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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Dec 04. 2024

인간 대 AI: 나는 누구인가?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한 방향으로 만드는 새로운 세상: 동료, 발견, 세상>에 이어 WHY의 <Being: 거짓 속의 진실>을 읽고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3만 원이면 잠도 안 자고 일하는 지능의 등장

'서막: 삼각관계'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단락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포기말(문장)들입니다.

이렇게 탁월한데 월급은 한사코 3만 원이면 충분하다니 고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중략> AI는 누구인가, 이 매개체(미디어)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철학자인 박구용 님 강의에서 배운 내용인 듯한데, 물감이라는 매개체가 미디어를 넘어 주체적 역할을 한다고 했던가? 정확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 찾아보니 '매체가 그 자체로 행위자'였습니다. <돈의 신뢰 작용과 가치를 바라보는 다양한 장면들>에 나옵니다.

"매체가 그 자체로 행위자"라는 개념은 현대 사회에서 매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매체가 사회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식하게 해주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 개념을 통해 우리는 매체가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형성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능동적인 주체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편, 작년에 읽었던 존 버거의 <Ways of Seeing>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배운 흔적이 있습니다.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이라는 글이 있네요. 건축물이 있는 곳으로 가야만 했던 제약을 해방시켜 준 사진은 그 건축물이 누리던 아우라까지 무너뜨렸습니다.

비슷하게 물감은 화실 바깥에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저는 키보드가 가져온 행위자 효과가 떠오릅니다.

퍼플렉시티가 찾아 준 예시는 키보드 예시입니다. 키보드는 사용자에게 도구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글 쓰는 방식도 바꾼다고 합니다. 매일 브런치로 글을 쓰는 제가 공감하기 쉬운 예군요. 박구용 교수님은 튜브 물감이 나온 다음 밑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사라졌다고 예를 듭니다. 과거에 최봉영 선생님이 필체가 인간성을 드러내지 않겠냐면 인공 지능의 쓰임새를 저에게 제시한 상황도 생각납니다. 저는 손글씨 쓰는 일이 거의 없다는 말씀을 드려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한 일이 있는데, 이런 사고의 차이도 모두 매체가 문화에 영향을 끼친 사례들이네요.


소프트웨어 2.0을 불러온 AI

계속해서 밑줄 친 내용을 보겠습니다.

AI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곧 '나'로 돌아오는 길이 될 것이다. 이 변화의 주체가 '나'가 되는 모멘텀을,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변화의 주체가 '나'가 되는 모멘텀이라? 아마 지난 글에서 말한 '한 방향의 마법' 중에서 저자가 시작하려는 '가치' 선순환인 듯합니다. 첫 번째로 '마트 가서 라면 사 오기'라는 요구를 시작으로 인공 지능을 고찰합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개발자가 미리 다 생각해 두어야 하고, 그 범위 안에서만 컴퓨터는 실행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1.0이 동작해 온 방식이다.

알고리듬을 프로그래머가 전담하던 방식을 소프트웨어 1.0이라고 칭하는 듯합니다. 뒤이어 소프트웨어 2.0을 설명합니다.

소프트웨어 2.0 시대에는 어떻게 하라고 일일이 명령하지 않는다. 그 대신 컴퓨터가 오직 예시를 통해서 스스로 배운다. 이런 방식으로 동작하는 주체를 뉴럴넷(인공지능)이라고 부른다.

소프트웨어 2.0이라는 표현은 저명한 인공지능 전문가 Andrej Karpathy의 글을 인용한 것입니다.[1]

이때 결과가 들렸으면 틀렸다고 알려주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답은 알려주지 않는 훈련의 과정을 거친다.

위 문장을 읽다 보니 개발이 마치 QA와 비슷한 일로 바뀐 듯한 느낌이 듭니다.


나는 인공지능 유전자에 지분이 있을까?

이번에는 양자 간 역할 변화만이 아닌 순환적 관계 변화를 암시하는 듯한 포기말(문장)이 등장합니다.

Al 유전자의 지분에 내가 생산한 데이터 한 조각이 있다.

아무튼 이렇게 되면 더 많은 조각이 있을수록 유리하겠죠. 민주적으로 이를 함께 나누려면 놀랍게도 공산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안 그러면 소수의 엘리트가 인공지능의 통제권을 모두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어서 트랜스포머 모델을 설명하는 문장이 나옵니다.

오직 다음에 올 단어를 실시간으로 찾으면서 문장을 완성하는 방식을 취한다.


AGI가 알려주는 인간 가치의 정수

두 번째로 '꼭 라면을 사 와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인공 지능이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는 가정이죠.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가능할까?>에서 다뤘던 AGI의 도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어서 세 번째로 저자는 '질문은 답을 갖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을 본다. 태어나면서부터 삶에서 만난 사람, 하게 된 경험, 맞닥뜨린 사건, 그러니까 우리 인생에 내 온몸으로, 뇌로 흡수한 데이터 값을 통해 나는 세상을 본다.

묘하게도 낮에 봤던 페북 글이 연상작용으로 떠오릅니다.

삶과 존재의 시공간으로 이뤄진 현상계는 방향을 가진 힘인 vector로 이뤄진다. 생명체의 생로병사가 그러하고, 성주괴공의 세상 질서가 그러하지만 방향을 지닌 존재의 흐름은 결코 멈추지 않기에 비유하자면 오가는 바람과 같고 일렁이는 파도와 같다.

더불어 다른 맥락이지만 <당신이 옳다>에서 배운 여러 가지 지혜들을 더 잘 알게 되는 기분입니다. 그중에서도 감정이 그 순간에는 어울리는 나의 표현이라면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다>는 말이 명료하게 느껴집니다. 이에 대한 인식과 긍정은 다음 포기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돕습니다.

본능과 감정에 충실하라고,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에 더 많이 먹고 더 휴식하고 더 소비하라고 친절하게 배려해 준다.


주석

[1] 한글 번역문도 있습니다.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9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91. 우리는 모두 각자 자신의 서브를 익혀야 한다

92. 존재적 가치가 먼저 있고 돈이 있는 세상으로

93. 인공지능이 변화시키는 우리의 삶, 우리의 세상

94. 시간의 굴레를 알아채고 시간을 다시 보다

95.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가능할까?

96. 보편기계인 컴퓨터가 에이전트로 이름을 바꾸려나?

97. 해피엔딩의 함정에서 나와 네트워크의 시간을 살기

98. 지각이 제한적인 에이전트가 만나는 세상의 모델

99. 해피엔딩의 함정에서 나와 발견하는 삶을 살기

100. 모멘텀을 통해 연결을 만들어 성장하라

101. 인생의 전환점을 만드는 감정 활용법

102. 감정의 민첩성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한 훌륭한 친구이다

103. 한 방향으로 만드는 새로운 세상: 동료, 발견, 세상

104. 감정의 민첩성을 얻기 위해 감정 마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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