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입까지만 갔어도 너무 좋았던 아침 산책
아침 일찍 조식을 먹고 있는데, 디랜다가 영도 가기 전에 산책하는 건 어떠냐고 나에게 물어보았다.
“산책?”
“응, 해운대 옆에 철길이랑 산책로 있다네”
“미포 철길 말하는 거야?”
“거긴가보다”
“나는 가도 되고 안 가도 돼. 하고 싶은 대로 해~”
디랜다의 예상 밖 질문에 나는 얼떨떨했다. 내가 알고 있는 디랜다는 여행 계획대로 움직이는 스타일인데, 계획에 없는 여행지를 가겠다니. 내가 디랜다를 잘못 알고 있었던 건 아닌지, 헷갈림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우린 짐 챙기고 체크아웃하면서, 달맞이길 가는 법을 게스트하우스 직원분께 여쭤보았다. 버스로도 갈 수 있지만, 1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한단 얘기에 우린 망설임 없이 동네 구경도 할 겸 슬슬 걸어갔다 오자고 결정을 내렸다. 산책하기 좋은 곳이라, 본인도 종종 조깅하고 온다는 직원분 이야기에 우린 한껏 기대하며 밖을 나섰다.
“쭉 직진해서 바다 보이면 왼쪽, 또 쭉 가다가, 작은 로터리 나오면 한시 방향. 작은 펍 위쪽. 직진! 맞지?”
“그럴걸?”
이번엔 길 안 잃어버리고 잘 가고 있다며 신나게 걷고 있는데. 역시나 다를까. 길치라는 걸 손수 인증하듯, 또 길 잃어버렸다. 길을 가도 아파트 단지와 큰 도로만 보이자 우린 그제야 지도를 켜보았다. 하아. 15분 더 걸어야 한다니.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나 혼자 여행 와서 길 잃어버린 거라면, 마음 편하게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천천히 동네 구경하면서 갈 텐데. 빨리 찾아야 한다는 마음에, 마음이 조금 조급해졌다. 혹시나 디랜다가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친구에 대한 걱정 하나하나가 신경 쓰였다.
달맞이 길은 초입부터 오르막길이었다. 안내를 보니 대략 8km에 이르는 길. 시간상, 송정해수욕장까지 완주는 못 해도 문텐로드는 잠깐 들려보자며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까지 힘들게 걸어왔는데 또 오르막길이라니. 귀찮음이 슬슬 몰려왔다. 그래도 숨 좀 가쁘면 어떠냐고. 이렇게 멋진 곳에 올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일이라며, 스스로 달랬다. 우리는 나무 밑 그늘진 길 따라 천천히 걸었다.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사파이어 보석처럼 작고 동그랗게 보여서 신기했다. 바닷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뭇잎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따가운 햇볕이 나무 사이사이로 내리쫴 오는 걸 보니, 가을이지만 아직 여름 같은 날씨라 생각했다.
땀을 식히고 천천히 올라가는 길. 우리는 어느새 문텐로드 초입에 도착했다. 숨도 고를 겸, 입구 초입에 있는 작은 전망대에 올라 바다 풍경을 바라보았다. 와아. 탁 트인 바다와 해운대 전경이 이렇게 작게 보이다니, 꽤 높이 올라왔다 생각했다. 코발트블루와 세룰리안블루가 섞인 바다. 그 바다를 지금 여기서 보고 있노라니, 내 마음마저 시원해지는 듯했다.
‘어? 여기서부터는 흙길이네. 등산길인가?’
하얀 운동화가 더러워지겠지만 그쯤 어떻냐며, 나는 성큼성큼 길을 나섰다. 디랜다가 잘 따라오는지 옆을 바라보니 안 보인다. 뒤돌아보니, 디랜다가 계단 앞에서 갈지 말지 망설이고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안 가면 아쉬운데. 나는 디랜다에게 5분만, 아니, 첫 쉼터까지만 갔다 오자며 졸랐다.
“그래도 걷기 편하지 않아?”
“응 괜찮아. 걸을만하네.”
“그치 그치. 오솔길처럼 평평해서 좋다.”
디랜다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토끼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등산처럼 느낀 건가?
디랜다는 사실 자긴 등산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며, 체력 많이 길러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여행 가면 많이 돌아다니고 잘 걷는다고 해서, 전혀 걱정 안 하고 있었는데. 디랜다의 의외의 대답에 나는 당혹했다. 난 아직 더 걷고 싶은데….
우린 쉼터에 서서 반짝거리는 바다와 이름 모를 섬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다시 돌렸다. 이제는 정말 돌아가야 할 시간. 마저 가지 못한 길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남은 길을 산책하지 못해 아쉽지만, 아침바다와 숲 내음을 즐겼으니 이 정도면 산책 많이 한 거로 생각하기로 했다. 언젠가는 다시 올 테니까. 다음 여행을 위해서 미련을 조금 남겨두고 떠나는 것도 꽤 멋진 일이라며 자신을 스스로 다독거렸다. 다음번에는 달빛이 스며든, 문텐로드를 느낄 기회가 오길 바라며, 나는 길을 나섰다.
미포 철길&문텐로드 가는 길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왼쪽으로(달맞이고개 방향) 해변 따라 걸어가시면 됩니다. 걷다 보면 미포 쪽에 작은 로터리가 하나 보여요. 로터리 근처에는 식당들과 작은 펍이 하나 있는데, 그쪽으로 위로 쭉 올라가시다 보면 오른쪽에 미포 철길이 나옵니다. 미포 철길을 지나면 달맞이길 입구가 나오고요. 달맞이길 따라 걸어가시면 문텐로드가 나옵니다. 위 그림에서 빨간색 선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연두색 선은 아니에요!)
뚜벅이 셋이서 부산여행, 2박 3일 여행기
DAY 1: 부산역 - 해동용궁사 - 숙소 – 해운대 노을 – 해운대 원조 할매 국밥 - 가방 정리 - 영화의 전당& '아틱'관람 - 숙소
DAY 2: 문텐로드&미포 철길 - 모루 식당 - 초키 만남 - 흰여울 문화마을&절영해안산책로 - 깡통시장&자갈치시장- 숙소
DAY 3: 조식 - 용두산공원&부산타워 - 중구 기사식당 - 초량 이바구길 - 명성 횟집&백구당&구 백제병원(핸즈 브라운 카페) - 부산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