구들도 많잖아!” 하고 대답하니 “아니~ 터전 말이야. 터전도 내 집이잖아!” 하는 시윤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터전이 많이 소중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 한 집에서 함께 살고 있구나’


  

내 별칭은 겨울이다. 계절에 있는 겨울이니만큼 나름의 에피소드가 많은데 날이 더워지면 우리 아이들의 아재개그도 점점 강해진다! 은재와 서연이의 대화. “아~ 은재야, 너무 덥지 않아?”, “맞아! 여름 너무 더워~”,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면 시원하겠지?”, “아니~ 겨울은 추운 거고!” 옆에서 그 대화를 듣던 찬영이와 상준이가 나를 가리키며 “겨울~ 여기 겨울 있잖아! 그런데 왜 안 춥지?” 하니 솔이와 소민이가 깔깔깔 웃으며 “겨울 잡아라! 추운 겨울 잡아라!” 하며 갑작스러운 술래잡기가 시작된다. 더운 여름에도 우리 아이들은 늘 즐겁지, 늘 신나지!


  나들이 길을 걷고 있는데 민서가 나의 손을 잡고는 “겨울, 우리 엄마는 민서가 엄마 딸이라 행복하대!” 하며 대화가 시작되었다. “맞아~ 겨울이 엄지어도 민서가 딸이면 너무너무 행복할 거 같아!” “진짜? 나도 엄마 딸이라 너무 행복해!” “겨울도 민서가 웃으니까 너무 행복하다!” “나도~ 나도 겨울이 있어서 행복해!” 라며 이야기를 마쳤다. 행복하게 웃으며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주는 민서. ‘그래, 우리 아이들 덕에 내가 행복하지’


  요즘 우리 아이들은 종이접기에 푹 빠져있다. 아인이가 종이접기 책을 보다가 “겨울~ 나 무당이 만들어줘. 꽃게이는 있는데 무당이는 없어!” 한다. 무당이는 무당벌레, 꽃게이는 게. 이야기를 듣는데 한 번씩 나를 ‘겨울이~’라고 부르는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겨울은 ‘겨울이~’가 아니라 ‘겨울!’하고 불러줘.


  나는 꽤 오랜 시간 보육교사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학교 면접에서 “왜 교사가 되고 싶으세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으세요?” 하는 질문에 “저는 아이들이 좋아요. 교사가 되고 싶은 이유는 그것 뿐 이에요!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교사가 되고 싶어요.” 라고 대답했던 열아홉의 내가 떠오른다.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면만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었기에 처음엔 새로운 교사를 향한 큰형님들의 텃세에 주춤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칠보산 공동육아에 와서, 우리 아이들을 만나서. 열아홉 살 때 품었던 나의 마음이 지속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이들과 자연에서 함께 친구처럼 어우러져 뛰어 노는 순간순간은 늘 감동이다.




 ::: 목차 :::


들어가는 글


시선 공유


터전 살이


아마 이야기


칠보산에 살어리랏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화자의 영양 아마 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