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영화읽기]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우리는 모두 현실의 설계자다. 진실이 아니라, 스스로 믿기로 선택한 현실 말이다. 여기 그 설계의 핵심 공식이 있다. ‘일어난 사실+약간의 창의력+믿으려는 의지’. 이 세 가지가 만나면 단순한 오해를 넘어선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가 되고, 우리는 그 세계의 충실한 시민이 된다.
1단계: 진실의 파편으로 주춧돌 놓기
거대한 건축물은 단단한 주춧돌 위에 세워진다. 거대한 환상 역시 마찬가지다. 이때 주춧돌은 ‘맥락이 제거된 사실’이다. 전체 진실이 아닌, 가장 자극적이거나 편리한 조각만 사용된다. 이 작은 사실의 파편은 전체 구조물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것 봐, 아예 없는 이야기가 아니잖아." 이 한마디가 모든 논리적 방어벽을 무너뜨리는 열쇠다. 사실은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쓰이지 않는다. 더 큰 거짓을 믿게 하려 존재한다.
2단계: 창의력으로 감정의 설계도 그리기
주춧돌이 놓이면, 그 위에 감정의 설계도가 그려진다. 여기서 창의력은 복잡한 세상을 선과 악의 구도로 단순화시킨다. 명확한 영웅과 비난할 악당을 설정한다. 회색지대는 모두 지워버린다. 데이터와 통계 대신, 분노와 공감, 희망과 불안을 자극하는 판타지가 펼쳐진다. 이 설계도의 목표는 이해가 아니다. 즉각적인 감정적 반응이다. 이야기에 몰입하는 순간, 사람들은 이성과 합리의 스위치를 꺼버린다.
3단계: 욕망으로 시스템에 동력 공급하기
잘 지어진 구조물과 설계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게 할 동력이 필요하다. 바로 ‘믿으려는 욕망’이다. 이는 우리의 정체성과 깊이 연결된다. 우리는 특정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 한다. 나의 가치관이 옳다고 확인받고 싶어 한다. 이 이야기가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알고리즘은 이 욕망을 증폭시킨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고, 같은 이야기만 반복해서 들려준다. 믿음은 곧 신념이 된다.
최종 단계: 능동적 공범으로의 진화
이 시스템의 가장 무서운 점은 우리가 수동적인 피해자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거다. 우리는 기꺼이 이 환상의 능동적인 전파자이자 공범이 된다. 이야기를 공유하고 전파하는 행위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선언하는 정체성의 표현이다. 우리는 자신의 신념을 방어하기 위해 반대 증거를 외면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봐야 하는 대로 본다. 나아가 그 이야기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 새로운 사실 조각을 찾아 나선다. 시스템은 이렇게 스스로를 강화하며 영원히 작동한다.
환상에서 깨어나는 길?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쏟아지는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것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다. 나는 왜 이 이야기를 믿고 싶어 하는가? 이 믿음이 나의 어떤 불안을 잠재우고, 어떤 욕망을 만족시키는가? 가장 위험한 설계자는 남이 아니다. 진실의 불편함보다 거짓의 안락함을 선택하려는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보여지는 대로 보아야 하는 이유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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