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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남편 김광석 Oct 13. 2016

누군가 묻고 내가 답한다

글을 쓰는 이유

나에게 묻는다

  글을 쓰는데 필요한 글감을 얻으려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나한테 궁금한거 없어요?", "글을 통해 나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 궁금한 이야기 없나요?" 내 주변 사람들은 "왜 연애를 못하냐", "왜 그렇게 생겼냐" 따위의 질문을 던졌는데, 이작가의 친구들은 "브런치를 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단다. 답하려면 박사급 전문인력이 연구를 통해 논문처럼 작성해야 답변이 가능한 내 지인들의 질문보다 이 작가의 질문이 답하기 편해보여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쓰기로 했다.


다섯개의 매거진

  나는 이 글을 적고 있는 매거진 <이김>을 비롯해 몇 편의 매거진을 연재하고 있다. 첫째는 영화, 책 등을 감상하고 난 후의 평을 논하는 매거진 <타인의 작품에 대한 나의 생각>, 둘째는 '여행의 감성을 브랜드에 담다'라는 목적으로 하는 사진 프로젝트 <Travel B>, 셋째는 사진과 여행에 대한 생각을 적는 <사진으로 쓰는 에세이>, 마지막으로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시처럼 적는 <말하는 사진>이다.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어느하나 제대로 연재하지 못하면서 참 많이도 벌여놓았다. 이작가에게 미안해서 변명을 좀 하자면 매거진 연재의 최우선 순위엔 항상 <이김>을 두었다.


  정작 문제는 다른 매거진이 아니다. 애초에 회사를 다니면서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쉬려고 하는 일이 취미인데 가끔은 피곤해 쉬고 싶은데 쉬지 못하고 글을 쓰거나, 애써 회복한 에너지를 글을 쓰는데 소비하기도 했다.(최근에 쓴 영화 <<아수라>>에 대한 논평 <이 영화는 '명확한 해피엔딩'이다> 같은 글이 에너지를 모두 가져가는 글이다.) 게다가 회사에서 하는 일도 글쓰기와 연관이 깊어 매일 서너편의 글을 작성한다.  이정도면 '인간이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의 양은 정해져 있다'는 이론에서 말하는 '언어의 과부하'가 와도 의심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취미'라기에는 뭔가 지나치게 열심히다. 그래서 나도 궁금하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쓰는걸까?




발버둥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멋진 답변은 많이 들어봤다. 작가들의 단골 인터뷰 질문이 "글을 쓰시는 이유가 뭔가요?"이니 웬만한 작가들은 한 번씩 다 말해봤을 것이고, 수 년 동안 기사로만 본 답변들이 십 수개는 되는 것 같다. 어쩌면 그들이 글을 쓰는 이유만 모아도 <작문철학>이라는 강의를 개설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작가들은 너도나도 거창한 이유를 술술 말하는데 나는 마땅한 이유도 떠오르지 않는다. 거꾸로 생각하면 왜 쓰는지도 모르면서 쓰기 때문에 내 글이 별로인건지도 모르겠다.


  거창하지도 마땅하지도 않지만, 문득 오리들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물가에 우아하게 떠 다니는 오리는 사실 물속에서 엄청난 발버둥을 치고 있다는 이야기 말이다. 나도 그들처럼 내 자리에 서 있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아하지도 대단하지도 못한 내가 어중간한 나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을 치느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갖고 있는 재능보다 높은 꿈을 이루고 싶어 허공에 휘젓는 발버둥처럼 글을 쓰는 것은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못생겨서 연애를 못하니까 글이라도 잘써보이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일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내가 글을 쓰는 행위를 지속하는 것이 나의 길이라는 사실이다. 가끔씩 '글쓰기가 나의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 때가 있지만, 그럴 때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선배가 "니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너는 니가 좋아하는 일 하고 있을 거 같은데"라는 말과 "글쓰고 사진도 찍고... 잘 지내고 있는거 같다"라는 격려를 해주고, 오랜 친구도 "너는 딱 잘 살고 있어 너가 하고 싶은거 글쓰고 사진찍고~"라고 말해주니 아무리 회의감이 들어도 멈출수가 없다.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때 부터인지 중학교 때 부터인지 명확하지 않다. 언제부턴가 그냥 썼고 쓰다보니 멈추지 못해 계속 쓴다. 작가가 되고싶다는 꿈이 있지만, 재능이 없으니 꾸준하게 쓰다보면 언젠간 되겠지.




그리고 <이김>

  <이김>, 앞서 말했듯 이 글이 적혀 있는 매거진의 이름이다. 첫글자인 '이'는 내 친구이자 이 매거진의 공동집필자인 이팔륙의 이름에서, 마지막 글자인 '김'은 내 이름에서 따왔다. 이작가와 김작가의 매거진, 줄여서 <이김>인 셈이다.


  올해 봄인지 여름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겨울일수도 있다. 어느날 이팔륙이 브런치에 대해 물었고 내가 "같이쓰자!"고 제안했다. 언제나 그렇듯 큰 이유는 없었다. 이팔륙과 함께 쓴다면 재미도 커지고 의미도 커질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예감은 적중했다. 첫째로, 그녀의 글을 읽는 재미가 생겼고 둘째로 내킬 때나 필요할 때 쓰는 글쓰기가 아닌 기한을 정해두고 규칙적으로  쓰는 글쓰기 경험이 됐다. 마지막으로 국문학사라는 학위가 무색하게 민망할정도 취약한 나의 문법과 맞춤법을 교정해주니 참 고맙다.


  다른 매거진과 다르게 <이김>은 한 편, 한 편 글을 마무리 지을 때마다 참 묘한 기분이 든다. 다른 매거진은 온전히 내 마음대로 쓰는데 반해 <이김>에서는 뭔가 과제를 제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치 다른 매거진에서 연습하고 이곳에서 실습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도 정독하지 않을 것 같은' 다른 매거진과 달리 <이김>에는 이팔륙이라는 고정 독자가 있어서 더 그렇다.


  때론 힘들고, 종종 귀찮고, 자주 게을러지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같이 발버둥쳐주는 친구 덕분에 오늘도 한바탕 발버둥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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