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수집잡화점에서!
굉장히 폭력적으로 덥던 이번 여름방학때, 뭔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부담은 있지만 계획은 없는 상태로 늘어져있다가 우연히 '경험수집잡화점'을 알게 되었다.
(http://peterkim15m.creatorlink.net/index/view/672479)
peterkim님이 운영하시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야 할까, 여러 활동들이 있고 그 활동을 각자 오픈채팅방에서 공유하면서 달성하는 형식이다. 일상사진찍기, 책읽기, 물 마시기,글쓰기 등등 다양하고 재밌는 활동들이 있었다!
그 중 나는 글쓰기를 신청했다.(사실 지금은 일상사진찍기도 관심있다. 다시 신청해볼까?)
30일 매일 글쓰기와 50일 일주일에 한편씩 글쓰기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50일 글쓰기가 이미 기수가 운영중이어서 30일 글쓰기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30일 글쓰기도 사람이 많았는지 들어갈 수 없었고.. 그렇게 학기가 다가오고...다행히 50일 글쓰기 4기가 오픈되어서 학기 중에 매일 글 쓰는 것 보다 덜 부담인 일주일에 한번씩 글쓰기 모임에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건, 딱 작년 1학기 시작할때니까... 3월인가? 한 20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특히 학기 중이 되면 그냥 힘들어하느라 글을 잘 안 쓰는 경우가 많았고. 원래는 그림을 위주로 시작한 브런치였기에 글은 정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는 한 미룬다면 한참을 미루었다.
그런 내가 학기 중에 1주일에 한번씩 글을 쓸 수 있을까.... 다들 엄청난 필력을 갖고 계신데....나따위가 뭐가 잘났다고 글 읽어달라고 링크를 올린단 말인가....그러다가 그만 고장이 나버려서 '내가 제일 잘 나가' 같은 마음으로 눈을 꽉 감고 링크를 올렸다.
좋았던 것은 많지만 간단히 순서대로 적어보겠다.
각자의 글에 댓글로 반응을 해 주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나도 최대한 올라온 글을 보면 잊어버리기 전에 읽고 댓글을 달곤 하였다. 당연히 다른 분들도 댓글을 달아주셨다. 지금까지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댓글도 달아주시고 라이킷도 해 주셨지만, 이렇게 각자가 올린 글을 읽고 각자 반응을 하는 시스템은 왠지 좋은 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 같아서 즐거웠다. 그리고 다양한 생각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내 글은 거의 다 '힘들어 잉잉'거리는 내용뿐이라서 모자란 나에게 위로를 해 주시고 조언을 해 주시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ㅎㅎ 민망하군요.
나는 평소에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는다. 브런치 앱에서도 마찬가지. 내 글만 보고 내 글만 쓰고 내 그림만 그린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내 세상에 갇힌 꼴이었다. 하지만, 브런치 뿐 아니라 티스토리, 블로그 등에 다양한 생각, 다양한 주제, 활등 등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다른 분들을 글을 매개로 마주할 수 있었다. 세상이 조금 더 넓어졌다. 그리고 나도 활력을 받고 있다. 항상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3.내가 이렇게 글을 자주, 빠르게 쓰다니?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처음에 브런치는 가볍게 내 일상만화나 그릴려고 시작했다. 그러나 힘든 일상들을 보내면서 무겁거나 우울한 주제들로 가득 차고 말았다. 그리고 글을 써 본 적이 없던 나는, 글에 대한 부담이 컸다. 그래서 한번 글을 올릴때면 엄청 길고, 정리는 안 되었고, 수정도 엄청 많이 하고 긴장을 했다.
그러나 이 모임을 하면서 내가 그림을 빠르게 그리는 것 처럼 글도 빠르게, 자주, 즐겁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부담도 많이 줄었다. 생각보다 별 게 아니더라. 그냥 휘적였는데 괜찮은 글도 나오더라. 세상만사 아무것도 아닙니다요. 즐겁게 살아갑시다.
나는 게으르다. 유노윤호가 되고자 하는 열정도 없다. 이런 게으름으로 학기 중 성적도 좋지 않은데, 학기중에 글을 쓴다? 공부도 제대로 못 하는데? 그런데 신기하게 하고 있더라. 공부를 좀 뒤로 미룬 감이 있긴 하지만(실제로 이 후기도 할 거 미루고 쓰고있다), 공부도 글도 그림도 일상으로 받아들였다.
의욕이 없는 편이긴 한데, 적어도 글과 그림을 쓰고 그릴때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글과 그림에 부담을 느끼고 도망만 갔던 것이 엊그제인데, 어느새 나는 공부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을때는 펜과 종이,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도망쳐서 마구 그리고 마구 썼다. 휴식조차 긴장하던 나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이 생겼다는 것은 큰 변화이다. 기쁘다.
나처럼 자신감도 없고 자존감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성취감'이 제일 중요하다. 이렇게 단언하듯이 말하니까 좀 겁이 난다. 난 쫄보니까 '중요한 것 같다'로 수정하겠다. 많이 노력했던 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무너지거나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무언가를 한다,마무리한다는 것에 지레 겁을 먹곤 했다. 그럴수록 작은 것이라도 일단 해내고 거기서 성취감을 느껴야 하는데 나는 욕심은 많아서 실패하면 할수록 더 큰 일을 벌리고 그것을 성공시켜서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잘난 척 하고 싶었다. 당연히 계속 실패하고 절망했다.
일단 자랑 좀 하자면, 나는 달성했다. 그것도 100%넘게! 실제로 인증하지 않은 글과 그림들도 있으니까, 그 %는 좀 더 올라갈 것이다. 절대 쉽지 않은 것을 성공했다! 꽤 기분이 좋다. 내가 이걸 해냈다고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우는 이 시대의 지성인이므로 하지 않겠다. 대신 혼자 히죽거릴려고요.
끝으로.
일단, 이런 활동을 기획해주신 peterkim님에게 감사를 전해야겠다. 무기력에 빠져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그만두고 쉴 용기도 나지 않아서 항상 긴장만 하고 아무것도 못 했던 내가, 적어도 이 활동만은 열심히 했다. 활력이란 단어를 떠올린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좋은 글들을 공유해주신 4기수 분들에게도 감사를! 간접경험도 했고, 위로도 받았고, 새로운 분야에 눈뜨기도 했다. 허접한 내 글에 댓글도 달아주시고! 반응이 있어서인지 더 즐겁게 글 쓸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활동들도 해 봐야겠다!
감사합니다! 즐거웠어용!
+내가 인증한 글들
https://brunch.co.kr/@ruddb115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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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ruddb1155/132
다 모아보니 인간관계에 대한 글이 많네... 요즘 친구들이랑 싱숭맹숭해서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