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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Oct 22. 2024

존재적 가치가 먼저 있고 돈이 있는 세상으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왜'를 찾아서: 관계와 욕망이 얽히는 누리의 양상>에 이어 WHY의 <Why: 내 안의 나>를 읽고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의식의 확장: 비즈니스의 천동설

'비즈니스의 천동설'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절에서 밑줄 친 내용입니다.

기업은 가치를 만들고 전달하는 주체이며, 그래서 소비를 창출하고 시장을 이끄는 주체가 되어 왔다. <중략>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도는 것처럼, 이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갔다. 이에 따라 인류의 성장이, 질서가, 문명이 이뤄져 왔다. 개인의 삶도 기업이 만드는 가치를 따랐다 <중략> 스스로가 깜빡 속을 정도로 포장을 잘해도 근원은 같다. 돈이 있어야 뭐든 할 수 있다. <중략> 돈을 벌어야 한다는 명제는 진리가 된다. <중략> 그전까지는 '왜'가, 질문이 고객을 직원으로 만들어 더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이해한다.

공감하며 읽고 나니 그간 대기업에 속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겪었던 미스터리 중에서 일부가 풀리는 듯합니다.

아무리 스스로 아니라고 다짐을 해도 답은 프레임에서 도무지 벗어나지 못한다. 음, 질적인 '왜'도, 어떻게 팬 네트워크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전략으로 알아듣는 가치를 만드는 주체가 기업이라는 관점에 머물러 있으므로 근원으로 내려가면 (고객의 문제가 존재하기 전에) 태초에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 있는 것이다. <중략> 그전까지는 '왜'가, '질문'이 고객을 직원으로 만들어 더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이해한다. 아무리 스스로 아니라고 다짐을 해도 답은 프레임에서 도무지 벗어나지 못한다. 본질적인 '왜'도, 어떻게 팬 네트워크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전략으로 알아듣는다.

여러 차례 읽고 나서야 왜 비로소 '천동설'이라고 이름 지었는지 알게 됩니다. 자아가 존재하기 이전에 이윤 추구를 해야 하는 기업이 있고, 거기에 속하거나 인정 받는 일을 마치 생존과 유사하게 받아들이면 천동설에 비유할 만합니다.


2014년 고통의 끝에서 인생책을 만나다

여기서 코페르니쿠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질문의 힘'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왜'를 스스로 찾아낸 다음에야 세포가 깨어난다. 단순하지만 내 몸이 인지하기 전까지 바라볼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던 어떤 원리에 도달한다. 논리적으로는 아직 정의되지 않지만 분기점에 와 있음을 몸이 알게 되는 순간이다.

저자는 또 '질문은 이탈이다'라고 말합니다. 성경책의 은유처럼 광야로 가는 방아쇠trigger라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책을 만난 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4년 이전에는 저도 본질적인 질문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 지금 여기서 이 일이어야 하는지 물어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대체 뭐가 문제야> 덕분에 드디어 '왜, 이 일을 하느냐?'라고 물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또 '질문은 멈춤이다'라고 합니다.

질문과 답이 바닥까지 이어져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때, 궁극에 한 지점에 도달한다. <중략> 질문은 시간을 멈추는 힘이다. <중략> 나만의 비밀을 내가 만나는 순간, 시간이 잠시 멈춰 나를 기다려 주는 찰나를 경험하게 된다.

연이어 2004년 첫 회사 사장님께 배운 <여유를 만들어, 자신에게 여유를 주라>가 떠오릅니다.


질문이 존재가 되고 존재가 문제를 정의하게 되는 지점

'질문이 존재를 만난다'라니 시적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질문이 존재를 만나는 그 지점, 질문이 존재가 되고 존재가 문제를 정의하게 되는 그 지점, 이 화학작용이 나를 깨우는 마법의 순간이다. 틀을 깨고 나올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문자로는 정확하게 이해가 가지 않고 도리어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이렇게 질문을 던질 때 '비즈니스의 지동설'이 사직됩니다.

누구나 생산의 주체가 되므로 오히려 무엇이 가치 인지 가려내는 능력,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하는 능력, 그래서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절약하도록 도와주는 능력이 가치를 만드는 세상이 되었다.

가려내는 능력이라면 제가 쫓아다니던 '쓰임새'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정답보다 문제가 중심이 되는 세상

하지만, 저자는 훨씬 근본적인 요소를 말하고 있습니다.

풍요의 세상에서는 '연결'이 가치를 만든다. 연결의 결과는 네트워크다

그리고, 놀랍게도 2014년 직업적 행보를 모두 멈춘 후에 던졌던 키워드 바로 '지속 가능함'을 만납니다.

정답보다 문제가 중심이 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지속 가능함'을 만드는 원리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기업은 이를 돕는 매개자가 되는, 그런 세상이 온 것이다.

그리고 오묘한 포기말[1]을 만납니다.

비즈니스 주체가 아니라 모두의 참여가 연결을 통해 가치를 만드는 관점에서만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주체가 아니라는 말은 '정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말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모두의 참여란 말이 결국 가치에 공감하는 집단을 말하는 듯합니다.

우리가 남긴 데이터로부터 배우는 소프트웨어 2.0의 시대, 우리 모두의 참여가 만드는 세상이다. 선형적 사고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기존의 질서를 압도하는 중이다.

소프트웨어 2.0의 시대가 우리 모두의 참여가 만드는 세상인가요? 의문을 갖고 다시 읽어 보니 이번에는 '노아의 방주'도 떠오릅니다. 소프트웨어 2.0의 시대에도 소프트웨어 1.0의 시대로 살고 싶거나 그때로 돌리려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은 존재할 테니까요. 제가 관심을 두고 보는 축구계에도 이런 현상을 확연히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존재적 가치가 먼저 있고 돈이 있는 세상

한편, 다음 다발말(단락)을 볼 때 멋지고 분명한 문구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생명의 가치와 원리를 기반으로 개인과 조직, 기업이 협업하는 세상, 그래서 존재적 가치가 먼저 있고 돈이 있는 세상이다. 존재가 관계에 있으므로 내가 어떤 관계를 만들고 있는지가 가치를 결정하는 세상이다. <중략> 관계로부터 가치가 만들어지는 존재적 가치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생명의 가치와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는 말에서 ‘유기체’를 떠올립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사회적 맥락에서 유기체로서의 삶이 무엇인가 고민해 왔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글로 남겨진 흔적도 있습니다.

우리는 숨을 쉬는 유기체이고, 동시에 욕망하는 인간이다

닫힌 우리에서 유기체들의 조직으로

경영자는 기업이라는 유기체를 관리한다

사람들이 배우고 쓰는 낱말의 유기체스러움

뒤이어서 요즘에야 제가 명료하게 인식하는 저의 길을 설명할 수 있는 포기말이 등장합니다.

물질적 가치와 존재적 가치가 연결된 구조에서 나의 개입이, 방향을 만들고 조직화하는 힘을 만들고 '지속 가능한' 힘을 서로에게 더한다.

소제목이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한편, 앎이 또한 편견이라는 사실을 용기 있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앎이란 의식의 확장인 동시에 편견이다. 의식의 확장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어 온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촉각으로, 세포까지 알게 될 때 비로소 일어난다.

그래야만 개방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으니까요. 지적인 관점에서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을 삶의 순간에 행동으로 실천하고 습관이 되고 주변을 변하게 하려면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자신의 믿음 대로 사는 일에 대해 누구도 비난할 권리는 없습니다. 슬프지만, 사실이죠.

동료가 막거나 세상이 막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이 나를 막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알고 있던 지식은 이미 편견이 되었기 때문이다.

저에게 다음 포기말은 사실이 아니라 목표로 읽힙니다.

생명의 원리가 지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자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은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자세를 말해주는 듯합니다.

먼저 질문을 통해 자신의 왜를 몸으로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가치를 만드는 (네트워크의) 원리를 몸으로 습득해야 한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7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76. 잠재력을 믿고 명확한 비전 수립 이후는 하도록 놔두기

77. 감정을 무시한 대가는 나쁜 관계의 기억으로 쌓인다

78. 돈의 신뢰 작용과 가치를 바라보는 다양한 장면들

79. 스테이블 디퓨전 모델과 GPT의 기반, 트랜스포머 구조

80. 이론의 기억과 실행의 기억 간의 간극

81.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의 6가지 기준과 패턴들

82. 반사적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행동하기 위한 선행 조건

83. 효과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84. 우리는 돈 앞에 평등하다, 오직 돈만 가치를 가질 뿐

85. 돈의 지배 작용과 직업의 매개 작용

86. 일상을 파고드는 생성 인공지능

87. 악순환의 해부학 그리고 진실의 힘

88. 비디오, 3D, 사운드, 음성 생성과 노래 합성 모델

89. '왜'를 찾아서: 관계와 욕망이 얽히는 누리의 양상

90. AGI 시대, 인류는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가

91. 우리는 모두 각자 자신의 서브를 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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