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고헤이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읽기
노동력은 인간이 지닌 능력으로, 본래 사회의 ‘부’ 중 하나입
니다. 노동력이라는 부를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꿈을 실현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고, 일하는 사람에게 행복감과 성취감을 가져
다주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이 노동력이라는 ‘부’를 ‘상품’에 가둬 버
립니다. 자본가들은 자신이 구매한 노동력 상품을 사용하는 데
에서 노동자의 삶의 질이나 꿈, 보람을 고려하는 것은 관심사가
아닙니다. 그들이 집착하는 것은 노동이 창출하는 가치의 양입
니다. 그것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이 마치 일하기 위해 사는
것처럼 본말이 전도되어 버립니다. 노동력이라는 부가 상품에
갇혀 버림으로써, 많은 노동자에게는 인간이 지닌 능력이 발전
하지 못하고 사장되고 맙니다.
‘노동자의 살아 있는 피에 대한 흡혈귀적 갈증’의 먹이가 되
는 것은 비단 어른들만이 아닙니다. 『자본론』 제1권 8장 ‘노동
일’에는 임금노동에 내몰려 학교에 가지 못하고 글을 읽지 못하
는 아이들, 어른들과 함께 일하면서 담배와 술을 배워 중독되는
아이들, 조기에 사망하는 젊은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이 적나
라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자본론』을 독해하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이 ‘노동일’ 장은
저널리즘적이라서 르포처럼 읽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마르크스가 이 장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 이유는 노동자들이 처
한 상황을 몹시 안타까워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난해하지 않다
는 이유로 이 장을 중시하지 않는 해설서나 연구서가 많지만,
오히려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에서는 매우 본질적인 장입니다.
[출처]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사이토 고헤이 지음, 정성진 옮김, arte 2024, 73~74.
2024.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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