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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탐험가 김홍채 Nov 19. 2022

분노조절 2. 분노는 어떨 때 생기는가?

분노, 알고 다루기

[분노, 알고 다루기] 목차

1. 분노의 정의와 이론적 관점 (brunch.co.kr) 
2. 분노는 어떨 때 생기는가? (brunch.co.kr) 
3. 분노가 일으키는 반응 (brunch.co.kr) 
4. 분노를 터트린다는 것 (brunch.co.kr) 
5. 분노를 억누른 다는 것 (brunch.co.kr) 
6. 분노 표출 행동의 선택 (brunch.co.kr) 
7. 분노를 적절하게 드러내는 것의 필요성 (brunch.co.kr) 
8. 분노와 공격의 관계 그리고 남녀의 차이 (brunch.co.kr) 
9-1. 일어난 분노를 조절하기(인지행동 중심) (brunch.co.kr) 
9-2. 일어난 분노를 조절하기 (이런저런 방법들) (brunch.co.kr) 
(참고) 분노와 분노 표현에 대한 심리학 연구 개관(요약) (brunch.co.kr)

 

 2. 분노는 어떨 때 생기는가?

 

 사람이 분노를 느낄 때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피해를 입었다’라는 감각입니다. 단 여기서 피해라는 것은 ‘다쳤다’ ‘물건이 부서졌다’ ‘돈을 빼앗겼다.’ 등의 물리적인 만은 아닙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기대를 저 버렸다’ 등의 심리적 손해도 포함합니다. 오히려 심리적 손해가 일상적인 분노에 있어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일상생활 중에 분노를 느낀 원인 중 대부분은 ‘상대방의 자기중심적인 태도(예,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도와주지 않는다), 약속 깨기와 위배(예, 한 번 결정한 것을 지키지 않았다)’, ‘욕보이거나 무례한 태도(상대방을 중상모략하거나 깔보는 언행)’ 등의 심리적 피해가 대부분입니다. 물리적 피해에 의한 것은 불과 수 %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일상적인 분노에 관한 다른 연구결과에서도 물리적 피해보다는 심리적 피해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우리가 피해를 당했다고 반드시 분노를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친구가 부모의 사정으로 멀리 이사를 가게 된 경우(좀처럼 만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큰 심리적 손해가 되지만) 분노보다는 오히려 슬픔의 감정이 생기기 쉬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분노를 느낄 때는 피해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서 ‘가해자의 책임감’ 판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분노의 생성에는 피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피해의 책임이 특정의 다른 사람에게 있다’라는 것이 필요조건으로 있어야 합니다. ‘싫다는 생각을 하고 또 누군가의 책임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느낄 때 분노가 생기는 것입니다. 피해 그리고 가해자의 책임성은 분노를 일으키는 데 필요한 2대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노의 인지구조]


 이처럼 분노를 포함한 다양한 감정의 발생을 인지 요소(사고/판단의 차원)의 조합으로 설명하는 입장은 감정의 인지 구조설이라고 합니다. 많은 학자가 감정의 인지구조를 연구하고 있지만 이 이론이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노감정의 인지 요소로 흔히 거론되는 것으로는 사건의 유쾌 불쾌에 관한 판단인 ‘쾌적성’, 그 사건이 개인에게 어느 정도 중요한가 하는 ‘목적 관련성’, 누가 그 사건을 일으켰는가에 관련된 ‘주체성’, 사건의 발생을 통제할 수 있었는가에 관한 ‘통제 가능성’ 등입니다. 앞서 분노에는 피해 그리고 가해자의 책임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만 ‘쾌적성’, ‘목표 관련성’은 피해의 정도에 관한 하위 요소이고 ‘주체성’, ‘통제 가능성’은 가해자의 책임성에 관한 하위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은 어떤 사람?]


 단, 여기서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책임’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 그 영향의 정도가 각기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보면 이사 간 친구에 대하여 분노를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이사를 하여 멀리 떨어져 만나기 어렵게 되었다는 행위의 책임은 친구에게 있다는 판단에 기반을 둔 분노일 것입니다.(부모를 설득하여 이사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심리적 피해에 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만 분노는 어느 의미에서 개인의 ‘생각’에 기초하여 생기는 감정이므로 다른 사람의 분노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걸핏하면 화내기’에 차이가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러한 상황 판단에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즉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는 것은 보통사람보다도 피해나 책임성을 크게 평가하기 쉬운 사람이고 반대로 쉽게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그러한 요소를 작게 평가하는 경향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해나 책임성을 크게 느끼기 쉬운 성격으로서 알려져 있는 것이 ‘파라노이드 인지(paranoid는  편집적인, 과대망상적인)입니다. 파라노이드 인지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언동 배후에 자신에 대한 악의나 적의를 쉽게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악의나 적의를 느낀다는 것은 당연히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되고 이렇게 악의를 품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 피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성격 경향을 가진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약속에 지각한 상대방에 대해서도 ‘자신을 경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든지 ‘자신에게 짓궂게 군다’라고 생각하게 되어 분노를 쉽게 느끼는 것입니다.


[그냥 열받는 상황은?]


 그러나 여기서 의문이 생가는 것은 우리들은 피해나 가해자의 책임성을 매번 엄밀하게 판단하여 분노를 느끼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분노를 느낄 때까지 일부러 그런 것을 생각할 시간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일상생활 중에도 지나고 나서야 ‘왜 그런 일로 열을 받았을까’ ‘평상시 같았으면 화를 낼 일은 없었을 텐데’라고 느끼는 일도 있습니다. 이것은 공격행동에 관한 연구에 있어서 예전부터 지적되어 온 ‘충분한 인지 처리를 거치지 않는 충동적인 분노 프로세스’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고전적 이론으로서 달라드(Dallard)의 ‘욕구불만-공격설’이 있습니다.(Dallard et al., 1939) 여기서 욕구불만이란 어떤 목표를 향해 행동이 시작되어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을 시작했는데 중도에 방해를 받은 상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급하게 서두르고 있는데 전철이 늦어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는 경우와 무언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고 있을 때 부모가 심부름을 시켰을 때 등이 있을 것입니다. 이 이론에서는 모든 공격행동의 기반에는 반드시 욕구불만이 존재하고 또 욕구불만은 항상 어떤 형태의 공격을 일으킨다라고 주장합니다. 욕구불만은 심리적 피해의 하나로 생각되지만 반드시 책임성의 판단이 수반되는 것은 아닌 셈입니다.


[분노를 일으키는 자극]


 그 후 베르코비츠(Berkowitz,1962)는 ‘욕구불만-공격설’에 수정을 가하여 공격 단서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욕구불만 이외에도 모든 불쾌한 감정은 공격을 동기 부여한다고 합니다. 확실히 무더운 상황이나 소음이 심한 상황에서는 사소한 것으로도 짜증이 나는 일이 흔히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불쾌 감정에 의해 생기는 공격 준비 상태와 그 상황 안에 있는 공격 단서(무기 등 공격을 연상시키는 자극)가 있음으로써 공격행동이 야기된다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욕구불만에 의해 불쾌 감정이 환기된 상태에 있는 실험 참가자는 배드민턴 라켓이 놓여 있는 상황보다도 권총이 놓여 있는 상황에서 보다 공격적으로 반응하기 쉽다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1989년 베르코비츠는 보다 포괄적인 이론인 ‘인지적 신연합 이론’을 주장합니다. 이 이론은 우리들 마음속에 다양한 인지, 감정, 행동이 상호 연계된 심적 네트워크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격에 관련된 어떤 현상을 보고 듣거나 특정 상황에 놓이든지 하면 그 이외의 공격에 관련된 인지 감정 행동에도 자동적으로 활성화가 촉진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인지적 신연합주의란 좌절이 공격의 유일한 원인이라기보다는 잠재적으로 공격을 일으킬 수 있는 많은 요인 중의 하나라는 입장입니다. 즉, 좌절은 혐오스럽고 불쾌한 경험이기 때문에 공격을 일으키는데, 좌절은 불쾌한 감정을 초래하고 이 감정은 자동적으로 공격이나 도피 행동을 유발합니다. 그런데 이 중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는 그 경험과 관련된 기억이나 생각에 따라 달라집니다. 인간은 좌절한다고 반드시 공격성을 보이지는 않는데 인지적 신연합주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판단인가 충동인가]


 이 이론에 따르면 모든 불쾌한 상황이나 공격에 관련된 자극은 무의식적으로 충동적인 분노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하면 ‘감정은 각 인지 요소를 분석 판단함으로써 생긴다’라고 하는 인지 구조설의 전제 자체에 의구심이 생기게 됩니다. 실제로 인지 구조설을 비판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이언스(Zajonc, 1980)는 감정의 발생에는 인지과정을 필요 없고 많은 감정 반응은 인지활동이 생길 시간이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나고 인지와 감정은 독립적 시스템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비판에 대하여 인지 구조설의 입장에 있는 라자루스(Lazarus, 1982)는 감정은 완전하게 정보 처리된 후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개인은 사건의 전모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전부터 조금씩 그 상황을 평가해 가는 것이고 정보처리의 초기 단계에서의 자극에 반응하여 일어나는 신속한 평가에 있어서도 감정이 환기되어 나아가서는 그 순간의 반응이 다음의 평가과정을 좌우한다라고 주장합니다.


 또 르두(LeDoux, 1987)에 의하면 뇌신경과학의 입장에서도 자극에 대하여 자동적 정보처리회로(대충 어림잡는)와 고도 인지적 정보처리회로(복잡한 평가과정을 거쳐 일어나는)의 두 가지 경로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분노의 환기에는 그림처럼 충동적 프로세스와 판단적 프로세스가 동시 진행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분노의 충동 프로세스와 판단 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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