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지난 글에 이어 <테니스 이너게임>의 제5장 '기술의 발견' 일부를 읽고 느낀 점을 씁니다.
와...
우리는 모두 각자 자신의 서브를 익혀야 하며, 어떤 서브도 모두에게 최선일 수는 없다.
이 포기말을 글의 제목으로 쓰면서, 중국에 있을 때 자주 썼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메신저가 되어서 미션을 받아서 수행할 뿐
당시 성당에 다니는 신자였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종교인 범주 밖에 두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삶의 운영을 온전히 합리에만 맡길 수는 않는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2016년에는 '운명론자'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다소 과한 표현이어서 나중에는 표정을 순화했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온전히 스스로 판단했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어딘가에서 게시가 내려온다는 종교적 표현에 동의할 정도로 그 순간의 결정을 이끄는 일종의 직관에 따라 행동하는 듯했습니다.
느닷없이 그 경험이 살아난 이유는 '각자 자신의 서브'라는 매듭말[1]을 읽을 때 마침 최근 같이 읽고 있는 WHY가 떠오른 탓입니다. 이 두 책을 함께 읽는 이유는 분명 우연이지만 필연으로 받아들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서브가 먼저여야 하는데, 최선의 서브가 우선하면 '가면'을 쓰게 될 위험에 처하는 듯합니다. 저자는 당대 최고의 서브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자신 만의 서브를 고안한 과정을 설명합니다.
기존의 '올바른' 서브 방식의 관점에서 보면 이 선수들은 하나같이 '잘못된' 서비스를 넣는 셈이었다.
이 내용은 그대로 <이카루스 이야기>에서 배운 '계속 아티스트로 살라'는 가르침을 기억하게 했습니다.
아트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것이다. 진정으로 살아 숨 쉴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중략> 아티스트란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용기와 통찰력, 창조성과 결단력을 갖춘 사람임을 말이다.
나아가 다음 문장들은 마치 학습의 본질을 말하는 듯했습니다.
진리는 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기존 교리의 테두리를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의 학습 과정에 대한 신뢰를 지닌 사람들에 의해 변하는 것이다.
이내 '성장 마인드셋'이라는 키워드를 기억에서 인출하고, 이는 다시 기존의 글에서 <도전하고 실패해도 편안하게 성장하기>를 끄집어내어 기어코 손때를 묻혔던 다음 그림을 인용하게 합니다.
한편, 다음 포기말들을 읽을 때는 지난 시간에 언급한 '대칭화' 응용으로 두 가지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수년 동안 연습해 온 '오래된' 서브 폼을 버릴 수 있을까? 그리고 프로 선수들에게 통하는 이러한 서브 방식이 과연 내게도 적용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일까?
하나는 레거시를 대하는 진부한 태도가 떠올랐습니다. 이는 또 자신의 아들의 실제 문제를 돌보지 않고, 뭉뚱그려서 '사춘기가 되었나 보다'라고 치부하는 개별성 제거의 장면과도 닮아 있습니다. 더불어 지인들이 어머니 병환에 대해 물을 때, 틀에 박힌 질문을 했던 장면도 떠올랐습니다. 그런 진부함 속에 사람이 사라져 버린다는 소중한 진리를 <당신이 옳다>에서 배웠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현존을 놓치면 삶에서 자기 소외를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진리도 배우고 있습니다.
더불어 다음 문장은 WHY를 물을 때에도 현존을 놓치지 말라고 하는 듯합니다.
우선 변화를 시도하고자 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머릿속에서 'Stay hungry?'라고 묻기도 합니다. 현존 속에서 답을 찾았다면 그 후에는 아기 발걸음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새로운 서브 방식이 당신의 서브 파워를 향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효과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 합니다. 물론,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자아 2가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있는지 지켜보기만 하자. <중략> 새로운 서브를 주의 깊게 관찰하다 보면 몇 가지 사항이 '눈에 들어오거나', 자연스럽게 주의를 끌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자아 2가 관심이 가는 부분을 시도하도록 내버려 두면 된다.
저자는 이어서 프로 선수의 플레이를 보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프로 선수들과 똑같이 스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그냥 보는 것이다.
아이들이 무언가 따라 할 때와 같네요.
자아 2는 당신에게 가장 유용한 요소를 자동으로 골라내고, 불필요한 부분은 무시할 것이다. 새롭게 스윙을 할 때마다 어떤 느낌인지, 결과가 어떤지 잘 관찰하자. 자연적 학습 과정이 알아서 최상의 스트로크를 찾아가도록 놔둘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할 때는 저자도 '대칭화'를 활용하는 듯합니다.
하나는 외부자적 입장에서 관찰만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코트에서 직접 공을 치면서 시험해 보는 것이다. 당신은 아마도 스트로크에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이 두 가지를 번갈아 시행하고자 할 것이다. <중략> 최종 결정은 본인의 내면에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판단이 개입할 필요는 없다.
자아 1은 서운하겠지만 <테니스 이너게임>은 자신에게 충초평판하지 않고 자기 연민을 길러 최고의 기량을 뽑는 법을 알려줍니다.
자아 1은 라켓이 언제,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기술하는 공식을 지나치게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책에 써진 대로 시행하면서 통제하는 느낌을 좋아하는 것이다. <중략> 자연적 학습은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결코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렇게 강조합니다.
이 자아 2야말로 당신이 지닌 가장 훌륭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1]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더불어 다음 풀이를 보면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매듭말이 적절한 작명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7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76. 잠재력을 믿고 명확한 비전 수립 이후는 하도록 놔두기
77. 감정을 무시한 대가는 나쁜 관계의 기억으로 쌓인다
78. 돈의 신뢰 작용과 가치를 바라보는 다양한 장면들
79. 스테이블 디퓨전 모델과 GPT의 기반, 트랜스포머 구조
82. 반사적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행동하기 위한 선행 조건
83. 효과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84. 우리는 돈 앞에 평등하다, 오직 돈만 가치를 가질 뿐
86. 일상을 파고드는 생성 인공지능
88. 비디오, 3D, 사운드, 음성 생성과 노래 합성 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