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아는 것의 차이
그림 - 김주희 작가님의 <화분>, 2008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주관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배울 것 없는 마음수련 교원연수
원래 이것저것 배우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마음수련 명상을 처음 접할 때조차 새로운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무장했었다. 그 시절 나는 좋은 강의를 들을 때면 강사의 토씨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필기를 하는 습성까지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버리는' 연수임을 알고 왔으면서도 예정되어 있는 강의들에 대해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배워 가야지' 하는 부담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미 좋은 책이나 강연들을 통해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접해서 일주일이 짧은 시간도 아닌데 강의와 명상 시간이 지겹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연수 첫날 첫 강의를 듣고 나니 모든 걱정이 다 날아가고 만족감과 기대가 차올랐다. 이 연수는 이론이나 지식을 가르치는 연수가 아니라 실제로 비우는 방법이 있기에 실습 위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설명이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뻔한 이야기를 머릿속에 더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빼기의 당위성이 공감이 되었고, 마음이 정말 버려진다는 소리가 무척 반가웠다. 강의실에 필기구를 들고 들어가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하기에 의아했는데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진짜 일주일 내내 강의를 통해 배운 것이라고는 "마음이 가짜니까 버리자"라는 게 전부일 정도로 배울 게 없고 대부분이 마음빼기 명상 시간이었다. 그래도 교원연수니까 무엇인가를 '배우러' 온 선생님들은 실망하는 것이 당연했다. 게다가 일주일 째 똑같은 소리를 하며 마음을 버리자고만 하니까 화를 내는 분도 있었다. 나도 낯선 곳에 오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던 터라 그분들이 이해가 되어서 더욱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마음수련은 게임처럼 아주 쉽고 재미있는 명상 방법이지만, 방법대로 마음을 버리지 않고 생각을 '더하기'하고 앉아 있으면 엉덩이만 아프고 괴롭다. 그래서 무엇인가 배워서 '채움'을 원한다면 마음수련 명상을 시작하는 것을 말리고 싶다. 그런 분들에게는 책을 읽거나 다른 좋은 강연을 들으러 다니는 것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다 비워야만 진짜 얻을 수 있겠다는 결론을 얻게 되면 그때 명상을 시작하면 된다. '비움'이 목적이었던 나의 경우, 첫날부터 '빼기'의 효과를 보면서 요일별로 같은 강의가 아니라 나름의 진도가 있으며 빼기가 된 만큼 같은 말도 새롭게 이해됨을 느끼고 있었다. 연수에 오신 선생님들 중에 내가 가장 어려서 가장 쉽게 했을 수도 있다. 어릴수록 마음이 맑다는 말도 있지만, 다른 분들은 5~60세까지의 삶 한 바퀴를 돌아볼 때 나는 두 바퀴를 돌릴 수 있었으니 시간적으로도 유리했다.
마음수련은 가짜마음을 버리는 것
마음수련 명상은 삶을 돌아보며 가짜마음을 버리는 빼기명상 방법이다. 1과정부터 7과정까지 체계적인 단계별 방법이 있기 때문에 끝까지 해야 의미가 있다. 각 과정이 생겨난 것도 역사가 있는 만큼, 1과정을 제대로 끝내면 자연히 2과정 방법이 필요하게 된다. 2과정 방법으로 마음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는데도 또 남아 있는 마음을 버릴 수 있는 3과정 방법을 배우니 참 놀라웠다. 3과정까지 다 하고 나면 앉아서 눈 감고 떠올리면 더 이상 버릴 것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여서 몸을 움직이면서 올라오는 마음을 버리는 4과정 영농수련 방법이 생겨난 것이 어찌나 감사하던지. 이처럼 각 과정이 체계적인 단계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1과정을 끝내지 않으면 2과정 방법을 따라갈 수 없고, 2과정을 끝내지 않고는 3과정 방법을 따라갈 수가 없다. 그래서 마음으로 자기가 확인하지 않으면 단계를 올라가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 일부러 부족한 과정을 복습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가장 빠르게 공부를 끝내는 방법은 무조건 단계를 빨리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소요되는 시간이 다름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단계에 맞는 방법을 차근차근 해내고 단계를 올라가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올라가도 될지 '확인'하는 과정은 일종의 시험과도 같은데, 각 과정 방법대로 정해진 기간과 시간 만큼 마음을 버렸을 때 알게 된 것에 대해서 간단히 질문하는 식이다. 명상 방법대로 따라할 수만 있으면 남녀노소 예외 없이 알게 되는 것이 똑같기 때문에 이 방법이 과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답은 아주 쉽다. 그래서 나는 너무 어려웠다. 처음부터 강의에서 이해했던 내용이 설마 답일 거라고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답이 뭘까 고민하며 알려고 하는 마음까지 다 버리고 보니 마음에서 저절로 답이 나왔다. 마음수련 방법은 정말 정확한 것 같다. 휴지가 100장이 있으면 100장을 다 뽑아야 텅 비는 것이 확인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남김 없이 모조리 버려야 확인이 된다. '가짜'가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억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생각을 버린다고 바보가 되는 것도 아니다. '진짜'로 나를 찾고 싶다면 진심으로 가짜인 자기를 용감하게 버려 보았으면 좋겠다. 아래 애니메이션에는 마음수련 명상의 과정별 답이 다 포함되어 있다.
http://www.meditationlife.org/what-is-meditation/meditation-method
가장 쉬운 것이 가장 어렵다
마음수련 교원연수에서 만난 강사 선생님들이 하나 같이 청산유수로 강의도 잘하고 반짝반짝 빛나 보여서, 나는 목표가 생겼었다. 이 공부를 빨리 끝내서 다음에는 나도 도우미로 연수에 참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어릴 적 습관대로 연수에 오신 선생님들을 관찰하면서 속으로 '나도 이렇게 해야지' 혹은 '나는 이렇게 해야지'라는 생각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그 생각도 다 버리긴 했지만 기억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늘 그런 쪽으로 내 관심이 쏠려 있었다. 과정을 끝내면 명상을 도와줄 수 있는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나는 내가 도움을 하면 잘할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그래,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아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도움님들이 하는 강의라고는 간단하게 동그라미 몇 개를 그리면서 가짜마음을 다 버리면 우리의 본래인 '우주마음'이 된다는 것인데, 내 머릿속에는 온갖 상담 이론과 과학적 지식들이 함께 떠돌아 다녔다. 내가 설명을 한다면 자존감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렇게 혼자서 살을 붙였던 생각들을 브런치에 원 없이 쓰고 있는 것이긴 한데,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이 나의 기준과 틀대로 하는 생각임을 알 수 있었다.
5과정을 할 때였던 것 같다. 그 동안은 도움님들 강의가 너무 간단하고 쉬워서 이런저런 설명을 더 해주면 좋지 않을까 했었는데, 정말 다 버려보니까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가짜니까 버리면 진짜만 남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데 수식어구는 필요가 없었다. 수식어구가 이해를 돕는 것이 아니라 빼기를 한 만큼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버리기만 하면 되니까 참 쉬운 마음수련 명상이다. 예전에는 내가 머리로 아는 것을 덜 버렸기 때문에 막상 강의를 듣고 이해하는 것 같지만 핵심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고 내가 설명을 하려고 해도 핵심을 떠난 다른 소리만 했던 것임을 이제는 안다. 그래도 이런 실패 사례가 같은 실패를 하지 않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글을 쓴다. 나 또한 먼저 명상을 시작한 사람들의 소소한 사연과 실패담이 명상을 끝까지 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했으니까, 지금 시작하는 사람들은 그냥 우레탄 길을 걷듯 함께 가면 될 것 같다. 먼저 했다고 해서 앞서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 태어났으니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이 전부이기에 새로운 분들이 명상을 시작하면 마냥 반가운 마음이 든다. 이 명상이 얼마나 쉬우면서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도움이 되고 싶다. 그러나 마음을 대신 버려줄 수는 없다. 자기만 볼 수 있는 가짜마음이기 때문에, 직접 버려봐야 안다. 진짜 아는 것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아는 것이며, 마음으로 알면 그렇게 행동하게 되어 있다.
안다는 것은 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