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과 전혀 상관없는 보통의 인간이 호기심만으로 서툴게 시도해보는 것들을 다룹니다. '어, 나도 할만한데' 싶어 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콘텐츠는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2. 그루브는 정확한 박자다
3. 속주를 위한 엄지 운동
5. 사운드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연주
6. 오케스트레이션과 얕고 넓은 경험의 힘
7. 리믹스
10. 장르의 이해
피아니스트들은 손을 피아노에 놓은 건만으로도 어쩜 이리 단단한 느낌을 주는지 연주는 운동이다. 그래서 어릴 때 피아노 학원 가면 하농부터 떼는 거잖아요. 속주를 위해서는 박자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 가는 길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관절의 마디의 자세도 중요하다. 피아노에 앉아 기본자세를 취할 때 악수하듯이 엄지를 세워서 자세를 잡는다. 속주를 위해서는 건반 간에 가는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는데 엄지를 잘 쓰지 못하면 단 0.01초가 늦어져 전체의 그루브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속주에는 32분 음표가 쓰이는데 그게 100 BPM이면 얼마나 빠르게요) 흰건반을 칠 때에도 검은건반에 가깝도록 손을 둔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엄지로 검은건반을 치다가 흰건반을 치려고 내려오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그 0.000n초 사이에 그루브가 깨지기 때문이다. 엄지는 근육이 아래위로 움직이기 불편하게 붙어있는데 엄지로 운지를 할 때는 엄지를 움직인다기보다는 손을 아래위로 움직인다는 느낌으로. 손 등은 가만히 둔 채로 손 날로 무게중심을 둬 야매로 치고 넘어가지 말고, 수평을 유지하면서 손가락을 충실히 쓴다. 재즈 피아니스트들을 보면 전혀 바빠 보이지 않는다. 움직여야 되는 정확한 움직임을 제외하고는 흔들리지도, 부러 힘을 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안 믿긴다면 유튜브에서 찾은 선생님의 움직임을 보시죠. 바쁜데 본인은 전혀 바빠 보이지가 않죠. 손목의 앵글이 틀어진다거나 불필요하게 먼저 다음 음에 가서 기다린다거나 지금 음과 다음 음의 거리를 최대한 짧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근데 이게... 진짜 운동 같다. 마라톤을 배울 때 우리는 10km를 뛰어야 되는데 지그재그로 가서 12km, 13km를 뛰게 된다고 자세를 바르게 하고 발을 올바로 몸 앞으로 내딛여서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된다고 들었는데. 똑같잖아? 일도 마찬가지고. 밖으로 후닥후닥 바빠 보이지 않으려면 해야 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구분하여할 일을 순서에 맞게 처리한다. 오, 나 득도한 듯.
이런 속주가 곁들여진 음악을 초견에서 대충 60,70 beat 이상으로 어떻게 흐름을 이어가는 걸까? 박자를 잘 못 읽는 편인데(진행을 멈추고 한 마디를 둘로 나눈 선을 그은 후 1,2,3,4 세어가면서 분석해야 할 때도 있다)
"이건 팔분쉼표 아냐 따단, 두 박을 쉬어야지, 왜 이걸 모르지?"라고 선생님이 말하셨다. 선생님 16분 쉼표 8분 쉼표 알 게 뭐예요 저는 곡이 8분의 뫄뫄인지 16분의 뫄뫄 인지도 헷갈린다고요. 엉엉. 네? 한 박으로 치기에 너무 길다 싶으면 8분의 뫄뫄고 짧다 싶으면 16분의 뫄뫄라고요? 선생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엉엉. 어릴 때 분명히 다 배운 개념인데... 보자.. 따다다다면 16분 음표, 딴 딴이면 8분 음표이군요? 따안-이면 4분 음표. 32분 음표는? 후루루루.
다시 돌아와서, 속주를 해야 하는 악보에는 저런 함정이 너무나도 많지만 너무 좌절하지 말고 리듬을 정복했던 마음으로 딴딴 으따으따 입으로 외워가며 흐름을 따라가 보자. 선생님이 입으로도 할 줄 알아야 손이 움직인다고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