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덕질에서 배우기
<홍명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이어서 청문회에서 드러난 축협의 실태와 축구 민주화 과정에 대해 쓰는 글입니다. 마침 이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반가운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기사의 주요 내용을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전강위의 구성원이 아닌 축구협회 기술본부를 총괄하는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추천 권한이 없음에도, 회장과 상근부회장으로부터 감독 선임 후속 절차 진행을 위임받았다는 이유로 감독 후보자 3인에 대한 대면 면접을 진행한 후 추천 우선순위를 결정 보고했다“고 짚었다. <중략> 감독을 추천할 때는 전강위에서 내부 토론을 거쳐서 정하게 돼 있는데, 관련 구성원이 아닌 이임생 이사는 그런 권한이 없다. 이는 절차적 하자라고 본다"면서 <중략> "그렇다고 해서 홍명보 감독과의 계약이 당연히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축협의 무능은 강유정 의원의 8분짜리 폭풍질의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민형배 의원실에서 잘 정리한 자료도 있습니다. 대통령실을 닮아 자료 제출을 거부한 축협과는 대조적이죠. 홍명보 감독의 유아독존인 태도가 잘 보이는 영상도 있었습니다.
정몽규 회장의 무능은 개인적으로는 '재벌가의 도련님'이라는 은유를 맥락으로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홍명보 감독의 태도는 그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확인시켜 주는 듯한 강력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지 몰랐는데 '달수네' 박문성 위원이 정리된 말들로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눈치를 보지 않는 이유 첫 번째는 정몽규 회장과 우리는 살아온 궤적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대기업의 가문의 자제로 자랐고, 최고의 엘리트로 자랐다. 우리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았기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래서 우리 눈치를 안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어서 국민들과 국회의원들 앞에서 발언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축협의 민주화에 대한 제안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밖에 있는 사람들은 (축구협회에) 구체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인사권 같은 데 개입할 수가 없다. 국민들과 팬들이 ‘정몽규 아웃, 홍명보 아웃’을 외쳐도 협회 입장에선 ‘그래서 어떡할 건데’라는 반응이다. 선거인단에 팬들은 들어갈 수 없다. 이른바 체육관 선거를 하는 거다. 그러니 국민들의 팬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 <중략>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뽑은 국회의원 눈치도 보지 않는다. 정치가 개입하면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에 못 나오게 할 거라는 겁박을 하면서 국회의원 눈치도 안 본다. 눈치를 보지 않기 때문에, 이 많은 문제를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 것 같다”며 “이 구조와 닫힌 조직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국대 감독 홍명보? 2002년에 갇힌 한국 축구>란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2002년에 머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힘을 가진 이들이 노력하지 않고, 자신들의 자리와 이익만 탐하는 이유 때문인 듯합니다. 이번 청문회 이슈 해설을 종합적으로 한 영상을 보면 적나라하게 나타납니다.
축협은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음으로 해서 잘 선방했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제11차 회의가 없었다거나 무효라고 우기는 것으로 문제를 봉합하려고 작전을 짠 듯합니다. 그리고 이임생 기술 이사는 고대 동문인 홍명보 감독을 지인이 운영하는 빵집에서 면접했다고 합니다. 늦은 시간에 어디서 면접했냐고 하니 답한 것이죠. 다른 외국인은 수십 장의 PPT를 만들게 하고 말이죠.
강유정 의원에 따르면 비공개 질의 시간에는 '홍명보 감독 선임에 무슨 면접이 필요하냐?'라고 말했답니다.
2002년과 2024년이라는 22년 사이에서 별차이를 못 느끼는 축구계 엘리트 출신 조직원에게는 그럴 수 있겠습니다. 자신도 과거의 영광으로 앞으로 일자리를 구해야 할 위치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처럼 20년 넘게 유럽 축구를 보아 온 팬으로서는 별다른 전략도 없는 거만한 감독을 공정한 절차도 없이 스카우트하는 일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반면 다른 영상을 보면 전력 강화 위원회에서 내부자 고발을 했던 전 국가대표 선수 박주호가 축협으로부터 공격을 받자 이영표와 박지성과 같은 레전드들이 지원사격을 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청문회에서 또다시 박주호는 용기를 내어서 소신 발언을 합니다.
그리고 일부 기사에서는 '열사'로까지 묘사하는 박문성 위원은 정몽규와 홍명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직격탄을 날립니다.
흡사 과거 한화투자증권 사장이었던 주진형 대표가 재벌을 앞에 두고 청문회 때 사이다 발언을 했던 장면을 소환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강유정 의원에 따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마침 우루과이 국가 대표팀의 레전드 수아레즈의 감동적인 은퇴식 영상을 보았습니다.
축구 선진국의 역사가 만든 힘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우리도 시민의식을 가진 축구인과 팬들의 노력으로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더 나은 모습으로 한발 나아가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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