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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시위는 레저

고민클리어 시리즈 ② : 모두를 만족시키는 시위는 없나

by 그림형제


많아도 너무 많다



도심 곳곳은 언제나 크고 작은, 그리고 이런저런 시위들이 많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배치된 경찰들, 인근 지역 시민들 모두가 그리 행복하지는 않다. 각자의 입장은 다 다르고 나름의 이유는 있다. 이 글은 누가 옳고 누가 틀렸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 같이 웃을 수 있는 아이디어는 없을까 고민한 글이다.



■ 주요 설정과 고지사항

1. 특정 집회 또는 단체를 비방하거나 옹호할 의도는 전혀 없다. 이렇게 밝혔는데도 필자가 특정 단체를 비방하거나 옹호하는 것으로 읽힌다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느껴지는 순간 읽는 것을 중단해 주시기 바란다. 고춧가루를 일절 넣지 않았는데도 맵다고 한다면 백종원이 아니라 오은영을 만나는 것이 맞다.

2. 본 주제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결론이 다를 수 있다. 이 글은 전적으로 필자의 주관적 관점에서 기술해 본 것이다. 다른 관점으로 기술해보고 싶은 사람은 자신만의 관점으로 시도해 보기 바란다.

3. 이 글의 내용은 법률적, 학술적 검토를 거치지 않았고 정답이 아니다. 또한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웃고 넘어가 주시길 바란다.






우리 주변에서는 과연 얼마나 많은 시위와 집회가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자신의 연고가 있는 지역에서의 시위라면 그 빈도를 체감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얼마나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서울경찰청의 일별 집회 신고결과를 토대로 서울시 전역에서 일어나는 집회의 위치와 규모를 집계하여 보았다. 서울경찰청의 자료는 일별로 구분되어 게시되어 있어서, 하루치씩 데이터를 엑셀로 옮기고 수식과 차트를 이용해 분석하였다. 아무도 이렇게까지 궁금해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서울시 집회 신고 내역 분석 (최근 3개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 의하면 집회 신고는 주최하는 측에서 집회일시로부터 48시간 전까지 완료하여야 하고, 신고 후 집회를 실시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그렇기에, 각 지방 경찰청에서는 집회신고 접수 결과를 웹사이트에 게시하여 국민 누구라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사 범위의 물리적 시간적 한계로 인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지역과 기간을 한정하여 집계 및 분석하였다.

- 지역 : 서울특별시 (서울경찰청 웹사이트 제공)

- 기간 : 최근 3개월 (2023.07.01~2023.09.26)

© 그림형제 (Data from 서울경찰청)


조사기간인 2023년 7월 1일부터 2023년 9월 26일까지 약 3개월 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서울시에서는 집회,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기간 중 일평균 7.5회의 집회 신고가 접수되었고, 신고 인원의 일별 평균은 18,806명이다. 지역별 비중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그림형제 (Data from 서울경찰청)


시청, 광화문, 세종대로, 정부종합청사 등이 위치해 있는 중구가 집회 신고 횟수나 인원 측면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였다. 종로구가 뒤를 이었지만 1위와는 격차가 크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급부상한 용산도 눈에 뜨인다. 용산은 회당 집회 인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 외에 국회가 있는 여의도(영등포구), 평강제일교회가 있는 오류동(구로구), 법원과 검찰청이 있는 서초동(서초구)에서도 많은 집회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 그림형제 (Data from 서울경찰청)


노란색으로 표시된 5개 구는 집회 신고 및 실시 횟수가 가장 많은 Top 5 구이다. 회당 평균 집회 인원은 용산, 중구, 종로, 영등포 순이었으며 평강제일교회가 에이스로 있는 구로구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집회들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초록색으로 표시된 3개 구는 조사기간 (2023년 7월~9월) 중에는 단 한 번의 집회 신고도 없었던 청정 구역이다. 이들 3개 청정 구역의 공통점이나 특징을 찾아보려 부동산 평당 매매가 순위 등을 비교하였지만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그 무엇도 발견할 수 없었다.


요일별 집회 횟수 및 집결 인원을 보면, 유의미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즉, 전형적인 "평저말고(平低末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평저말고' 현상이란 '평일엔 낮고, 주말엔 높아지는' 것을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레저와 여가활동의 패턴이 그러하다.


© 그림형제 (Data from 서울경찰청)


기간 중 전체 집회 신고 건수 656건의 요일별 분포를 보면 토요일이 29%로 가장 높았고, 목요일(20%)이 뒤를 이었다. 집회 신고 인원 규모로 보았을 때도 토요일이 가장 많았다.


전형적으로 레저, 여행 패턴과 유사하다. 서울고속도로(일산-퇴계원 구간) 요일별 교통량 통계와 비교해 보았다.

© 그림형제 (Data from 서울고속도로)


교통수단에 의한 이동은 주말 여가, 레저활동에 선행하므로 금요일, 토요일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차이가 있다. 예컨대, 캠핑이라는 레저활동을 하기 위해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는 것은 하루 전에 이루어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여하튼, 결론은 시위가 발생하는 패턴은 여가/레저 활동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렇게나 자주 그리고 많은 인원이 시위에 참여하는데 매번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목적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면서 모이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시위 자체가 목적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타게팅 쟁의행위 플랫폼


화가 난다고 고래고래 악을 쓰고 소리를 질러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렇다. 오프라인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 집회를 하는 동안 발생되는 소음과 교통체증 때문에 관련 없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하지만 정작 문제 해결의 열쇠를 가진 주인공은 별 피해가 없다. 조속히 문제 해결을 해야겠다는 동기 유발조차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레저와 여가로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성을 가지고 그 목적이 달성되기를 원한다면 합목적적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를 가진 사람에게 요구사항을 집중적으로 전달하고, 불필요한 주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봄직하다.






노조위원장 A는 어제 있었던 조합원 투표 결과를 떠올렸다. 그동안 회사는 직원들에게 약속한 성과급 지급을 계속해서 미루어왔다. 그리고, 무분별한 외부 임원 영입을 중단하기로 했던 약속도 무시한 채 벌써 올해만도 4명의 임원을 선임했다. 노동조합은 이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를 수 차례 사측에 보냈지만 성의 있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에 A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단체행동에 들어가기로 결의했고, 지방노동관청에 이를 '쟁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노동관청에 신고를 할 때는 '쟁의행위'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명확히 정의하여야 하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교섭해야 하는 상대방을 특정하여야 한다. 접수된 쟁의행위 신고서는 2~3일의 심사를 거쳐 결과가 회신된다. 심사를 거치고 나면 쟁의행위를 통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법에 의해 일정 범위 안에서 보장되는 것이다. A는 관할 노동관청에서 '쟁의행위 신고 접수 결과' 이메일을 열었다. 이메일에 기재된 링크 URL을 누르자 '타게팅 쟁의행위 플랫폼'에 접속되었다.


예시 이미지 (페이스북 광고 타겟 설정)


A는 회사 측의 대표이사를 비롯한 이사회, 그리고 인사담당 임원으로 설정하였다. 쟁의행위의 대상과 주제에 따라 타깃을 설정할 수 있으며 이 대상에게는 쟁의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노출할 수 있다.

© 그림형제


노조위원장 A가 타겟으로 설정한 대표이사와 이사회 임원들에게는 매일 정해진 시간 동안 노동조합의 요구사항과 협상 요청의 내용을 담은 영상을 강제시청 시킬 수 있다. 간접 관련자들에게도 노출이 가능하지만 대상자가 수신을 원치 않는 경우 거부할 수 있고(Opt-out), 관련이 없는 제삼자들의 경우는 시청을 희망하는 경우 영상 수신을 신청(Opt-in)할 수 있다. 노출 시간은 하루 1시간을 기본으로 하며 쟁의행위에 참여하는 조합원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조금씩 시간 연장이 승인된다.




OO산업 대표이사 B는 골프 라운딩을 즐기고 있었다. 12번 홀에서 퍼팅을 놓쳤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한숨을 내쉬며 카트에 몸을 실었을 때 휴대폰에서 문자 메시지 수신음이 들려왔다.


© 그림형제


"웃기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B는 휴대폰을 내던졌다.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지금껏 회사를 키워왔는지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까불고들 있다고 생각했다. 절대로 저들이 원하는 대로 들어주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3일 후 B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 쟁의행위에 참여한 노동조합원들이 늘어나면서 일일 강제시청 시간이 3시간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강제시청은 영상을 재생만 시켜놓고 자리를 비우거나 할 수가 없다. PC 또는 모바일 기기에 시청자의 안면이 인식되어야 재생시간이 카운트되기 때문이다. 강제시청을 거부하거나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더 큰 부담이 된다.


예시 이미지 (Virtual Chior)


직원들의 얼굴로 가득 찬 화면에서는 모두가 한 목소리로 부르는 '단결투쟁가'가 들려오고 있었다. B는 머리를 싸잡고 이 영상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C상무가 노크하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대표님, 직원들의 목소리가 거셉니다. 하루빨리 쇼부 보시지요."


"하아..."


B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른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 C상무, 노조 위원장이랑 미팅 잡읍시다."


"알겠습니다."


자신도 강제시청에 시달리고 있었던 C상무는 잰걸음으로 방을 나서면서 휴대폰을 자신의 귀에 가져다 댔다. B대표의 PC에서 들려오고 있던 노래는 어느덧 '단결투쟁가'에서 다른 곡으로 바뀌어 있었다.



참고자료

- 브런치스토리 : #88. 회사 앞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by 백수쟁이

- 브런치스토리 : 나의 자유는 누구를 위해 침해당하고 있지? by 살리

- 브런치스토리 : 정문 앞 시위 by 이상역

- 브런치스토리 : 좋게 말하면 안 듣는다 장애인 지하철 시위를 보며 by 루비

- 브런치스토리 : 왜 대중은 전장연의 시위를 싫어하게 되었나 by 미셸 킴

- 브런치스토리 : 집회시위 자유를 여론조사로? 억압받는 집회시위의 자유 by 이영일

- 브런치스토리 : 시위 : 일상의 불편과 일평생의 불행 사이 by 안스텔라

- 브런치스토리 : 아이들과 광화문 집회에 갔다 by 마안

- 브런치스토리 : 시스템안전 측면에서 본 집회결사의 자유 by 홍성현

- 브런치스토리 : 집회 신고를 못해서 집회 쉽니다 by 책공장

- 브런치스토리 : 맞춤타겟 10가지 총정리, 이것만 알면 된다(1) by 진민우

- 나무위키 : 시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동열차 운행방해 사태, 여가,

- 매일경제 : “이 좋은 날씨에 나들이도 못 간다”…가정의 달, 시위가 너무해 by 강영운, 이지안, 김지희 기자

- 동아일보 : “표현의 자유, 무제한 보장 아냐…타인 피해 집회시위 제지해야” by 뉴시스

- 동아일보 : 전장연 지하철 시위로 1210만명이 4450억원 피해…84시간 지연 by 뉴스1

- 중앙일보 : 불법 시위 피해는 돈으로 물게 한다 by 김종문, 민동기 기자

- 머니투데이 : '노숙·술판·쓰레기' 불법시위 막는다…정부·여당, 오늘 고위당정서 논의 by 안채원 기자

- 프라임경제 : 이기적 무차별 시위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몫" by 전훈식 기자

- 세계일보 : “전장연 시위에 아이까지 피해…제발 그만” 한계 다다른 시민들 [뉴스+] by 김희원 기자

- 법률신문 : 불법시위로 인한 피해 손배소 지원 by 최성영 기자

- 경남일보 : [기고] 확성기 시위는 또 다른 소음 피해 by 김태영

- 에너지경제 : 시민 피해주는 ‘민폐시위’ 급증···"시위물품 사전 심사 강화해야" by 여헌우 기자

- 쿠키뉴스 : 조용한 투쟁은 성공할 수 있을까 by 이소연 기자

- 뉴스1 : 불법시위에 피해는 시민·기업 몫…"집시법 개정 서둘러야" by 신건웅 기자

- 뉴스1 : 헌재 "옥외집회 사전신고 안하면 형사처벌 조항은 합헌" by 이세현 기자

- KTV국민방송 : 대통령실, 집시법 개정 권고···"도로점거·소음 규제 강화" by 윤현석

- 펜N마이크 : 김기현 "슈퍼갑 거대 귀족노조의 시위로 피해 받는 서민들" by 선우윤호

-포커스경제 : ‘밤 12시~새벽 6시’ 심야 집회·시위 금지…집시법 개정 추진 by 이나겸 기자

- 경기매일 :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되도록 by 조동훈

- 제주의소리 : 이유있는 ‘1인 시위’...애꿎은 주민들만 넉달째 소음 피해 by 김찬우 기자

- Youtube : 용산은 집회·시위로, 靑 주변은 관광객들로 '신음'..."이사 가고 싶어요" by YTN

- 레저신문 : XGOLF 예약 통계, 2021년 경기도, 일요일, 남성, 40대가 주도했다. by 이종현 국장



이미지 출처

- Main Photo : Washington Post

- Virtual Choir (예시이미지) : Uniting Churches in Austrailia

- Facebook 광고 타겟 (예시이미지) : <광고 만들기>에서 세팅해야 하는 5단계는 무엇인가 by 진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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