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첫눈도 없이 불쑥
겨울이 들이닥치고
군데군데 금이 간 세월 사이로
숭숭 바람만 넘나드는
그런 날은
돌아갈 곳도 없는데
어김없이 밤은 찾아오고
내가 잠들기도 전에
별들이 먼저 죽어버린
그런 날은
그리 깊지 않은 어둠에도
새벽은 길을 잃고
스스로 감옥이 된 그대
절벽으로 뛰어내린
그런 날은
소주 한 잔 권할 무덤도 없이
떠난 그대 그리워
빈 하늘에
감나무 한 그루 심어보는
오늘 같은
그런 날은
한잔하기 좋은 날
사랑하기 딱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