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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빗 Jun 09. 2019

#23. 영화 '기생충'으로 본 가난

가난한 가족

영화에 나오는 기택(송강호)네 가족은 반지하에 살고 가족 모두가 무직이다. 와이파이를 쓰려면 남의 집 아이피 타임이 잡히는 화장실로 가야만 했고, 밥을 먹는 식탁 위에는 꼽등이가, 밤에는 반지하에서 취객의 노상방뇨를 실시간으로 목격해야 한다. 이 집의 하나뿐인 수입원은 피자 박스를 접는 일이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된 돈을 못 받지만, 특이하게도 가족들 중 누구도 서로를 원망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다.


영화 '기생충', 와이파이 훔쳐 쓰는 중 출처: 네이버

영화는 아들인 기우(최우식)의 친구가 고액과외를 소개해주면서 갑과 을이면 절대로 만날수 없는 기택과 박사장(이선균)의 두 가정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기우의 친구(박서준) 역시 상류층의 자제이며 그가 기우에게 고객 과외를 소개해주는 이유가 재밌다. 그는 박사장의 딸을 좋아하고 있으며, 대학에 입학하면 사귀겠다고 기우에게 말한다. 그는 이미 기우는 박사장의 딸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기저에 깔고 소개를 해준 것이다. 이 둘의 부의 격차는 지식의 격차로 이어진다. 명문대에 들어간 친구와 달리 기우는 4번이나 수능 실패를 겪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아마 기우 친구는 강남 8학군에서 비싼 사교육을 받았으며, 대학교 입학 후 알바 할 필요없이 학교 근처 오피스텔에서 부모님 명의의 차를 끌고다니면 수월하게 대학교를 마쳤으리라.


피자를 접는 기택이네 출처: 네이버

보이기 시작하는 부의 격차

중고등학교 때는 쉽게 보이지 않던 부의 격차는 성인이 된 후 더 크게 느껴졌고, 가난한 기우의 취향은 질식당하고 시야는 좁아졌을 것이다. 이는 기우에게만 제한되지 않고 가족 전체를 집어삼켰다. 그들의 가지고 있는 돈의 지출을 실패하지 않기 위해 이미 검증된 가성비 좋은 제품만을 소비했을 것이고, 선택지는 더욱 좁아져 그들의 취향은 메마르고 소비를 실패할 여유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기택이네 반지하 출처: 네이버

기우를 기점으로 모든 가족들이 박사장 집에 취업하게 되면서 그들의 기생은 시작된다. 가족 전체가 박사장 집에 입성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유'였다. 상류층들에겐 여유가 넘친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상대에게 절절매지 않으니 자세가 당당하다. 이게 바로 연교(조여정)가 속은 포인트다. 그들의 여유로움이 자신들은 그어놓은 마지노선까지 들어오게 허락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반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초조함과 불안한 기운을 뿜어낸다. 눈빛부터 제스처까지 본인은 모르는 불안함으로 인해 되는 놈은 되고 안 되는 놈은 안 되는 루프의 시작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뼛속까지 스며들어있는 반지하의 냄새는 지울수 없었다.


박사장과 연교의 여유로운 표정 출처: 네이버


현실에 부딪힌 가난한 사랑

기우와 다혜(박 사장 딸, 현승민)는 과외를 하면서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상류층의 파티를 보면서 '너는 내가 여기 어울린다고 생각해?'라며 다혜에게 묻는다. 평생을 자신의 기득권을 당연하게 여겨온 다혜는 그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기우는 이미 알고 있다. 이 가난이라는 고리를 쉽게 끊을 수 없다는 것을, 벗어나려 할수록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책망하며 돈 앞에 초연한 태도를 보이려 하지만 결국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면 절대 엮일 일 없는 두 가정의 마무리는 사기극을 알아챈 또 다른 가난한 가정에 의해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유명 건축가가 지은 저택과 가는 길 출처: 네이버

영화 중반, 가정부 문광(이정은)과 운전기사를 기택의 계략으로 내보낸 후 박사장은 기택을 '일은 잘하는데, 선을 넘을 듯 말듯한다'라고 말한다. 박사장이 말하는 '선'은 아마도 그들 사이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를 말하는 것이다. 상류층과 다르게 일반인들이 정치의 변화가 본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은 많이 없다. 갑과 을 즉, 경제의 차이는 대화 주제에 격차를 만들고 그 차이로 인해 그들이 누리는 문화는 나뉠 것이고 그 문화는 이너 써 글(Inner circle)이라는 그들만의 사회(League)를 만들고 견고하게 쌓아 올려 가난한 이들과 높은 벽을 만들 것이다. 


부유와 가난은 길이라는 '선'으로 나뉘기도 한다. 출처: 네이버


7번째 장편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사회 구조의 양 끝의 가정을 한 곳에 모아 사회의 부조리를 잘 담아냈다. 영화는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고 입 밖으로 꺼내진 않지만 가난으로 인해 생기는 차이를 블랙 코미디로 보는 이로하여 금 각기 다른 해석과 이해를 잘 끌어냈다.


#1. 대화가 안 통하는 그들과의 대화

#2. 너는 꼰대다

#3. 썩은 사과

#4. 타인을 조종하는 기술

#5. 지식의 저주

#6. 재미로 알아보는 대기업 인재상

#7. 마윈은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지 않았다.

#8. 담당자가 뽑은 100% 탈락하는 10가지 이력서

#9. "높은 연봉"을 부르는 자세 2가지

#10. 상대는 바쁘다, 핵심부터 말하자

#11. 문화소비를 주도하는 사람들

#12. 이직 & 퇴사를 잊게 해주는 매니저

#13. 아마존은 어떻게 돈을 벌까?

#14. 우리가 지불하는 비싼 소속감

#15. 서울에서 집 구하기 = 하늘에서 별따기

#16. 영화 '빅쇼트'

#17. 승진할수록 무능력해지는 이유

#18. 연봉 올리는 방법

#19. 학벌은 중요한가?

#20. 버려지고 있는 90년대생

#21. 직장인의 성장과정

#22. 직장인 사춘기-대리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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