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지용 Dec 31. 2018

2019년의 우리들

2018년을 보내며

브로콜리너마저의 <2009년의 우리들>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연재를 시작했다. 낭만의 역사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다. 왜 물류를 공부했고, 왜 기자가 됐는가. 사실 거창한 이야기는 없다. 쿨함이 미덕이 되는 요즘 세상에 좀처럼 보기 힘든 끈적이는 개인사일 뿐이다. 낭만의 역사 #1 왜 물류를 시작했나


연재의 끝엔 퇴사가 있었다. 오랫동안 일해왔던 회사를 나왔다. 두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설렘이 있었다. 나의 가치를 시장에 던져서 냉정하게 평가 받고 싶다는 의지. 그리고 새로운 배움에 대한 갈망. 기자일을 그만둘 절호의 찬스이기도 했지만, 그러진 않았다. 하고 싶었던 것을 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낭만의 역사 #4 아름다운 것


하고 싶었던 것은 물류 콘텐츠로 아름답게 돈 벌기다. 방점은 '아름답게'에 찍혀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스스로 떳떳하게 돈을 벌어야 한다. 동시에 정보 공급자와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바이라인네트워크에 왔다. 이직했습니다


언젠가 저널리즘에 미쳐있던 시절이 있었다. 기자는 정의로워야 된다고 스스로 믿었다. 몇 년 일하고 얻은 결론은 저널리즘이 밥먹여 주지는 않는다는 현실이다. 돈이 나오는 구멍은 대개 다른 곳에 있다. 그게 기업의 광고가 됐든, 특정독자의 후원이 됐든, 누군가의 투자가 됐든. 눈치 봐야하는 누군가가 생긴다. 언론의 가치가, 언론의 본질이 콘텐츠라면. 그 본질이 눈치 때문에 흔들린다.  전문기자의 생존 방식


콘텐츠가 아름답게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콘텐츠로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 돈을 벌어야 한다. 가능하면? 기업 마케터와 붙어서 이겨야 한다. 가능하면? 1인 크리에이터로 주가를 올리는 유튜버와 붙더라도 지지 않을 실력이 있어야 한다. 저널리즘은? 기본이다. 챙기고 있으면 누군가, 언젠가, 그 가치를 알아줄 거다. 기본을 지키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가능하면 아름답게.  낭만의 역사 #5 낭만주의자의 글쓰기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내 목표도 같다. 최소한 밥값은 해야 한다는 생각. 동시에 그 방법은 아름다워야 된다는 생각. 계속 아름답다고 하니까 미친 소리 같은데, 이것도 별거 없다. 콘텐츠로 떳떳하게 돈 버는 거다. 그 첫 번째 여정이 2019년 1월부터 시작된다. 아마존 BM을 뒤집는 모임을 만듭니다


회고글을 쓰다보니 내가 써온 똥글의 역사가 길다. 친한 친구인 누구는 이걸 보면서 놀리는 것을 멈추지 않을 거다. 언젠가는 나조차도 이불을 차대는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무엇인가는 있다. 그것이 속된 말로 곤조고, 신념이다. 난 여전히 낭만주의자를 좋아한다. 난 여전히 낭만주의자를 좋아한다


<2009년의 우리들>의 가사는 비관적이다. 모든 것이 이뤄질줄 믿었던 그 날이 손에 닿을만큼 다가왔지만, 결국 이룰 수 없는 꿈으로 남았다는 이야기다. 나의 2009년도 그랬다. 모든 것이 이뤄질줄 알았지만, 인연은 그렇게 스쳐 지나갔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


하지만 남은 것은 있다. 물류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사랑이라면 무슨 똥 같은 이야기인가 싶겠다만, 사실이 그러니까. 그렇게 살다보니 생전 생각지도 않았던 기자일을 시작하게 됐으니까. 어찌어찌 살다보니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있으니까.


2009년부터 2019년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 나에게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게 있다면, 낭만의 역사다. 낭만의 축복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난 이상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