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투시 Mar 08. 2023

포카리스웨트는 왜 이렇게 메이킹 필름에 진심일까?  

메이킹도 브랜딩이다.포카리스웨트가 메이킹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가득한 학교의 복도.

한 소녀가 다른 사람들과 정반대로 뛰어 달리기 시작한다.

흩날리는 바람을 맞으며 아래 위로 흔들리는 복도를 지나 문을 열면 몽환적인 새로운 공간이 드러나는데,

등나무 꽃이 피어 벚꽃이 흩날리는 공간이 펼쳐지고 소녀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해서 힘차게 달린다.

포카리스웨트 '하지만 네가 보였어' (2021)

바람이 거세게 불고 크게 물결을 치며 땅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거침없이 달려 도착한 곳은 한 무대..


그 무대에서는 다른 한 소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고 두 소녀가 서로의 손을 잡자 공중에 떠올랐다가 내려오게 되고 그러자 무대를 감쌌던 파란색 커튼이 열리고 주변에는 수많은 친구들이 두 소녀를 지켜보고 있다.

두 소녀는 손을 잡고 친구들을 지나 밖으로 나가고 땀을 잔뜩 흘린 소녀가 음료를 마시고 다시 다른 소녀와  손을 잡고 뛰는 장면으로 영상은 마무리가 된다.

자신답게 나아가는 것은 힘들지만, 분명 즐겁다.

함께 달리는 동료가 있으면 더욱 용기가 생긴다.


역풍은 곧 순풍으로 바뀐다

영상 어떻게 보았는지..기존에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영상미가 매우 멋지다고 다들 느꼈을 것이다.


한 소녀가 반대로 뛰어갔던 엄청나게 흔들리는 복도..거센 바람과 벚꽃..아마도 다들 영상을 제작할 때 많은 CG기술이 사용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광고 영상 속 모든 장면에서는 CG가 전혀 사용되지 않았고 직접 모두 구현을 한 것이다.

400대 1의 오디션 경쟁을 통해 일본의 패션 모델과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나카지마 세나 (中島セナ)'를 브랜드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발탁하며 2021년 4월 포카리스웨트가 공개한 신규 캠페인 광고 '하지만 네가 보였다(でも君が見えた)'


'용기를 내어 자신만의 길을 가면 역풍이 순풍으로 바뀐다’ ‘함께 달릴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용기가 생긴다”라는'청춘과 우정을 응원하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았고 세련된 영상미를 보여주는 광고는


공개 이후 1주일 만에 소셜미디어에서 1,0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포카리스웨트의 광고에 크게 주목한 또 하나의 이유는 광고 속 모든 장면들이 'CG가 전혀 사용되지 않은 원테이크 촬영'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포카리스웨트 '하지만 네가 보였어' 메이킹 필름 (2021)

포카리스웨트는 본편 광고와 함께 이 광고를 제작하는 과정들을 담은 메이킹 필름도 동시에 공개했는데

광고의 배경이 되었던 ‘움직이는 복도와 등나무,벚꽃이 만발하는 공간"이 모두 CG가 아닌 실제로 제작된 85미터 길이의 대형 세트였고 광고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들이 원테이크로 촬영된 것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자,그렇다면 이런 궁금한 점이 생긴다.


포카리스웨트는 CG로도 얼마든지 광고를 제작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대형 세트까지 제작하면서 힘들게 진행했을까.


기획에서 부터 광고 제작 완료까지 6개월이라는 기간이 소요되었다는 이 포카리스웨트 캠페인 광고를 살펴보는데 있어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이다.

첫째 왜 원테이크 샷으로 촬영을 했을까?


포카리스웨트는 일본 오츠카제약(大塚製薬)이 지난 1980년 출시한 이온 음료로 발한으로 인해 잃어버린 수분을 원활하게 공급해주는 건강 음료, 운동을 할때나 다양한 상황에서 갈증을 풀어주는데 적합한 음료다.


그래서 포카리스웨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생명력'


포카리스웨트는 '리얼한 땀의 표현'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CG를 활용해서는 이 리얼한 땀의 표현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광고 속 주인공이 달려서 땀을 흘리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둘째 이번 광고의 컨셉은  'FIND MY WAY'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은 힘들지만 거기에는 분명 많은 기쁨이 넘쳐날 것이다.함께 달리는 동료가 있으면 더 용기가 생긴다’ 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포카리스웨트는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것은 힘들다”는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모티브가 ‘바람(역풍)’이었다.


물결치는 바닥이나 흔들리는 벽, 흩날리는 꽃잎이나 회전하는 단장은 역풍을 표현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고 땀을 흘리는 피지컬한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평탄한 길이 아닌 높낮이가 다른 복도를 연출했고 움직이는 바닥을 비롯해 연출을 통해 ''무언가에 맞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표현했다.

'하지만 네가 보였다’ 광고 공개 후 1년 후 지난 2022년 4월 포카리스웨트는 전편의 광고 모델 '나카지마 세나'가 출연하는 새로운 광고 '날개는 필요없어(羽はいらない)'를 공개했다.

새로운 광고에서도 CG 작업을 하지 않고 리얼리즘을 강조하는 포카리스웨트의 아날로그 연출 방식은 여전히 계속되었는데


바로 1년 전에 공개된 광고와 마찬가지로 영상 하나를 위해 특별한 제작 과정을 거쳤는데 광고 속에서 ‘소녀가 구름 위로 뛰어드는 장면’을 영상에 담기 위해서 초대형 구름을 직접 재현했다.

포카리스웨트 '날개는 필요없어' (2022)

거대한 벌룬으로 초대형 세트장을 제작하고 6번의 콘티 수정을 거치는 등 이번에도 전편 못지 않은 스케일의 제작 과정을 거쳐 광고는 완성이 되었는데


이번 광고에서도 포카리스웨트는 비를 맞으며 구름을 향해 뛰어 마침내 구름을 밟게 된다는 한 소녀의 스토리를 통해  ‘땀을 흘리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가꾸게 만들어주는 음료’라는 브랜드의 핵심 속성을 감각적인 영상과 청춘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매력적인 스토리로 전달했다.

이번에도 포카리스웨트는 광고의 제작 과정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는데


광고의 기획이 시작되고 제작이 완료되기까지 180일간 300명의 스태프들이 참여한 광고의 모든 제작 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본편 광고와 함께 동시에 공개했다.

포카리스웨트 '날개는 필요없어' 메이킹 필름

포카리스웨트는 유튜브를 통해 메이킹 필름을 공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광고의 제작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상세하게 담은 콘텐츠를 제작해 포카리스웨트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소개했고


광고 제작에 참여한 연출 감독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주요 스태프들의 개인 SNS 계정을 통해서도 광고 제작 과정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소개하며 광고가 어떤 의도로 기획이 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제작이 되었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구름을 직접 재현하는 대형 세트를 제작하는 과정을 포함해 광고 제작의 전체 여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은 매우 이번에도 큰 관심을 받았다.

포카리스웨트 공식 유튜브에 공개된  '날개는 필요없어(羽はいらない)' 광고 본편의 누적 조회수가 495만인데 메이킹 필름의 조회수가 384만이라는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메이킹 필름에 큰 관심과 반응을 보였는지 알 수가 있다.



이번에는 '나카지마 세나'가 모델로 기용되기 전 포카리스웨트의 캠페인들을 살펴보자

포카리스웨트 청춘 해외 출정 댄스 영상(2016) / 프랑스 파리

포카리스웨트는 지난 2015년부터 중고생을 메인 고객층으로 겨냥해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하기 시작했는데, ‘청춘이 갖는 잠재력’을 이야기하는 댄스 퍼포먼스를 활용한 광고 시리즈를 제작했다.

포카리스웨트 '춤추는 개학식(2017)'
포카리스웨터 사용자 참여 캠페인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케이스가 바로 지난 2018년에 진행된 ポカリガチダンス FES(포카리 가치댄스 페스티벌)이다. (ガチ가 진심이라는 뜻이니까 진심으로 열정을 다해 추는 댄스 페스티벌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듯)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일본의 중고생 4,348명이 모여 공원에서 CM송에 맞춰 다 같이 춤을 추는 댄스 이벤트를 진행한 것인데

포카리스웨트 '포카리 가치댄스 페스티벌(2018)'

포카리스웨트는 수많은 청춘들이 모여 함께 하나가 되어 광고 음악에 맞춰 '땀을 흘리며' 춤을 주는 장면들을 담아 광고로 제작했고


광고를 넘어 일본의 청춘 세대들이 좋아하는 재미있는 디지털 콘텐츠로 많은 인기를 끌면서 ‘자신은 분명 상상이다. 잠재력을 끌어내라(自分は、きっと想像以上だ。潜在能力をひき出せ)’는 캠페인 메시지를 특별한 방식으로 전했다.

전례없는 엄청난 규모의 인원이 모인 포카리스웨트의 댄스 이벤트는 ‘TV 광고 촬영을 위해 동시에 춤을 춘 최다 인원수’로  기네스 세계 기록으로도 인정을 받게 되었는데

포카리스웨트 '포카리 가치댄스 페스티벌(2018)' 메이킹

포카리스웨트는 무려 4,000명이 넘는 일본의 중고생들이 모여 함께 '땀을 흘리며' 춤을 연습하고 멋진 단체 댄스를 광고로 담아내는 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을 제작하고 공개해 청춘들이 하나가 되어 잠재력을 보여주는 멋진 모습들을 감동적인 브랜드 스토리로 전하며 청춘들을 대상으로 더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청춘을 상징하는 10대 중고생을 대상으로 댄스 퍼포먼스를 광고에  활용하는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했던 포카리스웨트는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게 된 2020년부터 캠페인 전개 방식의 변화를 갖게 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대 상황 속에서 포카리스웨트는 수십명의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NEO 合唱(합창)’이라는 캠페인을 2020년 4월에 전개했다.


CM송을 함께 부를 합창 캠페인에 참여할 학생들을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참여 오디션을 통해선정했고 그렇게 최종 선정된 97명의 학생들과 메인 모델이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을 모아 편집해 하나의 광고로 완성했고 ‘갈증을 힘으로 바꾸어간다’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했다.

포카리스웨트 크라우드 소싱 참여 코로나 캠페인 ‘NEO 合唱'(2020) 광고/메이킹필름

역시 포카리스웨트는 수많은 학생들이 각자의 장소에서 자신답게 자신의 목소리로 합창에 참여하는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공개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진행된 포카리스웨트의 캠페인들을 모아 소개했다.


국내와 해외의 케이스를 보더라도 광고의 제작 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을 이렇게 힘을 들여서 만드는 경우는  드물다. 메이킹 필름을 만든다 하더라도 광고 촬영 현장의 분위기를 담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포카리스웨트는 왜 이렇게 메이킹 필름에 진심일까?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나는 브랜딩 측면에서 아래와 같은 전략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첫째는 브랜드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는 스토리텔링의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포카리스웨트는 ‘땀을 흘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음료’ '사람이 본래 가진 힘을 끌어내고 몸을 가꿔주는 음료'라는 점이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다.


그래서 포카리스웨트는 광고에서 ‘땀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매우 중요하며 광고 속 주인공이 흘리는 땀이 가짜가 아닌 ‘진짜’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CG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거나 움직이는 등  실제로 몸의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서 리얼하게 땀을 흘리는 장면을 광고 스토리에 담아내는 연출을 오랜 시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포카리스웨트는 그런 광고 제작의 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을 함께 제작하고 공개해 포카리스웨트가 광고에서 표현하는 주인공의 땀이 모두 리얼하게 표현이 된 것이라는 점을 짧은 광고와 달리 긴 호흡의 이야기로 풀어내며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땀을 흘리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가꾸게 만들어주는 음료’라는 브랜드의 차별화된 속성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만들었다.

두번째는 사용자 입장에서 광고를 더 재미있고 다양한 시각에서 시청하고 해석할 수 있는 브랜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포카리스웨트는 지난 2015년부터 청춘을 타깃으로 캠페인을 전개한 후부터 본편 광고와 동시에 광고 제작 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을 동시에 공개하고 있는데


시청자(고객) 입장에서는 초대형 세트 제작,CG가 사용되지 않은 리얼한 촬영 기법,수많은 스태프들의 참여 과정,광고의 기획 배경 등을 소개하는 광고의 제작 여정과 비하인드가 본편 광고를 다양한 시선에서 즐기고


다른 사람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개/공유하도록 만들어 광고를 넘어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며 입소문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적인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매번 새로운 광고를 런칭할 때 마다 메이킹 필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포카리스웨트 재팬의 광고 시리즈를 를 통해 광고 자체 뿐 아니라 광고 제작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 또한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개하는 전략적인 브랜딩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본다


(포카리스웨트와 같이 긴 호흡의 광고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컨셉의 메이킹이 아니라도 오리지널 본편 광고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도록 메이킹 필름을 기획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저의 첫 책 <마케터의 브랜드 탐색법>이 출간 되었습니다. 


저의 책이 기획자,마케터가 일과 일상에서 자신만의 관점으로 브랜드와 레퍼런스를 탐색하는 방법을 찾는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마케터의 브랜드 탐색법> 책 정보/구매처 


매거진의 이전글 하인즈 케첩은 어떻게 마케팅 맛집으로 소문이 났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