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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칼 하나랑 들깨옹심이 하나요~!

성수에 살아서 다행이야, 이랑칼국수

by 이솔

{EP20}


4장. 성수동 사람
성수스러운 맛집 시리즈 -2


사장님
여기 닭칼 하나랑 들깨옹심이 하나요~


이랑칼국수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식당은 '쓰러져 가는 노포 감성'이다. 이랑칼국수는 이와 정 반대의 외관을 가졌다. 깔끔한 신식 인테리어로, 얼핏 봐서는 다소 무난하고 평범한 식당처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집 가는 길에 마주쳐도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유튜브 맛집 영상에서 이랑 칼국수가 튀어나왔다. 동네 밥집이라고 생각했던 식당이, 인터넷 세상 유명 맛집이었다니.. 알고 보니 내 친구가 슈퍼 히어로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의 기분과 비슷할까.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닭칼국수가 단돈 만천 원이니 실패해도 본전이다 생각하며 가봤는데, 이게 웬걸? 긴말 필요 없다. 이제 저녁에 뭘 먹을지 모르겠을 때 이랑칼국수를 간다.


IMG_5023.HEIC 나의 사랑 닭칼.


이 집에 정말 남는 게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은 바로 식전 보리밥이다. 메뉴가 나오기 전에, 두 숟가락 정도 분량의 보리밥을 주신다. 거기에 반찬으로 나오는 열무김치와 고추장을 비벼 먹으면 열무 비빔밥이 입맛을 돋운다. 더 엄청난 점은! 정식 메뉴에 9천 원짜리 열무 비빔밥이 있다는 점이다. 정식 메뉴에 있는 메뉴를 애피타이저 메뉴로 맛 보여준다는 점이 이 집의 강력한 Kick이다.


IMG_5018.HEIC 찐한 들깨향이 일품. 술 마시고 들깨옹심이 먹으면.. 술이 덜 깨~


카를로와 둘이 가면 나는 닭 한 마리 칼국수, 카를로는 들깨 옹심이를 주문한다. 닭칼국수는 작은 닭이 한 마리 통째로 들어가 있다. 가게에서 직접 반죽한 야들야들한 생면 칼국수를 한입 즐기고, 담백한 닭고기를 겨자 소스에 찍어서 두 입 즐긴다. 광화문에 미국 대사가 즐겨 찾았다는 닭 한 마리 집도 가보았지만, 이랑칼국수가 몇 수 위다. 일단 닭고기 양이 압도적으로 많고, 겨자 소스의 감칠맛이 엄청나다.


나만의 소소한 팁을 전하자면, 닭칼국수를 먹기 전, 칼국수 면을 한 젓가락 떠서 들깨 옹심이 국물에 퐁당 적셔 먹는 것이다. 그러면 야들야들한 특유의 칼국수를 들깨로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IMG_4745.heic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이랑칼국수에서 파티


주변 회사원들 점심 메뉴로 인기가 좋다는데, 감사한 점은 저녁까지도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아마 강남이었다면 분명 점심에 만천 원에 팔다가 저녁에는 가격을 올렸을 것이다. 이랑 칼국수에서는 만 원대 닭 한 마리 칼국수가 종일이다. 먹을 때마다 정말 경건하게 감사한 맘이 든다.


배불리 다 먹었다면, 기분 좋게 결제를 마치고 커피 한잔을 뽑는다. 요새는 100원을 넣지 않아도 후식 커피를 즐길 수 있어서 참 좋다. 나 어릴 때만 해도 100원 없으면 못 먹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분명 배가 터질 것 같지만, 은은한 헤이즐넛 향과 달큰한 향이 가득한 커피를 한 손에 쥐고 썰렁한 가을 날씨를 느끼며 산책을 하면, 더 바랄 것이 없이 행복하다. ‘그래 이 맛에 성수 산다~’를 세 번 정도 얘기를 하면 그날의 산책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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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구집자,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자

{EP3} 가계약금 반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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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집 밖 화장실이 괜찮았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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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꽤나 실용적인 죽음의 쓸모

{EP8} 엄마가 요즘 들어 부쩍 많이 하는 말

{EP9} 싸구려 월세방이 내게 준 교훈

{EP10} 집을 꾸미고 살아야 하는 이유


{EP11} 서울 상경, 그 저평가된 행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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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우리 마음은 어쩌면 사포일지 몰라

{EP14} 그래 나 친구 없다! 20년 만의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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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힙한 동네 성수에 대한 오해

{EP19} 생고기 2인분이랑 치즈볶음밥 주세요~!




ps.

날것이 모여있는

인스타도 놀러 오세요 @solus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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