⑬ 벤도 이렇게 키울 걸 - 1 (코타로와 나)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kotaro'를 적으면 시바견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도쿄 거주 한국인이 운영하는 이 계정엔 시바견 코타로의 사진 1000여장이 올라와 있다. 어찌 보면 흔하디 흔한 '개스타그램'이다.
그런데 좀 더 들여다보면 코타로 주인의 육아가 그리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개와 단둘이(아마도) 캠핑을 가고, 함께 시부야에서 쇼핑을 하고, 할로윈 코스튬도 한다. 다수의 사진에는 산책 낮잠 등 누렁이 시바견의 일상이 담겨 있다.
코타로는 인기도 많아서, 팔로워가 2800명이 넘는다. 빗질하고 씻기고 먹이를 주는 건 코타로의 아빠지만, 주인 못지않게 녀석에게 관심을 갖는 삼촌 이모들이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둘의 생활을 알게 된 건 녀석의 이름을 딴 '코타로와 나'라는 책을 읽고서다. 2012년 코타로를 분양 받아 키우기 시작한 저자의 육아는 남다르다. 녀석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려 이사와 이직을 했다. 코타로와의 산책을 위해 회식에 거의 빠지거나, 가더라도 1차만 참석한다. 코타로와 아빠는 저 멀리 1박 여행을 위해 신칸센에 동승하고, 유모차와 함께 긴자 거리를 거닌다. 이 모든 에피소드가 인스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몇 가지 생각이 든다. '아 이렇게 키워야 하는구나' '저 많은 걸 다 포기한다고?' '꼼꼼하네'. 책 서문만 봐도 저자가 코타로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다.
공부도 열심히 한다. 그는 코타로를 분양 받기 전에 일본 각지의 브리더(breeder)들의 사이트를 다 훑어보고, 시바견 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쌓았다. 저자는 특히 브리더를 통한 분양을 강조했다. 앞서 읽은 책 '뉴스킷 수도원의 강아지 훈련법'에도 적혀 있기를, 애견샵의 강아지들은 공장 방식(?)으로 길러지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불안을 쉽게 느낀다. 벤도 생전에 그랬다.
책은 200쪽이 조금 넘는 사진 에세이로 금세 읽힌다. 배변을 익히고 어떤 간식을 주고 예방접종을 하는 등 소소하지만 꾸준한 일기와 사진을 남긴 저자의 수집벽이 돋보인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개인적으로) 귀여움으론 어떤 개에게도 뒤지지 않는 시바견의 온갖 자태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결국 기록이다. 미약하지만, 나는 지난해 여름부터 벤이 떠난 11월까지 일기 몇 편을 썼다. 녀석과의 갑작스런 이별 탓에 계획한 분량의 5분의 1도 못 채웠지만, 이것이나마 적어둔 게 어디냐는 위안도 해본다.
벤과의 5600일 - 프롤로그
벤과의 5600일① 대낮의 실종
벤과의 5600일② 녀석의 간식들
벤과의 5600일③ 벤과의 러닝
벤과의 5600일④ 털 손질
벤과의 5600일⑤ 오줌 소탕작전
벤과의 5600일⑥ 사진 수집을 게을리한 개 주인의 푸념
벤과의 5600일⑦ 벤의 소리들
벤과의 5600일⑧ 개와 목줄
벤과의 5600일⑨ 타이오와의 만남
벤과의 5600일⑩ 타이오와의 이별
벤과의 5600일⑪ 베를린의 개들
벤과의 5600일⑫ 헬싱키의 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