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국비유학 15. AI에 대한 단상

그리고 사무관의 업무 방식에 대한 단상

by CH

공무원 국비유학

1. 국외장기훈련 선발

2. KDI국제정책대학원

3. 해외 대학 선택

4. 해외 대학 지원(1)

5. 해외 대학 지원(2)

6. 영국 비자 발급

7. 영국 거주 준비

8. 케임브리지 정착

9. 케임브리지 학기 시작

10. 케임브리지 적응과 몰랐던 것들

11. 케임브리지 생활과 칼리지

12. 케임브리지의 겨울

13. 케임브리지의 수업

14. 케임브리지의 두번째 학기



필자가 교육파견 기회를 얻어 일을 잠시 내려놓은 시기에 AI 붐이 일어났다.


AI 기술은 오래 전부터 발전해왔지만, 필자와 같은 문외한 일반인이 직접적인 관심을 갖게 된 건 2022년 ChatGPT 출시부터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 현재까지의 발전 과정과 속도를 보면 경이롭다.

ChatGPT를 필두로 접근하기 쉬운 UX를 가진 AI 서비스가 대폭 확장되었다.

정보 검색, 글쓰기, 회의 요약, 통번역, 학습, 발표 슬라이드 작성, 기획, 디자인, 데이터 분석 등 컴퓨터를 활용하는 모든 작업에서 여러 앱을 사용하여 작업시간이 크게 단축되었다.


2026년 현재의 양상을 보면,


1. 거대한 데이터, 자본, 고객을 가진 거대기업의 시장 잠식은 더 심해지고 있다. (OpenAI-Microsoft 진영, Google, Anthropic, Meta 등 소수의 초대형 AI 기업) 이에 따라 우후죽순 등장한 스타트업과 서비스가 문을 닫고 있으며, 다양한 기능과 편의성은 거대 기업과 모델로 편입되고 있다. AI 대두로 인하여 IT 업계의 전통의 강자들(Oracle, SAP, IBM, Cisco 등)도 위협 받고 있다.


2. AI 분야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2025년 1월 출시된 DeepSeek은 AI를 통해 패권을 공고히하려는 미국의 지배층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중국은 데이터 수집과 신기술 실증에 있어 자국 정치체계가 가진 장점을 AI 연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3. 실험과 재미 단계를 벗어나 AI는 일상생활에 사회 인프라로서 적용되고 있다. 규모가 있는 기업은 모두 워크플로우에 AI를 도입하였다. 민원 서비스에도 AI를 도입하고 있고 국가 인프라 전면에 적용되는 것도 시간 문제라 생각한다.




과거의 오피스 소프트웨어나 인터넷이 그러했듯, AI는 있으면 편리한 도구를 넘어 없으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전제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 도입의 속도와 범위가 과거 기술 확산과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것이다. 클라우드와 API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구조 덕분에, 기업과 개인은 대규모 초기 투자 없이도 즉시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AI는 특정 산업이나 직무에 국한되지 않고, 행정, 교육, 연구, 기획, 법률, 디자인 등 화이트칼라 업무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AI는 일자리를 즉시 대체하기보다는, 업무의 구성 요소를 빠르게 재구축하고 있다. 동일한 직무라도 AI를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생산성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노동시장과 조직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ChatGPT 출시 이후 켄트 벡(Kent Beck) 이라는 유명 개발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내가 가진 기술의 90%는 가치가 없어졌다. 그러나 나머지 10%는 가치가 1,000배가 되었다. 재조정이 필요하다 ." https://tidyfirst.substack.com/p/90-of-my-skills-are-now-worth-0?utm_source=chatgp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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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tidyfirst.substack.com/p/90-of-my-skills-are-now-worth-0?utm_source=chatgpt.com (켄트 벡은 살아가는 시간의 1~2%를 소요해 온 자연어 문장 구성을 ChatGPT가 자신보다 훨씬 잘 한다는 것을 예시로 든다.)


2025년 3월 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의 발언은 더 강력하다.

"3~6개월 안에 AI가 코드의 90%를 작성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2개월 후에는 AI가 사실상 모든 코드를 작성하는 세상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I think we’ll be there in three to six months — where AI is writing 90% of the code. And then in 12 months, we may be in a world where AI is writing essentially all of the code.”)




이런 시기에 직장에서 벗어나 기술의 발전을 더 근접해서 지켜볼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다.


필자 역시 석사과정 학습, 에세이 작성, 연구(논문)에 AI를 전면 활용하고 있다. Codex와 같은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통해 데이터 수집, 전처리, 모델링 코드를 작성하고 있는데, 소위 "바이브 코딩"으로 원하는 것을 자연어로 입력하여 컴퓨터에 시키고 결과를 받아보고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 중이다.


학생 혹은 연구자로서 이것이 올바른 학습 방식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필자는 러프한 기획안만 쓰고 (그 기획안조차도 AI의 검토의견을 반영하여 수정·구체화한다.), 지식을 탐구하고 연결하는 과정을 AI에 아웃소싱하고 있기 때문이다. AI의 산출물은 질문을 반복하여 이해하고 있지만,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기르는 데 있어서는 사상누각을 쌓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그 산출물이 필자의 역량보다 뛰어나고 작업시간이 크게 단축되어 이를 그만둘 수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필자의 역량으로 연구논문을 시간 내에 완성하고 졸업하려면 AI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이 자괴감과 희열이 동시에 드는 지난한 작업을 반복하며 한가지 깨달은 게 있다. 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사무관들의 업무 방식이 사실상 에이전틱 AI 사용과 같다는 것이다.


부처·부서마다 차이는 있지만 필자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국토교통부 사무관의 업무 범위는 매우 넓다. 보통의 사무관 1명은 법률(그리고 이에 파생되는 하위법령과 행정규칙) 또는 예산사업을 1개 이상 전담하고 있다. (부처 총괄 업무를 수행하는 기획조정실의 법제, 예산, 홍보 등 일부 예외 직무도 있다.) 평균적으로 2년마다 순환보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문성을 기르기는 불가능하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산하기관정부출연연구원(정출연. 또는 국책연이라고도 불린다.)이다. 공공부문의 여러 전문적인 업무는 이 기관들로 분리되어 정부부처와 협력하고 있다. 산하기관은 법에서 정한 범위에서 업무를 위탁 받아 수행하고, 정출연은 연구의 자율성이 다소 보장된다는 차이가 있으나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일을 수행하는 조직이란 점에서 본질은 같다. 그리고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일을 결정하는 게 정부부처 사무관들이기 때문에 정출연과의 협력은 일상적으로 나타난다.


※ 위 사례는 업무 관련 산하기관이나 정출연이 명확히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외부 기관의 조력 없이 조직 내외 공무원들끼리만 법령과 사례를 찾아보고 민간과 협의하며 일을 진행시켜야 하는 직무도 있다.


사무관은 새로운 정책을 만들거나 특정 사안에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하여 프롬프트를 입력하듯 이 기관에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답을 받아들고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게 환각(hallucination)이나 고의적인 거짓 정보는 아닌지. 답변자의 역량 부족이나 개인 또는 조직의 이해관계 등으로 인하여 잘못된 답변이 출력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기업 등 민간에 조언을 구하거나 제안을 받는 경우에도 같은 딜레마가 나타난다. 공무원은 특혜 시비나 감사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반대로 말하면 본질적으로 그 외에는 두려워할 게 없다. – 없어야 하는데 현실은 좀 다르기도 하다.) 이러한 리스크를 매우 크게 인식하는 편향도 존재한다. 어쨌든 정보의 사실여부 판단에 대한 딜레마 상황은 똑같다.


사무관이 이렇게 받은 답변이나 정보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부족한 시간과 자원 속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에이전틱 AI를 사용하며 이 딜레마의 기억이 떠올랐다.




사무관의 업무 방식에 있어 필자의 휴리스틱에 의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거대한 정보 덩어리에서 핵심만이라도 파악하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질문에 대한 답이 시원치않으면 더 파고 들어야 한다.

(호혜적인 정책이나 사업을 검토할 때 특히 중요하다. 누구나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부풀리고 아닌 것은 감추려 하기 때문이다. 모든 누수를 잡을 수는 없지만, 사회에 폐를 끼치는 것을 시행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내 생각을 교차검증한다. (검증 대상은 데이터가 아니라 데이터에 대한 내 생각)

교차검증 주체는 직속 상사(과장, 국장 등)가 될 수도 있고, 동료 사무관이나 학교 동기, 가족이 될 수도 있다.

(필자는 동료 공무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바쁜 업무시간 중에도 답해준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핵심업무와 아닌 것을 구분하고 후자는 전문성과 직업윤리를 믿고 과감하게 맡긴다.

모든 가능성을 완벽히 검토할 수는 없다. 작은 안건은 사소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때 가서 대처하면 된다. 사고가 나면 안 되는 업무들은 챙겨야 한다. 그게 좀 많다는 게 우리의 문제이지만.


지시는 체계적이고 명확하게 해야 한다.

좋은 프롬프트에서 좋은 답변이 나온다. 데이터사이언스에서 말하는 garbage in garbage out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답을 할 수 있는 적임자에게 물어봐야 한다.(본부장급과 얘기할 사안과 대리급과 얘기할 사안은 구분해야 한다. 해당 분야에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에게 물어봐야 한다. = 사안에 맞는 적합한 AI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 지시는 구체적일수록 좋다. 재량적 판단을 요구하려면 재량의 범위도 명확하게 설정해줘야 한다.




업무에서 얻은 이상의 깨달음은 AI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비슷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전문성을 외부 위탁한 우리나라 사무관의 업무방식이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치는 않았는데, AI를 사용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을 돌아보니 이게 오히려 AI 시대에 맞는 업무방식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는 필자가 제대 이후 진로를 탐색하며 했던 고민과 맞닿는다.


AI 시대에도 살아남으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가?)




그렇지만 필자는 AGI, ASI 등장이 시간문제라 믿기 때문에 마음 속 깊이 더 큰 고민을 갖고 있다.


인류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 뭘 해야 하는가?


(필자는 이 사안에서도 비관적 낙관론자 입장이다. 불확실하고 통제할 수 없는 미래는 즐겁게 맞아야지.)




최근(2026년 2월)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AI 분야 주요 연사들이 총출동하여 인사이트 넘치는 대화를 남겼다. 번역된 영상도 많으니 참고해보시길 바란다.


낙관론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5/12/05/E63WB7PIQ5CFNPN55SPQZWOMXA/


이미 우리는 특이점에 있다.

https://youtu.be/RSNuB9pj9P8?si=MZfee6-0u3xdXimj


보편적 입장

https://www.yahoo.com/news/articles/elon-musk-says-singularity-know-100100643.html?guccounter=1&guce_referrer=aHR0cHM6Ly93d3cucGVycGxleGl0eS5haS8&guce_referrer_sig=AQAAAFHx7GkL1x9TLb6RUWbcTZMJo-vmZbgVdGgYVOBWMqVUcwQ85IRD2V20HP_2c_4amhvLqRrKzcp1JqxbYyLsiYUSo6Zug_-RUoc3wfwJ0Lhs5J6s4loxeVGLyB1t-chR93hENBmgzo39oX76AOOVZWjScGxuhjkI-6JmcSRhALHc


최근 핫한 몰트북 관련 기사 (몰트북: AI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 AI봇 간의 대화를 볼 수 있다.)

https://fortune.com/2026/02/02/moltbook-security-agents-singularity-disaster-gary-marcus-andrej-karpathy/


머슴닷컴 (몰트북 아이디어를 차용한 한글 버전. 상당히 재밌다.)

https://www.merso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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