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교수의 대학생활은?
취업과 대학원 진학에 대한 글을 쓰던 중, 대학에 처음 들어온 학생들 또는 대학생활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최근 교회에서 만난 새내기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래, 원래 처음 시작이 가장 어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라는 나의 옛 기억이 떠올랐다.
대학생활을 이렇게 하는 것이 정답이다라고 어느 누구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1% 부족한 꿀팁을 통해서 독자분들이 경험해야만 하는 시행착오를 줄이기만 하여도 나에게는 큰 기쁨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대학생활 편 작성에 앞서, 내 대학생활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독자분들이 작가의 역량이 대학생활에 대하여 말할 깜냥이 되는지 평가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나는 전라남도 순천의 비평준화 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그리고 그 당시 정말 흔하지 않던 수시모집 1학기 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하였다. 지금은 보기 힘든 수시모집 1학기 전형이란, 고등학교 내신점수로 서류 심사를 진행하고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논술과 구술시험을 보아 대학에 입학하는 전형으로, 수능 점수가 최소 기준으로 포함되는 수시모집 2학기 전형과 다르게 수능점수가 필요 없이 대학 입학이 결정된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한데 수능 D-72일에 대학 입학이 결정이 났다. 그렇게 합격한 대학은 흔히 말하는 명문대 중 하나인 K대 기계공학과였다. 그 당시는 지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할 때였다. 그래서 수시 원서를 쓸 때, 내가 관심 있던 기계과는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았고, 나름 논술과 구술 준비를 열심히 준비하여 합격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내 수능점수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다. 지방대 약대보다 좀 높았나...)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들어온 성적순으로 이공계 장학금이라는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이공계 장학금은 3.5점(4.5점 만점) 이상 학점을 맞을 시 전액 장학금을 받는 장학금이었다. 집안 형편이 여유롭지 않던 나는 어떻게 해서든 학점을 잘 받아야만 할 필요가 있었다. 정말 1학년 때는 악착같이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중 몇 가지 기억나는 것을 이야기하면, 나는 고등학교 때 수학 공포증이 있었다. 5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25문제의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무척이나 큰 압박감이 들었다. 다른 과목과는 전혀 다르게 수학은 수능 모의고사 점수도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교에서의 수학은 고등학교와 전혀 달랐다. 1시간 30분 동안 7문제를 푸는 방식은 나에게 있어 정말 새롭고 수학도 한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1학년 초기에는 물리, 화학, 수학(미적분학) 등 고등학교 때 배웠던 내용이 영향을 주었다. 나는 정말 열심히 하는데, 술 먹고 미팅하고 수업시간에 자거나 안 들어오는 동기들이 시험만 들어와 보는데 성적이 잘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내 한계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내가 정말 이것밖에 안되나?', '역시 명문대 학생들은 공부를 정말 잘하는구나...' 하지만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필사적인 상황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1학기를 마쳤다. 1학기 때 성적장학금을 받게 되자 동기들도 조금 나를 다르게 보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자발적 아싸였다.)
1학년 2학기가 되자 서서히 대학에서만 배우는 내용이 많아지고 수업을 충실히 듣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나눠지게 되었다. 그리고 1학년이 끝나는 무렵, 원하던 성적을 받지 못한 많은 남자 동기들이 입대를 하게 된다.
2학년 때는 그래도 동기들이 조금 남아있기에 전혀 새로 배우는 전공과목이라도 열심히 하면 할만하다 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남은 동기들마저 2학년을 마치고 군 입대를 하게 되자 아는 사람 거의 없이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공대의 가장 힘든 3학년이 시작되었다.
3학년은 정말 정말 쉽지 않았다. 기계공학과 학생들은 공대 중에서도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4대 역학(열역학, 유체역학, 동역학, 고체역학(재료역학))을 다루는 유일한 학과라는 것이다. 역학 과목은 그 난이도와 깊이가 상당하며, 한마디로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어야 했다. 거기다가, 군에서 복학한 선배들과 함께 수업을 듣다 보면, 복학생 선배들의 넘치는 체력과 열정을 따라가기가 무척이나 버거웠다. 3학년 때를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고3 보다 더 힘들게 공부를 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그렇게 저렇게 3학년을 넘기고 나니, 졸업 학점이 많이 남지 않았다. 나는 전공과목을 공부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절대 재수강은 없다! 이렇게 힘든 과목을 한번 더 듣는 것은 미친 짓이다! 한 번에 무조건 끝낸다!' 정말로 만만한 전공과목 하나가 없었고, 재미와 관심이 있었어도 재수강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4학년이 되자 막상 들을 과목도 적고 1학기 조기졸업을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4학년의 시간이 아깝기도 해서 최소 12학점을 교양체육과목 등을 섞어 1,2학기 듣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졸업을 할 때 나의 학점은 4점대 초반 점수였다. 전체 A+를 맞을 정도로 내가 모든 과목에 뛰어나지 않은 것은 나 스스로도 알고 있던 부분이다. 물론 기계과에서 4점을 넘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임은 분명했다. 그런데 졸업을 하는 중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다음 편에 더 이야기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