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제작③ 직선과 직각
단단히 연결된 직선과 직각 구조는 하중을 가장 잘 버텨낸다. 이것을 변주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가구가 만들어진다. 정밀한 직선과 직각은 가구 구조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가구를 만드는 일은 정밀도와 유연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요소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결국 하나의 명확한 기준을 끊임없이 지향하는것이 중심이 된다. 헤매는 와중에 언제든 들춰볼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는 것은 매우 안심되는 일이다.
가구 구조의 중심 요소
일반적인 가구는 직선과 직각으로 이루어진다. 가구의 높이는 지면에서 위를 향하는 직선의 길이다. 이와 직각으로 만나는 것은 가구의 폭이다. 수직으로 뻗은 네 개의 다리 위에 수평으로 놓은 상판이 테이블을 만들고, 나란히 세워둔 두 개의 옆 판을 직각으로 연결하는 널빤지는 선반이 된다. 겉으로 보기에 곡선 형태의 가구라고 해도 구조적으로 직선과 직각에 대한 명확한 지향이 없다면 사용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단단히 연결된 직선과 직각 구조는 하중을 가장 잘 버텨내고, 이것을 변주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가구를 만들 수 있다. 직선과 직각은 가구의 구조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가구는 일상생활에서 가까이 두고 사용되며 끊임없이 하중을 받는다. 수납하는 물건들의 무게를 내내 버티고 서 있어야 한다. 의자에 털썩 앉거나 벌떡 일어날 때 가해지는 순간적인 하중을 견뎌야 한다. 육면체 모양의 스툴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자. 정면에서 봤을 때 사각형이 되도록 4개의 판재를 직각으로 연결하면 그럴듯한 모양이 완성된다. 하지만 이때 어느 연결 부위의 각도가 살짝 틀어져 있거나 삐뚤게 재단되어 있다면 어떨까? 정확하게 아귀가 맞지 않은 가구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평행사변형이 된다. 여기에 지속적인 하중을 가한다면 더욱 심하게 어그러지다 결국 무너져버린다.
직자와 직각자는 가구를 만들 때 선들이 만나는 기준을 잡아준다. 직선을 긋고, 직각을 확인하는 중요한 작업의 시작점이다.
직선을 긋는다
직자는 직선을 그을 때 사용하는 막대기다. 가구를 만들 때 제일 먼저 필요한 한 가지를 꼽자면 단연 이것일 것이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단, 조립까지 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플라스틱이나 나무 소재의 자도 있지만, 공방에서는 강철로 된 직자를 선호한다. 강해서 훼손될 우려도 적고, 두께가 얇아 목재에 딱 붙여 칼금을 긋거나 정확한 눈금을 읽기 쉽다. 나무를 재단하기 전에 직선을 그어 표시하거나 길이를 재는 데 사용한다.
눈금이 있는 직자가 직선을 긋거나 직선의 길이를 측정하는 데 두루 사용된다면, 스트레이트 에지(straignt edge)는 직선이나 평탄성을 확인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전문적인 도구이다. 대패 바닥이나 목공기계의 정반, 각종 공구의 평탄성을 확인할 때 사용한다. 보통 약간의 탄성이 있는 직자에 비해 묵직하고 탄성 없는 금속 막대 모양을 하고 있다. 혹여나 휘어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보관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공방 안에서 직선임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스트레이트 에지를 맞대어 서로의 평탄성을 검증하기도 한다. 측정면을 서로 마주댔을 때, 그 사이에 미세하게 빛이 새어 나오는 틈새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직각을 확인한다
직각을 확인하는 것은 직각자의 역할이다. 직각자는 ㄱ자로 꺾인 모양이거나, 직각 이등변 삼각형의 형태를 띤다. 삼각형 모양이면 삼각자, 45도가 포함된 다각형 모양이면 연귀자라고 칭한다. 직각자에는 눈금이 중요하지 않다. 눈금이 아예 없는 것들도 있다. 측정이라는 자의 기능을 떠올린다면 의아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직각자의 본질은 '자'가 아니라 '직각'에 있다.
테이블쏘의 톱날이 정반과 90도를 유지하고 있는지, 테이블의 상판과 다리의 연결 부위가 올바르게 직교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용도이다. 직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한 부위에 오차가 발생한다면, 단순히 불편한 정도로 끝나지는 않는다. 작은 오차가 하나씩 쌓여 큰 오차를 만들고, 사용 과정에서 그 부위로부터 파손이 시작된다. 따라서 가구를 만드는 전체 과정에서 수시로 직각을 확인하고 교정해야 한다. 직각으로 만나는 부위에 직각자를 갖다 대고 빈틈없이 잘 들어맞는지를 확인한다. 작은 틈새라도 보인다면 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큰 가구는 사각형 구조의 두 대각선 길이를 비교하여 일치여부를 확인하기도 하는데, 여기서도 최종 확인은 직각자의 몫이다.
벽에 걸어놓고 쓰는 큰 것에서부터, 주머니에 넣고 수시로 꺼내 쓸 수 있는 작은 사이즈까지 다양하다.
평탄성과 수평도
'평탄성(flatness)'이란 물체의 표면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평평한 상태를 유지하는 정도이다. '수평도(levelness)'는 수평선과 평행한 상태를 일컫는다. 이 둘은 종종 혼동하기 쉽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평탄한 표면이 반드시 수평인 것은 아니며, 수평인 표면이 항상 평탄한 것도 아니다. 평탄성은 표면 자체의 특성이고 수평도는 그 표면이 중력과 작용하는 방향을 의미한다. 책상을 만들 때 상판이 평탄해야 올려둔 키보드가 덜그럭거리지 않는다. 그리고 상판이 수평이어야 볼펜이 한쪽으로 굴러가지 않을 것이다.
가구를 만들 때 신뢰할 수 있는 평탄면이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공방에서는 테이블쏘의 정반이 주로 이 역할을 담당한다. 테이블쏘 상판이 바닥과 완전히 평행한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아니 그에 앞서 바닥 자체의 수평도를 담보할 수 없지만, 정반의 면적만큼은 평탄성을 일정 수준 보장하기 때문이다.
바깥쪽으로 벌어지는 세 개의 다리를 좌판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스툴을 만들어보자. 끼워지는 정도와 각도에 따라 세 다리의 길이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테이블쏘 위에 스툴을 올리고, 이를 기준으로 다리 길이를 조정할 수 있다. 물론 그 스툴이 실제로 사용될 공간의 바닥이 완전한 평면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장 여건에 따라 다리에 패드를 붙인다거나 하는 조정 작업을 진행할지언정, 공방에서 제작을 완성하는 시점의 가구는 무결한 상태여야 한다.
끌이나 대패의 뒷날을 평평하게 연마할 때도 정반을 사용한다. 이때는 주로 대리석과 같이 돌로 된 정반이나 두꺼운 유리에 사포를 붙여 쓴다. 숫돌을 사용할 때는 두 개의 숫돌을 서로 비벼서 평탄성을 유지한다. 엄지손톱이나 포스트잇 만한 크기의 이 작은 평면에서부터 크고 작은 가구의 직선과 직각이 만들어진다.
올바르게 측정하기
끊임없이 머릿속에 두어야 할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하나의 가구를 만들 때는 통일된 기준을 우선 마련하고 그 틀 안에서 모든 요소를 완성해 나가야 한다. 목공은 기계공학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망치라는 유용한 도구가 물리력을 행사해서 끼워 맞추거나, 목재의 수축과 팽창이 정밀 작업의 의미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미세한 오차조차 아쉬운 순간이 분명 존재한다. 특히 짜맞춤과 같은 결합 방식을 위해 정교하게 설계를 해 놓았을 때가 그렇다.
자의 정확도가 떨어지더라도, 한 작품을 만들 때 동일한 한 개의 자만 사용한다면 전체적인 균형과 비율은 유지할 수 있다. 내가 사용할 가구를 한 점 만들었다면 미세한 차이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상업공방에서는 최대한 정확한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확한 규격에 따른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가구가 맘에 들어 같은 가구를 추가로 주문해서 나란히 두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는 1, 2밀리미터의 차이도 눈엣가시처럼 거슬릴 것이다.
대체로 비싸고 작은 측정 도구일수록 오차 범위도 작다. 어느 정도 길이 이상의 부재를 측정할 때는 줄자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지만, 작은 부재를 측정할 때는 일반 철자나 버니어캘리퍼스 등을 사용하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 참고로 줄자의 앞부분을 보면 걸쇠 부분이 앞뒤로 흔들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딱 줄자 걸쇠의 두께만큼이다. 측정하는 방식에 따라 걸쇠의 두께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보정해 주는 장치인데, 그렇게 정밀하지는 않아 보인다.
측정도구의 눈금을 읽을 때도 눈금의 두께를 포함할지, 눈금의 직전까지 읽을지 기준을 미리 정해 두어야 한다. 부재에 선을 그을 때도 끝이 뾰족하지 않은 연필로는 원하는 위치로부터 살짝 벗어난 곳에 표시될 수 있다. 샤프나 다른 필기구도 정도만 다를 뿐 마찬가지다. 정밀도를 요구하는 작업에서는 뾰족한 핀이나 날카로운 칼날로 된 마킹 도구를 사용한다. 심지어 금을 긋는 칼날의 연마 방향에 따라 미세한 오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종이나 스카치테이프 등의 두께를 활용해서 정밀도를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끊임없는 지향
정밀도와 유연성 사이에서 타협 가능한 균형을 찾는 것은, 하나의 명확한 기준을 끊임없이 지향하는데서 시작한다. 항해 중 바람이나 파도와 같은 요소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지도나 나침반도 없을 때 결국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하늘에 떠 있는 북극성이다. 헤매는 와중에 언제든 들춰볼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는 것은 매우 안심되는 일이다.
어느 날엔 직각자를 갖다 대고 테이블쏘의 톱날 각도를 맞추려 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90도로 딱 들어맞지 않았다. 톱날 기울기를 조정하는 휠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한참을 끙끙대다 지쳐갈 때쯤, 직각자의 뒤꽁무니에 쌀알 반쪽만 한 녹이 피어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손끝으로 만져봐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이 미세한 차이가 가시적인 측정값으로 전달되는 것을 보니 짜증이나 허탈함보다는 믿음과 안도감이 앞섰다.
디지털 각도계 같은 편리한 도구들도 있다. 자석으로 된 바닥면을 톱날에 척 붙여두고 기울기를 조정하면 실시간으로 변하는 숫자를 읽을 수 있다. 89.9와 90.1 사이에서 정확히 90도를 만드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레이저 레벨을 사용하면 한 번에 내 키만한 캐비닛 모서리의 수직과 수평을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없이 바쁘지 않다면 나는 버블 타입 수평계의 공기방울이 눈금 안에 들어오는 것을 눈으로 가늠하거나, 조그마한 직각자를 안쪽 모서리에 재차 갖다 대는 무해한 행위들을 습관처럼 반복하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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