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한국말을 구성하는 씨말로서 한자를 아는 일은 굉장히 유용하다 생각합니다. 지난 글도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최봉영 선생님께 <첫걸음漢字 600>을 받아 본격적으로 활용해 볼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첫 시도에 대한 기록입니다.
600자 중에서 아이에게 두 글자를 먼저 고르라고 했습니다. 지속하는 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최대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오리고 붙이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공책에 오려서 붙여 보자고 합니다.[1]
이제는 <사전 보는 습관 아이에게 물려주기>가 이어집니다. 아직은 아이가 스스로 사전을 보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래서, 사전을 펴서 제가 찾아 준 후에 다음과 같은 장면을 연출합니다. 그러고 나서 두 가지 한자로 이뤄진 낱말 몇 개를 골러서 공책에 쓰게 했습니다.
한편, 그간 아이가 배움에 재미를 붙이도록 노력했던 시간이 효과를 발휘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동네 중국집에 갔는데요. 평소보다 사람이 많아 다른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늘 보던 메뉴판이 아주 작은 크기로 벽면에 붙은 것을 보며 '저기에도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아이가 ‘연태 옆에는 왜 물 수(水) 자가 있냐’고 물었는데 처음에는 못 알아 들었습니다. 거듭 물어서 확인해 보니 작을 소(小)가 물 수(水) 자로 보인 모양입니다. <아이의 질문을 학습으로 이어가기> 기회였습니다. 꽤 긴 밀당을 통해 제가 배운 것은 순발력(?)[2]이었습니다.
네이버 한자 사전을 열어서 두 한자와 기원을 찾아 아이에게 보여주고, 제 말로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아이가 나름대로 그 정보를 해석하고 자기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충분히 정보를 소비하고 나서 아이는 관심사를 다른 데로 옮겼습니다.
한참 짜장면을 먹는 저에게 그럼 중(中)은 뭐냐고 물었습니다. 중을 읽었으니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본 한자의 구성원리를 묻는 것이겠죠? 그래서 보여주며 역시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대(大)는 뭐야' 라고 묻는 대신에 가정을 넣었습니다. 순간 퀴즈 시간처럼 되었습니다.
아빠, 그럼 대는 사람에서 나왔을 것 같아요? 맞죠?
그리고, 정답(?)을 보니 보란 듯이 사람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아이는 신이 나서 자랑을 했습니다. 잠시나마 흥겨운 식사시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평소 묻따풀을 하며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실천하며 생긴 습관이 아이의 학습을 돕는 장면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1] 대상인 둘째 아들은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2] 저는 순발력 대신에 애자일이라고 쓰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독자님들의 이해를 위해 자제했습니다.
(1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6. 숙제를 의무가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에서 문제로 정의하기
22. 둘째와 영어 책을 읽다가 감성 지능과 마음챙김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