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옫아 Jul 24. 2023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콘텐츠 속 오드아이

그들은 그들 그대로 존재하고 난 나대로 존재하는 방식

이 이야기는 앞으로 제가 연재할 제 실제 이야기들입니다.

본 글은 오드아이로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기 위해 쓰여진 글들 중 열네 번째 편에 해당합니다.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우리나라의 오드아이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내 친구 민달팽이2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내 친구 민달팽이1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방어책과 직진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아, 맞다 내 눈!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나의 연두색에게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나를 알아주는 사람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글을 쓸래요, 난.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근데 그게 뭐라고?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안녕, 오드아이.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다른 눈으로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같음과 다름의 사이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나의 일부이자 전부 (brunch.co.kr)





20대 초반까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키다리아저씨>였다.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는 편지 형식으로 이뤄진 소설로, 희망을 잃지 않고 성장하는 주디(그녀 스스로가 지은 이름이다)와 그런 그녀를 든든히 지원해 주는 누군가의 관계가 주된 설정이다. 나는 주로 주디가 편지에 소소하게 쓰는 이야기들을 참 좋아했다.

다만 그 책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주디가 친구들과 함께 뉴욕행 기차를 타고 가는 장면쯤에 나오는 건데, 해당 기차의 기관사가 오드아이였다. 이때 주디는 오드아이 사람인 기관사를 보며 편지에다 “이상하다”, “추리소설에 나올 것 같은 느낌(아마도 용의자)” 등으로 그를 묘사한다. 세상에, 같은 오드아이로서 내 사랑 주디에게 느꼈던 충격과 배신감이란!


그 페이지를 겨우 넘겨서 다시 주디의 이야기를 따라갔지만 그때의 찝찝함은 내가 이 책을 온전히 사랑하는 데에 결정적인 브레이크가 되곤 했다. 여전히 <키다리 아저씨>의 서사를 아끼고 주디가 보여준 사랑스러움에 대해선 끝도 없이 애정할 수 있으나, 작게나마 오드아이가 그렇게 소비된 것에 대해서는 쉬이 용납할 수 없었던 한 때가 있었다.


오드아이는 콘텐츠 속에서 어떻게 소비될까. 혹은 어떻게 등장하고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아무래도 웹툰 작가 강풀의 <타이밍>이다. 워낙 좋아하는 웹툰 작가라서 신작을 재밌게 보고 있는데, 중간에 오드아이 특징을 가진 장세윤이라는 캐릭터의 등장이 신기했다. 이때 장세윤의 오드아이는 예지안을 의미하는 설정이었고, 10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그녀를 포함한 여러 캐릭터들이 모여서 미래의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이야기가 바로 <타이밍>의 줄거리였다. 여기서의 오드아이는 이유가 있는 오드아이인지라, 나 역시 10분 후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재밌겠다, 정도의 가벼운 생각으로 그녀를 마주했었다.


최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포스터가 공개되었을 때 ‘유령’ 역할을 맡은 뮤지컬 배우들이 오드아이 설정으로 포스터 촬영을 진행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평상시에 정말 좋아하는 전동석 배우님도 오드아이 설정을 한 걸 보니 정말 신기하고 “아 오드아이가 매력적인 요소일 수도 있겠구나”라고도 생각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스쳐가듯 오드아이를 발견했던 건 아이브의 <일레븐>이라는 노래 한 구절.

“따분한 나의 눈빛이 무표정했던 얼굴이 널 보며 빛나고 있어 널 담은 눈동자는 Odd”


이렇게 쭉 나열식으로 생각해 보면, 최근에 오드아이 서클이라는 명칭도 아이돌계에서 등장했다.

오드아이써클, 이달소 새 출발 신호탄…국내외 신보 활동 ::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 (newsis.com)


그리고 나도 이번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는데, 상당히 많은 오드아이들이 콘텐츠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었다. 오드아이/목록 - 나무위키 (namu.wiki) 


유명한 애니메이션 <미니언즈>에서도, (너무도 귀여운데) 게임 시리즈 <쿠키런>에서도 오드아이를 가진 캐릭터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도 해리포터 시리즈를 꽤 재밌게 봤지만 아직 덜 덕후였는지 ‘겔러트 그린델왈드’도 오드아이라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이 세계를 살아가는 실존 인물들도, 콘텐츠 안에서 살아 숨쉬는 가상 인물들도 오드아이가 내 예상보다 꽤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리고 오드아이는 보통 자연적으로, 태생적으로 태어난 오드아이가 있는 반면, 후천적으로 오드아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얼핏 들었는데 그런 경우들이 주로 가상 인물 쪽에서 많이 등장하는 설정인 듯 하였다.


나 말고 오드아이가 없다면서 찡찡거리던 시절에 이렇게 오드아이 캐릭터들 목록을 찾아 보면 위로가 되었을까, 싶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여전히 대답은 ‘아니다’이다. 오드아이라는 특징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상처 받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내 오드아이는 그들이 설정하는 것과 거리가 있을 것이고, 만약 내 오드아이에도 그 존재 이유를 붙여야 한다면 내가 직접, 스스로, 주체성을 갖고 정의 내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보여지는 게 싫었다. 내 오드아이는 보여지는 대상이 아닌, 내가 세상을 보는 중요한 잣대가 되었고 어떤 시선으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기본 발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콘텐츠 속 오드아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궁금하면서도 굳이 알아보지 않게 되었다. 그들은 그들 그대로 존재하고 난 나대로 존재하는 방식이 언제나의 나에게 최선의 선택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를 바라본다면, 오드아이 캐릭터를 멋있게 끌고 가주는 서사 한 편이 그려지는 콘텐츠는 꼭 만나보고 싶다는 것. 누군가에겐 자연적인 오드아이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이기에, 대체 왜 오드아이로 상처받는 건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오드아이, 그만의 고뇌가 절실히 담겨 있는 이야기를 써주면 좋겠다. (그게 내가 될 거라는 생각도 물론 조심스럽게 해보게 되지만)


물론 나는 오드아이로 특정 짓지 않더라도 내겐 하나의 '오드아이'로 보이는 걸 갖고 있는 여러 콘텐츠들 속 많은 캐릭터들을 사랑해왔다. 그들의 신체적 특징을 전부 '오드아이' 하나로 귀결시키는 건 성급한 일반화로 볼 수 있겠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내가 생각한 '오드아이'란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전 글들에서도 써왔지만 뮤지컬 <위키드>의 엘파바의 초록피부, <해리포터> 시리즈 속 해리포터의 이마 흉터, <빨간 머리 앤>의 빨간색 머리 등등 그 모두가 나한텐 오드아이와도 같다. 그래서 그들이 각자의 일부인 신체적 특징을 어떻게 자신의 전부로 만들고 이내 정체성으로 승화했는지 지켜보는 과정이 즐거웠다.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을까. 늘 생각해 왔으니까.


어느덧 한국 오드아이로서 살아가는 소소한 생각들을 담은 글을 14번째로 써본다. 마음 속에 언제나 저장되어 있던 글들이 하나씩 실타래를 뽑듯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숙원 사업을 잘 진행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앞으로도 성실히 나만이 할 수 있는 오드아이 사람으로서의 이야기를 천천히 써내려가야지. 그때서야 비로소 나는 내가 원하던 '어떤 콘텐츠의 꽤 마음에 드는 오드아이 이야기'를 만날지도 모르니까.




이전 13화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우리나라의 오드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