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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Sep 27. 2024

홍명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축덕질에서 배우기

중학교 때로 기억하는데,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제미나이에게 물으니 1950년대 자유당 정권을 배경으로 하지만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7년 사회적 상황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습니다.


축구 민주화 시대에 상실감을 느끼는 듯한 홍명보

갑자기 책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김작가 님이 페북에 올린 <9/24 축구협회 청문회 - 레전드 짤>에서 받은 인상 때문입니다.

그의 얼굴은 흡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몰락을 맞이하는 엄석대를 닮아 있습니다. 그런데, 정확하게 말하면 홍명보 사진만으로 엄석대를 떠올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며칠 전에 봤던 유튜브 영상 하나가 더 작용했습니다. 저널리즘의 변화를 다룬 영상에서 유시민이 질문하고 김어준이 답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여론 조사로는 신뢰하는 언론인 2위(1위는 손석희)이고, 뉴스 공장이 KBS 뉴스와 비슷한 신뢰도를 보이는데 왜 레거시 미디어 기자들은 김어준을 언론인으로 인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김어준은 기자들이 느끼는 상실감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말합니다.


한국 축구의 민주화

저는 지난 4월 <정몽규 미스터리와 한국 축구계의 민주화>를 쓸 때 축구의 민주화를 보는 듯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축구계가 선수 출신의 축구인들만의 무대이고, 나머지는 구경만 하던 시대에서 확연하게 바뀐 것입니다. 쿠팡이 축구를 중계하고, 축협도 부르지 못하는 유명 구단을 초청하는 일을 보면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그런데, 팬들이 경기장에서 정몽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축구 해설자들이 집단적으로 축협의 비위를 폭로하는 일은 감각적으로 놀라웠습니다. 마치 중국에 살 때 촛불집회를 보며 느낀 경외감과 비슷한 면도 있었습니다.

세상이 변하면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되고, 누군가는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을 이번 일을 토대로 다시 한번 배웁니다. 그 과정에서 30년도 전에 읽었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을 때 느낌이 살아난 것입니다.


다시 변화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한편 페노 영상에 따르면 홍명보가 국면 전환을 위해 써먹는 발언이 '희생과 봉사' 레토릭이라고 합니다. 셀럽이 아니면 실력이 있어도 맡을 수가 없던 한국 국가대표 감독직을 한번 실패하고도 다시 맡을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몇이나 있을까요? 게다가 연봉을 깎아서 대한민국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려고 면접을 준비한 외국인 감독들과 다른 방식으로 경쟁도 하지 않고 같은 대학 출신 기술 이사와 밀실 담판으로 울산에서 받던 연봉의 2배를 보장받는 일이 어떻게 희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11차 회의에서 전력강화위원회를 속이고 협회 정관도 어기면서 이임생 기술이사가 단독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는 사실이 축협의 자료 제출 거부에도 불구하고 벌써 드러나고 있습니다. 축구 전략 해설 전문가인 페노에 따르면 홍명보는 다른 후보자(바그너, 포엣)에 비해 축협이 말하는 축구 모델의 거의 모든 면에서 능력이 떨어지는 감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K리그에서도 그가 최고의 감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홍명보 감독이 분명 2002년을 대표하는 셀럽이고, K리그의 레전드이며 준수한 성적을 냈던 감독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역대 최고의 멤버를 갖춘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K리그에서 풍부한 재정지원을 받는 팀에서 우승한 정도로 국제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최소한 절차마저 무시하며 그를 선임할 만큼 감독으로서 홍명보가 탁월한 사람은 확실히 아닌 듯합니다. 축협의 무능과 홍명보 감독의 독선적 엘리트 의식을 극복하고 다음 장으로 나아가는 국가대표 팀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지난 축덕질과 야덕질

1. 훌륭한 스토리텔러를 모델로 삼기

2. 스토브리그에서 배우는 동시대의 지혜

3. 물경력을 걸러낼 수 있는 안목을 기르자

4. 메시가 MLS에 가는데 애플이 영향을 미쳤다?

5. 축구 콘텐츠를 보다가 든 생각

6. 축구에서 말하는 근본 혹은 본질

7. 전형을 넘어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8. 축덕질이 알려준 유머의 중요성

9. 흡연이 난무하는 게르만의 축구장 그리고 퍼스널 브랜딩

10. 축구에서 채널링, 커피 채널링 그리고 나의 채널링

11. 자본주의 축구에서 탄소 중립 축구로

12. 축덕 채널 1 빠는 역시 김진짜

13. 손흥민과 서번트 리더십

14. 하나의 사건에 대한 다채로운 분석이 돋보이는 달수네

15. 방송 품질로 진화하는 달수네 라이브

16. 축덕질에서 배운 영감을 응용하기

17. 축구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에서 배우기

18. 유머가 보게 해 준 에포케와 직면

19. 운동 조절 능력과 높은 프레임 그리고 은유적 응용

20. 축덕들을 노린 "서울의 봄" 패러디

21. 왜 27년간 왕조를 이뤘던 맨유는 힘을 잃었나?

22. 오랜만에 쓰는 축구 얘기: 올시즌 토트넘 성공 요인

23. 현대 축구에서 공간 만들기 중요성

24. 축덕 경영자가 배우는 마케팅 개론

25. 김진짜를 통해 클롭에게 배우는 리더십

26. 정몽규 미스터리와 한국 축구계의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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