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의 칭찬은 결국 쪽파 김치를 다시 담그게 했다. 이번에도 역시 꽈리고추 멸치볶음도 동시에 만들었다. 이미 해봤던 요리를 다시 하니 더 쉬웠다. 레시피를 그냥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비쌌던 깐 쪽파는 값이 좀 내렸다. 쪽파 한 단에 17,000원이었는데 이제는 9,000원이었다. 그렇다면 몇 % 내린 건가? 반 값이었다.
딸내미에게 보낼 쪽파 김치는 따로 작은 통에 담았다. 딸내미는 반찬을 많이 주면 딱 싫어한다. 그 마음이 이해된다. 나도 무엇이든지 과분하게 많으면 부담이 되고 싫었다. 딸내미도 나의 그 성정을 닮은 것 같다.
이번에도 딸내미가 마치 과일을 먹는 느낌으로 쪽파 김치를 맛있게 먹을 것 같다. 내가 만든 요리를 맛있다고 하니 또 하게 된다.
[다시 만든 꽈리고추 멸치 볶음/ 다시 담근 쪽파 김치/ 딸내미에게 전해 주려고 소분한 쪽파 김치]
어느 날 딸내미가,
"저희 집에 소갈비 양념장이 있는데 가져올까요?"
라고 했다.
"응, 내가 잘 활용해 볼게. 검색해 보면 무슨 방도가 있겠지."
딸내미가 가져온 소갈비 양념장은 유통기한이 넉넉했다. 하지만 갈비를 재워서 굽기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지나치게 번거로울 것 같았다. 집 앞에 '매운 갈비찜' 맛집이 있다. 그 식당에 직접 가서 먹어도 되고 테이크 아웃도 가능하다. 명절에는 그냥 그 식당에서 갈비찜을 주문 포장하여 와서 데워 먹기만 한다.
검색해 보니 소갈비 양념장으로 할 수 있는 요리가 꽤 많았다. 소갈비 양념장으로 갈비만 재우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조림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트에 가서 소갈비 양념장으로 요리할 재료를 사 왔다. 무를 듬성듬성 썰어서 갖은양념을 한 후에 소갈비 양념장으로 무 조림을 했다. 검색해 본 레시피에 의하면 무 조림을 그냥 반찬으로 먹어도 되지만 그 무 조림에다 감자, 당면 등을넣고 조려도 된다고 했다. 궁중 떡볶이도 만들 수 있단다. 마치 육수처럼 사용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큰 무 하나로 만든 무 조림을 소분하여 따로 보관했다. 언제든지 그것으로 다른 요리를 만들면 된다. 당장, 오뎅 볶음을 했다. 집에서 오뎅 볶음을 해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는 원래 오뎅은 안 먹는데, 이렇게 하니 엄청 맛있네."
남편이 오뎅 볶음을 맛있게 먹었다. 마침 냉장실에 있던 가래떡도 그 무 조림 양념으로 조렸다.
"이것도 엄청 맛있네."
"나 분식집 차릴까?"
"그래도 되겠구먼, 사람들 많이 몰리겠는데..."
"그러면 카운터는 당신이 맡아야겠네요."
우리는 농지거리를 하며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갈비 양념장으로 완성한 무 조림/ 무 조림으로 만든 떡 볶이/ 무 조림으로 만든 오뎅 볶음]
[무 조림 양념으로 오뎅 볶음을 하고 있다.]
이제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 뭐든지 뚝딱뚝딱 요리할 수 있어서 좋다. 이러다가 내가 요리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시장 반찬 가게에서 손두부를 사 올 작정이다. 무 조림 양념에 두부를 넣고 조릴 참이다. 그러잖아도 아침에 냉동실에 소분해 두었던 무 조림 양념 한 통을 냉장실로 옮겨 두었다. 먹어보지 않아도 그 두부 조림이 얼마나 맛있을지 짐작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