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 도그 프렌들리(dog friendly) - 2
(1편 이어서)
9월 마지막 날, 헬싱키행 비행기에 올랐다. 열흘간의 휴가 중 7일은 베를린, 나머지 사흘은 헬싱키에서 보낼 계획이었다. 그날 오전 핀에어 여객기는 예정된 시간에 인천 상공을 가로질렀다.
1만m 상공에 진입했을 무렵, 어디선가 양- 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고보니 서너 자리 앞에 앉은 승객이 동물과 동승한 것. 그 소리를 들어보니 그리 크지 않은 고양이 한 마리가 주인 발치에 있는 것 같았다. 참고로 핀에어는 8kg 미만의 동물에 한해 기내 동승을 허가한다. 방문만 닫아도 마구 짖던 생전의 벤 같았으면 어림도 없겠지만.
기내의 동물 케이지를 보면서, 언젠가 들은 적 있는 핀란드의 반려동물 문화를 떠올렸다. 이 나라에선 반려견을 '구입'하는 대신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하는 인구가 더 많다. 도그 시터(dog sitter) 문화도 발달해, 친분이 없어도 장기 외출시 개를 맡기는 게 자연스럽다. 그것도 무료로.(https://www.trustedhousesitters.com/house-and-pet-sitters/finland/uusimaa/helsinki/dogs/)
고작 며칠간 머문 도시에서 시내의 개 몇 마리를 보고 '이 나라 사람들은 개를 굉장히 좋아해요' 라고 적는 건 웃긴 일이지만 정말 그렇다. 적어도 내가 본 주인들의 면면은 그랬다. 앞서 머문 베를린보다 개 출입 금지 팻말이 더 많이 보이긴 했지만, 헬싱키도 도그 프렌들리 라는 수식이 썩 어울리는 도시다.
아래는 직접 찍은 헬싱키 개들.
벤과의 5600일 - 프롤로그
벤과의 5600일① 대낮의 실종
벤과의 5600일② 녀석의 간식들
벤과의 5600일③ 벤과의 러닝
벤과의 5600일④ 털 손질
벤과의 5600일⑤ 오줌 소탕작전
벤과의 5600일⑥ 사진 수집을 게을리한 개 주인의 푸념
벤과의 5600일⑦ 벤의 소리들
벤과의 5600일⑧ 개와 목줄
벤과의 5600일⑨ 타이오와의 만남
벤과의 5600일⑩ 타이오와의 이별
벤과의 5600일⑪ 베를린의 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