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가면의 내면화와 함께 하는 존재적 빈곤>에 이어 WHY의 <Money: 풍요 속의 결핍>을 읽고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묘한 포기말이 이어집니다.
돈은 살아 있다. 나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심지어 그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인류의 사회관계는 돈을 매개로 형성되어 왔으며, 그 과정에서 돈은 이 사회관계의 주인이자 질서가 되었다.
돈과 사람이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말은 아직 의미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주 우연하게 이 글 쓰기 직전에 들은 박구용 교수님 강의 내용에서 약간의 단서를 찾습니다. 강의에서 '매체가 그 자체로 행위자가 되는 상황'이란 표현이 나옵니다.
인공지능 삼총사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1] 그랬더니 제미나이가 내놓은 결론은 이렇습니다.
"매체가 그 자체로 행위자"라는 개념은 현대 사회에서 매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매체가 사회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식하게 해주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 개념을 통해 우리는 매체가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형성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능동적인 주체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챗GPT와 퍼플렉시티가 내놓은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퍼플렉시티가 찾아 준 예시는 키보드 예시입니다. 키보드는 사용자에게 도구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글 쓰는 방식도 바꾼다고 합니다. 매일 브런치로 글을 쓰는 제가 공감하기 쉬운 예군요. 박구용 교수님은 튜브 물감이 나온 다음 밑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사라졌다고 예를 듭니다. 과거에 최봉영 선생님이 필체가 인간성을 드러내지 않겠냐면 인공 지능의 쓰임새를 저에게 제시한 상황도 생각납니다. 저는 손글씨 쓰는 일이 거의 없다는 말씀을 드려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한 일이 있는데, 이런 사고의 차이도 모두 매체가 문화에 영향을 끼친 사례들이네요.
하지만, '인격적 관계'란 말을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도 돈의 작용을 이해하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돈의 작용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돈은 나와 사회의 상호작용을 통해 작동하고, 이 작동이 다시 우리의 관계를 정의한다.
우리의 인간관계 속에 기준으로 살아 움직이는데, 주체여야 하는 우리는 이를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대개는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더라도 이를 암묵적 질서나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겠습니다.
반가운 사실은 저자가 이 책에서 야심 찬 도전을 전개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존재로부터 돈을 분리해 내고, 돈의 실체를 밟고 서서, 여러분이 시작하게 될 새로운 질문을 목격하고자 한다.
2017년 경에 읽었던 <부자 아빠의 미래 설계>의 업그레이드된 지침서를 만난 느낌입니다. 인공지능과 놀며 만들었던 부산물을 이용해서 제 느낌을 표현합니다.
MB시절에 유행한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음 포기말과 울림이 비슷한 말입니다.
흔한 말로 믿을 수 있는 것은 돈뿐이다.
한편, 회사를 설립한 후에 가치 평가(valuation)에 대해 본질적인 고민을 해 왔던 시간이 배경 지식이 되어 다음 내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돈이 가진 객관성은 신뢰의 기준이 되었다. 그 결과 믿을 것은 사람이 아니라 돈 뿐인 세상이 되었다.
잠시 책에서 벗어나 제가 가치에 대해 고민했던 내용을 복습하겠습니다. 가치의 양상을 보여주는 구절을 추려서 나열하는 방식을 취하겠습니다. 먼저 <가치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를 보면 '사람 간의 거래 그리고 만날 가치'를 단어 뜻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는 <1분 버핏>에 있는 워런 버핏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포기말입니다.
'자신을 위한 삶‘보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위한 삶'을 더 중시했다.
버핏은 성공 기준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고 합니다.
버핏이 생각하는 성공은 돈도 명예도 아니다.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느냐가 성공의 기준이라고 보았다. 버핏은 나이 먹은 후에도 가족, 친구, 동료 등 주위에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보았다. <중략> 매출과 이익을 조금씩 늘리기 위해 자신의 친구들, 혹은 존경하는 사람들,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해서 부자가 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편, 인상 깊게 읽은 <Money 2.0 독후감> 중에는 무려 두 편이나 가치주의에 대해 다뤘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은 유용성만을 가치로 인식하고 다른 두 가치를 무시해 온 데 있다. 유용성이 담긴 가치만을 추구하고 내면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무시하면 무너지게 된다. <중략> 내면의 가치도 수치화한 데이터로 인식할 수 있다면, 서로 비교하고 토큰으로 만듦으로써 이런 가치를 축으로 한 독자적인 경제체제를 만들 수 있다. 실제 사례가 바로 '평가경제'나 '신용경제'이다.
한편, Money 2.0의 저자는 굉장히 이상적인 미래를 제시합니다.
경제란 누군가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활성화되지 않는다. 구성원이 돈을 모아둘 생각만 하고 소비하는 사람이 없으면 경제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 <중략> 시간 자체가 통화라면 보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쓰지 않으면 소멸하기 때문에 이를 사용해 뭔가를 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Money: 풍요 속의 결핍>에도 비슷한 맥락을 다루는 내용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화폐였던 돈의 개념은 머지않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링크로 넘어갈 것이다.
한편, <가치와 믿음 그리고 가치 정렬 프로세스>가 눈에 띕니다. 기업의 고유 가치를 시장 가치로 전환하는 활동을 한다는 주장을 담은 내용입니다. 지금 보니 기호화에는 허점이 있는 듯하지만, 가치 정렬이 고유 가치를 중심으로 대칭화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점을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그 과정은 마치 유기체가 연결되듯이 대화와 소통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 장면에서 바로 <대칭으로 깊어 갔더니 발견한 객체의 대칭 그룹>에서 깨우친 '사회적 마찰을 사회적 상호 작용에서의 대칭으로'와 연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객체의 대칭 그룹' 개념까지 도입하면 또 다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위임을 어떻게 해야 따로 또 같이 움직일 수 있을까에 대한 영감이죠.
한편, <목적은 믿음의 차이를 극복하는 개념>을 보니 가치 정렬은 변화하는 세상을 대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적 로드맵 형태에 기준을 두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앞서 기업의 고유의 가치라 표현한 내용을 투자자 입장에서 평가한 것을 '내재 가치'라고 한다는 사실을 <나만의 스코어보드가 없다면 실패하는 투자다>에서 확인합니다. 그렇게 보면 투자란 '시장가격과 내재가치의 불일치'를 이용해 돈을 버는 일입니다. 워런 버핏은 이를 아이스하키 선수에 비유해서 설명합니다.
"경영을 할 때는 하키의 전설 웨인 그레츠키를 떠올린다. 그는 지금 퍽이 어디 있는지 보지 않고, 퍽이 어디로 튈지 예측해서 움직였다."
지금까지 두서없지만 이전 글에서 '가치'에 대해 따져 본 글을 찾아 훑어보았습니다. 이 글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제 가치관 정립 과정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가치를 모두 상대화하는 돈의 객관성에서 비롯한 탐색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제국의 가치가 아닌 나다운 가치 추구>의 링크를 남기고 마칩니다. 책의 이후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1] 그러고 보니 여기서 제가 (인지 없이) 인공지능 삼총사와 인격적 관계를 맺고 있네요. 이때 사용한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매체가 그 자체로 행위자라는 말은 무엇이며, 이 말의 기원은 어떻게 되나요?
매체가 행위자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예시는 무엇인가요?
(6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66. 무한한 잠재력과 경이적인 내적 지능을 지닌 자신
68. 지금은 지금뿐이다
69. 시각적 이미지와 감정적 이미지를 통해 동작을 배운다
71. 나에게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73. 나를 지배한 사고의 틀을 해체하면 만날 또 다른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