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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Oct 20. 2023

생고기 2인분이랑 치즈볶음밥 주세요~!

삼삼이네 생고기

{EP19}

 

4장. 성수동 사람
성수스러운 맛집 시리즈 -1


사장님
생고기 2인분이랑 공깃밥 하나, 된장찌개 하나,
그리고 치즈 볶음밥 주세요~!


삼삼이네 생고기

성수구길에서 영동대교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삼삼이네 생고기. 덕지덕지 간판 스티커가 붙은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종이호일로 감싼 누런 조명에 압도된다. 생고기 8,000원 삼겹살 12,000원으로 가격이 무척 저렴한데, 나는 절대 삼겹살을 시키지 않는다. 이 집은 무조건 생고기를 먹어야 한다. 생고기는 앞다리살을 의미하는데, 그냥 앞다리가 아니다. 무려 '껍데기'가 달린 앞다리살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삼겹살, 혹은 기름기가 많은 항정살 같은 특수부위를 구이로 먹는다. 살면서 앞다리살 구이를 파는 식당은 삼삼이네 말고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삼삼이네 앞다리살 구이를 한번 먹어본다면, 삼겹살보다 더 깊은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 다른 부위보다 기름기가 적어 담백해 입에 끊임없이 들어가고, 특유의 살코기와 꼬소한 껍데기의 조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영롱한 생고기 자태, 황홀하다

감히 삼겹살보다 뛰어나다고도 말할 수 있다. 지난겨울, 동네에 놀러 온 친구에게 최애 맛집이라며 삼삼이네로 부른 다음 삼겹살을 쏜 적이 있는데, 생고기보다 두께가 얇고 기름이 많아 굽기 어려워서 바짝 마른 삼겹살을 먹었었다. 맛집이라며 떵떵거리고 온 게 머쓱했던 기억이 있다. 역시, 특별한 날이라고 안 하던 짓 하면 안 된다. 


‘사장님, 생고기 2인분이랑 밥 하나, 된장찌개 하나 주세요’ 

카를로와 둘이 가면 항상 이렇게 주문한다. 이 집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상추와 버섯은 추가 금액을 내고 주문해야 한다. 그래봤자 천 원 이천 원 정도라 그마저도 부담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삼삼이네를 수십 번 갔어도 버섯이나 상추를 추가한 적은 없다. 고기파인 나와 카를로는 차라리 고기를 추가 주문하는 편이다. 기본 반찬도 아주 실하게 나온다.  부추와 콩나물은 고기 옆에 구워서 숨을 죽여준다.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시스템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눈치챘겠지만, 둘이서 왜 밥을 왜 하나만 시키냐면 다 계획이 있다. 이 집의 킥(Kick), 치즈 볶음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삼이네 볶음밥은 그냥 볶음밥이 아니다. 단돈 2천 원이다. 치즈 추가 같은 거 없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볶음밥 하나를 시키면, 밥 한 공기는 충분히 넘을 정도로 넉넉한 양의 볶음밥을 비벼주신다. 치즈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들어가 있다. 다른 식당에서는 치즈 값만 2천 원씩 받는데, 기본으로 추가해 주신 사장님의 배려에 항상 감동하며 볶음밥을 바닥까지 긁어먹곤 한다. 

어느 날 삼삼이네에서 볶음밥을 시켰는데 치즈가 안 들어있던 적이 있었다. 깜짝 놀라 속으로 ‘역시.. 요새 치즈 값이 올랐나 보다.. 결국 여기도 치즈 추가 제도가 되었구나..’하며 혼자 짜게 식어가고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내 정신 좀 봐!'라고 하시며 치즈를 들고 주방에서 뛰쳐나오셨다. 역시 괜한 걱정이었다. 


가끔 볶음밥에 불친절한 식당들이 있다. 신당에 한 곱창 집에서 볶음밥을 시켰는데 20분 동안 안 나오길래 주문 들어갔냐고 묻자, 갑자기 볶음밥 팔아서 남는 것도 없다며 퉁명스럽게 볶아주던 직원분이 아직까지 기억난다. 또 언제는 감자탕 집에서 볶음밥을 시켰는데 1인분에 3천 원인데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거나 해서 기분이 팍 상한 적도 있다. 여튼, 삼삼이네는 그런 곳과 다르다. 볶음밥 때문에 상처받은 분들, 삼삼이네로 오면 될 것 같다.


삼삼이네는 모두 한돈 고기를 쓰고 있기 때문에 고기 질이 매우 좋다. 광고 아니냐, 한돈인 걸 어찌 알았냐고? 가보면 안다. 온갖 벽면에 전부 한돈 포스터가 붙어있다. 삼삼이네 유리벽에선 다른 정보를 찾아볼 수도 있다. 사장님의 조기족구회 회원 모집에 대한 글이다. 나는 볼 때마다 카를로 보고 가입하라고 한다. 가끔 운이 좋으면 동호회 사람들이 회식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삼삼이네를 먹고 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쳐대는 ‘삼겹살 신드롬’이 모두 허상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삼겹살 먹고 싶다는 말은 사실 돼지고기 구이가 먹고 싶다는 말이 아닐까. 꼭 삼겹살이 아니어도 되는 것 아닐까, 그저 돼지고기구이와 그 기름에 구운 김치와 생마늘을 곁들여 먹고 싶다는 말 아닐까. 오늘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앞다리살 구이를 먹어보는 것 어떨까? 오늘도 난 삼삼이네를 가면서 외친다. 


‘앞다리살 붐은 … 분명히 … 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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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날것이 모여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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