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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현 Jan 20. 2016

삶을 가꾸는 곡 짓기-연수 후기#1

#1 연수를 준비하면서

#1 연수를 준비하면서 https://brunch.co.kr/@sooband/90

#2 나를 놓다.(첫째 날 오전, 오후) https://brunch.co.kr/@sooband/91

#3 불타는 밤(첫째 날 밤) https://brunch.co.kr/@sooband/92

#4 실험의 성공(둘째 날) https://brunch.co.kr/@sooband/93


2016년 1월 18일(월)~19일(화)

삶을 가꾸는 곡 짓기 연수 후기

대구전교조초등남부지회와 수요일밴드가 함께 작당했습니다.

자세하고 디테일하고 주관적이게 시리즈로 후기를 올려보겠습니다.

렛츠고

#1 연수를 준비하면서


가. 자신감

2013년도에 사실 이런 비슷한 연수를 기획했었어요

처음에  기획할 때는 처녀 총각들 짝짓기 프로그램과 곡 쓰기 프로그램을 섞어서

"짝! 꼭! 연수"였지요.

짝을 꼭! 찾고 작곡도 하는 연수.ㅋ

그런데 펜션으로 하고, 이래저래 2박 3일 예산을 생각하니 개인당 20만 원 돈이 들더라고요.

누가 20만 원이나 주고  오겠어하면서 교총이나 공제회나 돈 많은 곳에서 지원해주면 할 의향이 있다면서 그랬어요.

그런데 뭐 수요일밴드를 아는 사람도 몇 없을 적이니.. 그냥 어물정 기획만 하고 넘어갔더랬지요.


작년 여름 대구전교조초등남부지회에서 기획한 공연에 두 번을 갔어요. 참실부장이신 강호민 선생님과 두 번 뵈었지요.

강호민 선생님과 두 번째 만난 날. 조금 이르게 가서 공연 전 함께 학교(공연장소) 앞 국밥 집에서 국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강샘 : 곡을 어떻게 쓰느냐? 궁금해요

나 : 나는 곡 쓰는 거 별거 아니에요. 자기 생각을 담은 글에 멜로디만 붙이면 돼요.

강샘 : 그런 연수가 있으면 좋겠어요

나 : (상당히 솔깃하며) 아 그래요?
그런 연수 제가 옛날에 기획한 게 있었는데.. 애들한테 별거 안 가르쳐줘도 노래 짓기를 그냥 지어와! 하고 시키니 써오더라고요. 아이들도 되는데 선생님들한테도 그렇게 시키면 잘 써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둠을 편성해서 조에서 서로 도와가면서 편곡하고 그러면 엄청 재미있겠어요..
사실은 2015년 여름 인디스쿨 주관으로 한승모 선생님 아카펠라랑 이런 곡 짓기가 들어간 음악 연수를 기획했었는데 메르스 때문에  취소되어서 아쉬웠거든요.

강샘 : 한 번 해보면 재미있겠어요.

나 : (강한 어조로) 완전! 꼭 대박 한번 해보고 싶어요.


연수는 이렇게 기획이 되었어요.

사실 인디스쿨 음악연수는 선생님 숙소와 일정까지 모두 확인이 준비가 되었었는데 취소가 되어서 내심 안타까웠거든요... 2016년 올해 여름에 다시 하자는 약속은 하였지만... 사실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이런 기회를 그냥 넘길 수가 없었거든요.(아마 올해 혹여나  진행된다면 더 매끄럽고 감동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ㅋ)


저는 그저 세바시처럼 내 경험과 통찰을 알려주고, 할 수 있다 용기 주는 이야기를 하고

선생님들은 슈퍼스타 K 슈퍼위크처럼 팀별로 연습하며 합주하며 음악을 즐기고

그리고 다음날 자기가 만든 자작곡을 조원들의 도움으로 함께 합주하며 발표하는 그런 연수.


나. 좌절감

그러다가 10월쯤 되었으려나?

마음에 부담이 한가득 찾아옵니다.

내가 뭐하는 건가

음악이라고는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내가 무슨 선생님들을 모아놓고 연수를 연단 말인가?

이런 부담감을  연수 원고를 쓰면서 이렇게 표현했어요.


이건 마치  운전면허를 따자 마자 저번 주 사귄 여자친구와 렌트한 자동차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는 것 같은 정도의 긴장감이다. 운전면허를 땄으면 도로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고, 여자친구와도 일주일 만에 1박 2일이면 좀 빠른 편(?) 아닌가?


내 경험과 내 음악적 세월은 연수를 하기에는 참.. 보잘것 없는데

어떻게 선생님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보여줄 수 있는가?

괜히 했다.

그렇다고 미루기엔 늦었다.

어쩐다 어쩔까.

도망갈까?


아니다. 해보자.

아니다 안 한다 할까?

아니다. 해보자.


반지의 제왕 골룸처럼 저 안에서 자신감과 좌절감이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런 시절 마음을 다잡으며 쓴 이야기들


1. 연수를 열면서 https://brunch.co.kr/@sooband/31
2. 연수의 목적 https://brunch.co.kr/@sooband/32
3. 곡 쓰기 전의 마음가짐 https://brunch.co.kr/@sooband/33
4. 곡 새끼 잡기 https://brunch.co.kr/@sooband/35
5. 역전 야매 음악 https://brunch.co.kr/@sooband/46
6. 음악 하는데 용기 주는 글 https://brunch.co.kr/@sooband/68

그나마 이런 글들을 쓰며 불안함을 잠 재웁니다.

좀 부끄럽긴 하지만요.


다. 기대

이상하지요.

글은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생각을 정리하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 생각하게 해줍니다.


아마도 2015년 여름방학 인디스쿨 연수에서 위에 쓴 글들로 정리하지 않고 이 연수를 무작정 열었다면 결과적으로 이번 연수처럼 '성공적이고 감동적'일 수가 없었다는 생각도 했어요.

사실 2015년 2학기는 수요일밴드, 그리고 제가 정말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거든요.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게 내 생각을 드러내고,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위의 글들을 써보니 내 생각이 정리되고 어떤 식으로 연수를 진행할지 그려지는 거예요.

그랬더니 자신감도 좀 생기고...

더불어 기대가 되는 겁니다.


30여 명의 선생님들이 모여 음악 그거 별거 아이네~ 하고는 밤새 조원들과 자기의 이야기를 노래로 담고, 다음날 돌아가며 발표를 하는 순간..... 그런 상상이 되고 기대가 되는 겁니다.

잘 되겠네는데? 하는 기대를 합니다. 허허허


라. 불안

이 기대도 그다지 오래가지 않더군요.

연수를 한 이주 앞두고는 불안함이 쿵쿵 오더군요.

어떻게 이 불안함이 오냐면

밥 먹다가도 갑자기, 자려고 누웠는데도 갑자기

연수 일주일 전에 제주를 갔는데 한라산에서도 갑자기, 흑돼지 먹다가도 갑자기


훅훅 그냥. 불안함이 머리 속으로 훅훅 밀려옵니다.


연수 준비차 가현이를 만났는데

가현이도 장난 아니더군요.

노래를 자기 부르기만 애써봤지 선생님들 앞에서(대부분 자기보다 나이도 많음)

노래 잘 부르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니!! 하면서

저 만나면 하는 소리가 저 도망갈 거예요.

(연수 전날)저 내일 찾지 마세요 도망갈 거예요.

이런 식이였어요.

저는 "에이 왜 그러는데 잘할 거면서..." 하면서도.. 사실.. 엄청!! 진짜!! 긴장했다는 겁니다.


"아 이거 연수 망하는 거 아이가?"가..

계속 머리에서 빙빙~ 도는 겁니다.

왜냐면...

처음으로 자기의 노래를 발표할 선생님들처럼

처음으로 저도 처음이라서 그랫나봐요. 하하..;;;;


처음이니깐;;;


연수가 '성공적이고 감동적'으로 끝난 지금도 연수 준비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마. 판 벌리기

솔직히  이야기드리면.

솔직히 저는 '판 벌리기'가 특기예요.

이 연수에 대한 자신감과 좌절감, 기대와 불안이 북편 채편 오가는 장구처럼 왔다 갔다 할 때

선생님들이 자작곡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더불어 기존에 없었던 '시도'로 끝나는 연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ㅋ


에듀니티(또! 에듀니티) 대표님께 메시지를 보냅니다.

"대표님 박종서 촬영팀장 좀 보내주세요~"

회사에서는 흔쾌히 저랑 동갑내기 종서를 출장 보내줍니다.


정재성 샘에게도 메시지를 보냅니다.

"재성 샘 우리 연수하는데 사진 촬영하고 스태프로 좀 부탁해"


박종서는 나쁜 선생님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함께 제주에 갔던 친구고

정재성은 우유 가져가 뮤직비디오를 찍어준 선생님이에요. 둘 다 능력자!


이렇게 판을 벌리고 연수의 모습, 선생님의 자작곡, 영상, 사진들을 제대로 남기기로 하죠.


잘되면 몰라도.... 연수가 잘 안되어 망쳐도.....

연수가 망한다면 장렬히 전사하는 모습이라도 남기고 싶었거든요.

만약 연수가 잘 된다는 생각만 있었다면 이렇게 영상과 사진을 많이 남기려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ㅋ


사. 준비물

이번 연수에 준비물이 어마어마했습니다.

공연할 모든 일체의 장비(스피커, 믹스, 마이크, 각종 선, 조명), 악기들(통기타, 일렉기타, 베이스 기타, 우쿨렐레, 콩가, 젬베, 카혼, 전자드럼 등등), 홈레코딩 장비들까지... 챙겨야 했기 때문이에요.

참 많기도 하여라~~

싣고 옮기는 것도 어마어마했어요


https://brunch.co.kr/@sooband/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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