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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Dec 13. 2024

어떻게 감정의 덫에 걸리게 되는 걸까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감정의 민첩성을 얻어 자기 목적에 맞는 길을 걸어가기>에 이어서 수전 데이비드가 쓴 <감정이라는 무기> 2장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푸는 글입니다.


내면의 수다쟁이 + 온갖 생각의 혼합 + 감정의 한 방

책이 쓰인 순서대로 다루는 대신에 결론부터 씁니다.

책에서 관련 부분을 찾아서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별것 아닌 어떤 생각이 우리를 감정의 덫에 걸리게 하는 과정을 소개하면 이렇다.
내면의 수다쟁이 + 온갖 다채로운 생각의 혼합 + 감정의 한 방 = 감정의 덧에 걸림!

자, 그러면 이제 순서대로 저자의 풀이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과장되고, 어이없게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몰입을 만드는 장치가 후크겠죠?

할리우드에 넘쳐나는 영화들 중에서 흥행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그 영화가 가지고 있는 '후크hook'이다. 후크란 사람의 관심을 사로잡고 이야기를 살아 움직이게 만들며 사건과 행동이 계속 이어지게 만드는 단순한 전제이다. 그러므로 후크에는 반드시 갈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영화에 '후크'된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영화에 몰입해서 갈등 해소 과정을 끝까지 지켜본다.

영화 관람 정도야 괜찮겠지만,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있어서 아무리 강렬해도 아주 작은 단서만 붙잡고 중요한 다른 모든 사실을 무시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다음 매듭말[1]을 읽을 때는 맥락을 벗어난 지난주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나를 가장 잘 낚아채는 책이나 영화를

지난주에 만난 개발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래밍 기법을 다른 개발자들이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법들이긴 하지만, 그들을 연결하는 하나의 주제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인은 그러한 기법들이 하나의 과목을 구성하는 챕터이고 저도 그에 동의하는 것처럼 말을 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 바로 당신의 '가치관'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현상적 세계는 물리적 세계와 다르다

다음 다발말은 분명 박문호 박사님에게 현상적 세계에 대해 배우지 않았다면 이해하기 어려웠을 내용입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 나름대로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매 순간 우리는 머릿속으로 영화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삶을 다른 이야기라면, 감정에 낚이는 것이 극장의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즐기는 짜릿한 흥분의 경험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자기 패배적인 감정이나 생각 또는 행동에 사로잡히는 고통스러운 경험에 가깝다.
인간의 마음은 의미를 만들어내는 기계이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의미 중 커다란 부분은 날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십 억 개의 감각 정보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대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영상과 소리, 경험과 인간관계를 모두 조직해서 응집력이 있는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 구조(내러티브)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박문호 박사님은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현상이 모든 것에 통용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죠.


믿음이 판단의 바탕을 이룬다

다음 내용을 읽을 때는 묻따풀 활동의 결과로 대번에 <믿음에 바탕을 두고 꿈을 꾸거나 일을 꾀한다> 내용과 연결 지을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어떤 목적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 목적에 맞추기 위해 힘쓴다. 즉 자기의 경험을 조직하고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자기 자신에게 설득시킨다는 말이다.

보는 행위가 보이는 인식으로 바뀌는 중간에는 마음이 가는 일이 선행하는 것이죠.


확신은 언제나 가설에 불과하다

다음에 인용한 긴 글도 박문호 박사님이 추천해서 읽은 <제정신이라는 착각> 덕분에 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실수를 저지른다는 게 문제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가진 사람, 다시 말해서 현실의 실체와 완전히 분리된 이야기를 가진 사람에게는 '정신병자'라는 딱지가 붙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대한 인물의 목소리를 듣는다든가 그 인물의 망상에 사로잡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이야기의 시나리오를 쓸 때는 버젓이 존재하는 진실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어버린다. 게다가 때로는 자기가 이런 왜곡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예측 기계로 작동하는 덕분에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작은 오류 덕분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기도 하다는 오묘한 사실을 개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제정신이라는 착각>이 배경지식이 되어 낮에 봤던 페벗 님의 글도 알 듯했습니다.

우리의 뇌는 정보가 입력되면 바로 예측, 즉 생각이 일어난다. 그러나 일어나는 생각의 대부분은 오류가 많다. 특히 부정적인 생각은 대부분 오류이다.

페벗님이 말한 부정적인 생각의 대표적인 유형을 책에서 예로 듭니다.

우리 부모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이혼했어. 그러니 어머니가 알코올 중독자가 된 것은 내 책임이야.

또 다른 예도 있습니다.

우리 가족의 구성원은 모두 사교성이 뛰어났는데 나만 내성적이었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거야.


우리가 스스로에게 하는 터무니없고 황당한 이야기들

다음 내용을 읽을 때는 저 역시 비슷한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음을 시인했습니다.

환자의 목숨을 살리는 일이 아내인 나와 전화통화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게 논리적으로 분명 맞긴 하지만, 그런 사실조차도 치밀어 오르는 나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다시 부정적인 생각으로 증폭되곤 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재빠르게 '남편은 지금까지 진정으로 나를 위해 노력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로 뻗어갔다. 이렇게 나의 분노는 점점 커졌고, 나중에는 남편이 내게 전화를 하더라도 받지 않겠다는 앙심이 분노와 함께 부풀어 올랐다. 이렇게 나는 감정의 덫에 걸린 것이다

자, 여기가 바로 앞서 손때를 묻혔던 공식을 가져올 순간이군요.

그 상황에서는 문제의 그 음성 메시지를 보냈던 동료에게 그의 선택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단호하고도 차분하게 표현한 다음,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했어야 옳지만

저자는 바로 그 감정의 덧 때문에 낭비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보존하자고 제안하는 듯합니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하는 이런 터무니없고 황당한 이야기들 때문에 우리는 갈등에 휩싸이고 시간을 낭비하며, 자기 주변 상황까지 악화시킨다.

내용이 길어져 뒷부분은 다음 글에서 다룹니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어구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매듭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9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96. 보편기계인 컴퓨터가 에이전트로 이름을 바꾸려나?

97. 해피엔딩의 함정에서 나와 네트워크의 시간을 살기

98. 지각이 제한적인 에이전트가 만나는 세상의 모델

99. 해피엔딩의 함정에서 나와 발견하는 삶을 살기

100. 모멘텀을 통해 연결을 만들어 성장하라

101. 인생의 전환점을 만드는 감정 활용법

102. 감정의 민첩성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한 훌륭한 친구이다

103. 한 방향으로 만드는 새로운 세상: 동료, 발견, 세상

104. 감정의 민첩성을 얻기 위해 감정 마주하기

105. 인간 대 AI: 나는 누구인가?

106. 감정의 민첩성을 얻기 위해 감정에서 한 걸음 비켜나기

107. 생각이 살아서 여행을 멈추지 않도록 돕는 동반자다

108. 감정의 민첩성을 얻어 자기 목적에 맞는 길을 걸어가기

109. 사람보다 똑똑한 인공지능을 위한 기술

110. 인공지능이 불러올 피할 수 없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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