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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사료로 제공하는 비즈니스와 습관을 만드는 힘

지식의 덕후

by 안영회 습작

구독하는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보게 된 기사 제목에 감탄하며 쓰는 글입니다.


계속 보게 되는 피드의 세계에 대하여

기사 제목은 바로 <계속 보게 되네... '피드'의 세계>입니다.[1]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 보면 풍경은 언제나 비슷합니다. 고개를 숙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 화면입니다. <중략> 재미있는 점은 이 모든 행동이 대부분 '피드'에서 시작된다는 대목입니다.

현상 해석은 훌륭하지만 제 관심사와는 방향이 조금 다른 글이었습니다. 4년 전 기록을 보면 <초집중>을 읽고 미디어의 낚시질에 걸리지 않도록 (적당한 수준의) 노력을 한 흔적이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면서도 제 시간을 주도적으로 쓰려는 노력이었죠. 반면 기사는 매경 기자가 쓴 것인 만큼 대중을 매혹시키는 콘텐츠 비즈니스에 초점이 가 있습니다.


한편, 중국에 살던 시절에 위챗을 써 보고 UX에 감탄했는데, 위챗 개발자가 쓴 글에서 '친구와 같은 유용한 도구'를 지향한다는 내용을 보고 존경의 마음이 생겼던 일도 있습니다.

쟝사오룽은 미디어가 사용자의 시간을 빼앗아 가는 데 몰두하는 면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습니다. 그래서 본연의 도구로서의 기능에 충실하게 필요한 때에 필요한 역할만을 제안하도록 미니 프로그램 플랫폼을 만들고, 개방형으로 구조를 공개했습니다.

기사가 소개하는 체류 시간 경제학이나 버블 필터는 제가 위챗을 좋아하는 이유와 정확히 반대편에 있는 개념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앞서 말한 대로 훌륭한 제목입니다. '계속 보게 되네'라는 문구로 인해 외래어 피드Feed의 어감을 잘 살리는 연결에 감탄한 것이죠. 말이 나온 김에 사전을 찾아보며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실천합니다.


콘텐츠를 사료로 제공하는 체류 비즈니스

먼저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보는데, 뜻밖의 소득(?)을 얻었습니다. 습관적 행동으로 크롬 번역을 봤는데, 무려 '사료'라고 나옵니다. 기사에서 봤던 '고개를 숙인 사람들'이 마치 사료는 먹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미디어들이 '사료'라며 콘텐츠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Feed에 그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어딘지 그럴듯한 면도 있어서 다소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는 사료란 표현을 제목에도 쓴 것입니다.

콜린스를 찾아보면 주로 동사로 '먹이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명사로 쓰일 때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Animal feed is food given to animals, especially farm animals.

A feed is a system that tells a user when an item is available to read, for example on Twitter.


꾸역꾸역 행하면서 습관을 만들어 내는 힘

글을 쓴 두 번째 이유는 피드와 비슷하지만 긍정적 효과를 낳는 습관의 힘이 떠올랐습니다. 특히 쉽지 않은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 때 제가 자주 쓰던 표현인 '꾸역꾸역'도 떠올랐죠. 전에 썼던 글을 찾아보고 피드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내용만 드러나도록 의미를 압축해 봅니다.

2020년 5월 처음 글을 쓰고 현재 시점에서 1,700개를 넘긴 브런치 글과 이를 통해 키워낸 글쓰기 습관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행동이 반복되면서 행동을 가속화하는 효과가 피드와 유사하다 느낀 것입니다.


한편, 브런치와 함께 '독서 습관'을 개선해 온 기록도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이제는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읽은 내용을 토대로 쓰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 직접적인 산물이 현재까지 160개 이상 쓰고 있는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을 포함한 다양한 연재 글입니다.

스스로 이런 Feed스러운 습관을 더 강화하고 노하우를 제 두 아들을 포함한 지인들에게 전파하고 싶습니다.


주석

[1] (비록 뉴 미디어에 올라온 글이지만) 레거시 미디어에서 만든 글이라 제목 뽑는 솜씨가 넘사벽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난 지식 덕후의 탄생 연재

(59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59. AI알못이 AI 논문을 읽고 얻은 호기심

60. 몸으로 체득하는 지식만 기억이 되어 작동한다

61. Time Horizon은 시간지평인가 시간적 범위인가?

62. 미디어 문해력, 협상론적 세계관 그리고 문화의 힘

63. 적대적 트리거와 충조평판 그리고 감정의 민첩성

64. 기억의 3 계층 그리고 점진주의와 프레임 문제의 관련성

65. 인공지능으로 구축하는 월드 모델과 들쭉날쭉함의 원인

66. AI 에이전트의 보상과 가치 그리고 RLHF

67. Validation 번역은 검증이 아닌 타당성으로 하자

68. '복사-붙여 넣기' 패턴과 레거시 코드의 공통점

69. LLM 벤치마크의 세 가지 평가 기준

70. 지식의 체화는 무의식적 유능을 쌓는 일입니다

71. 찰라살이에서 두 가지 나로, 다시 느슨한 결합으로

72. 인터페이스로 등장한 자연어와 일관성 기술의 등장

73. 개발 조직에도 정의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74. 멀티모달 토큰화에 대해 가볍게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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