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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Dec 19. 2019

처음의 음악 #3 속주를 위한 엄지 운동

기본자세를 탄탄히 만들어야

작곡과 전혀 상관없는 보통의 인간이 호기심만으로 서툴게 시도해보는 것들을 다룹니다.  '어, 나도 할만한데' 싶어 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콘텐츠는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0. 작... 곡?

1. 리듬 정복

2. 그루브는 정확한 박자다

3. 속주를 위한 엄지 운동

4. 맨땅에 무슨 작곡, 프로듀싱 레슨

5. 사운드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연주

6. 오케스트레이션과 얕고 넓은 경험의 힘

7. 리믹스

8. AI커버 만들기

9. 신시사이저

10. 장르의 이해


피아니스트들은 손을 피아노에 놓은 건만으로도 어쩜 이리 단단한 느낌을 주는지

연주는 운동이다. 그래서 어릴 때 피아노 학원 가면 하농부터 떼는 거잖아요. 속주를 위해서는 박자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 가는 길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관절의 마디의 자세도 중요하다. 피아노에 앉아 기본자세를 취할 때 악수하듯이 엄지를 세워서 자세를 잡는다. 속주를 위해서는 건반 간에 가는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는데 엄지를 잘 쓰지 못하면 단 0.01초가 늦어져 전체의 그루브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속주에는 32분 음표가 쓰이는데 그게 100 BPM이면 얼마나 빠르게요) 흰건반을 칠 때에도 검은건반에 가깝도록 손을 둔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엄지로 검은건반을 치다가 흰건반을 치려고 내려오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그 0.000n초 사이에 그루브가 깨지기 때문이다. 엄지는 근육이 아래위로 움직이기 불편하게 붙어있는데 엄지로 운지를 할 때는 엄지를 움직인다기보다는 손을 아래위로 움직인다는 느낌으로. 손 등은 가만히 둔 채로 손 날로 무게중심을 둬 야매로 치고 넘어가지 말고, 수평을 유지하면서 손가락을 충실히 쓴다. 재즈 피아니스트들을 보면 전혀 바빠 보이지 않는다. 움직여야 되는 정확한 움직임을 제외하고는 흔들리지도, 부러 힘을 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안 믿긴다면 유튜브에서 찾은 선생님의 움직임을 보시죠. 바쁜데 본인은 전혀 바빠 보이지가 않죠. 손목의 앵글이 틀어진다거나 불필요하게 먼저 다음 음에 가서 기다린다거나 지금 음과 다음 음의 거리를 최대한 짧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근데 이게... 진짜 운동 같다. 마라톤을 배울 때 우리는 10km를 뛰어야 되는데 지그재그로 가서 12km, 13km를 뛰게 된다고 자세를 바르게 하고 발을 올바로 몸 앞으로 내딛여서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된다고 들었는데. 똑같잖아? 일도 마찬가지고. 밖으로 후닥후닥 바빠 보이지 않으려면 해야 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구분하여할 일을 순서에 맞게 처리한다. 오, 나 득도한 듯.

이런 속주가 곁들여진 음악을 초견에서 대충 60,70 beat 이상으로 어떻게 흐름을 이어가는 걸까? 박자를 잘 못 읽는 편인데(진행을 멈추고 한 마디를 둘로 나눈 선을 그은 후 1,2,3,4 세어가면서 분석해야 할 때도 있다) 

"이건 팔분쉼표 아냐 따단, 두 박을 쉬어야지, 왜 이걸 모르지?"라고 선생님이 말하셨다. 선생님 16분 쉼표 8분 쉼표 알 게 뭐예요 저는 곡이 8분의 뫄뫄인지 16분의 뫄뫄 인지도 헷갈린다고요. 엉엉. 네? 한 박으로 치기에 너무 길다 싶으면 8분의 뫄뫄고 짧다 싶으면 16분의  뫄뫄라고요? 선생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엉엉. 어릴 때 분명히 다 배운 개념인데... 보자.. 따다다다면 16분 음표, 딴 딴이면 8분 음표이군요? 따안-이면 4분 음표. 32분 음표는? 후루루루.

다시 돌아와서, 속주를 해야 하는 악보에는 저런 함정이 너무나도 많지만 너무 좌절하지 말고 리듬을 정복했던 마음으로 딴딴 으따으따 입으로 외워가며 흐름을 따라가 보자. 선생님이 입으로도 할 줄 알아야 손이 움직인다고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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