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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4일(2017.4.12) 독일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부르크, 본
왼쪽 부터: 하나고 2기 제자인 안상현, 전준, 문원영
비행기로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여기서 하나고 2기 제자들을 만났다. 연대 경제학과를 다니며, 스웨덴에서 교환학생 중인 원영이와 그라츠 공대에서 환경에너지를 공부중인 준이,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 중인 상현이. 일주일 간의 부활절 휴가를 실업자가 된 스승이 외로울까봐 기꺼이 가이드를 자처해서 모여든 것이다. 프랑크푸르트로 이민해 온 준이네 집을 아지트로 삼아서 4박 5일 간 부활절 휴가를 함께 보내게 되었다. 준이네 집으로 향하여 여행 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라면을 먹고, 모처럼 수다와 함께 잠을 청했다.
모처럼 긴장없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유럽에서 재회한 준이와 상현이, 원영이가 대부분의 계획을 정하고, 나는 그저 이 친구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되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릴 곳을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탑승하는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다.
첫 방문 장소는 상현이가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하이델베르크이다. 준이는 학교에 일이 있어서, 원영이와 상현이만 동행했다. 이름으로만 듣던 하이델베르크, 뭔가 굉장히 똑똑한 느낌이었는데, 직접 방문하여 본 도시의 광경도 매우 정갈하고, 딱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날씨는 좋았고, 하이델베르크에서 공부 중인 상현이가 기꺼이 가이드를 자처했다. 고등학교 시절 장난치기 좋아하고 까불거리는 녀석으로만 알았던 상현이는 너무도 책임감 있고, 자상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하이델베르크의 곳곳을 소개하고, 다양한 설명을 해주었다.
제자 상현이가 다니는 대학이 있는 도시 하이델베르크. 매우 정갈하고, 기품이 있는 도시다. 걷기에 좋은 도시.
하이델베르크는 작은 도시였다. 도시 곳곳에 학교의 각 단과대가 흩어져 있었고, 각 대학가 주변이 그렇듯 다양한 맛집 등이 있었고, 젊은 친구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는 상현이가 들려주는 대학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왔다. 이 녀석, 틈틈이 가이드를 해도 대성할 거 같다. 하이델베르크에는 니체가 자주 가던 카페와 니체가 사색을 하기 위해 걸었던 사색의 길이 있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까지의 내 흔들리는 젊음을 매혹시켰던 철학자의 흔적을 나 또한 따라 걷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부족했다. 나는 이제 니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별 상관은 없었지만... 20대라면, 꼭 니체의 흔적을 찾아와 봐도 좋을 듯하다.
제자들 덕택에 유독 표정이 밝다. 세계 여행을 출발한 이후, 원없이 웃었던 시간이다.
다음날 방문 장소는 옛 서독의 수도였던 "본"이다. 그리스를 경험하고 와서 그런지, 독일의 날씨는 더욱 찌뿌둥하게 느껴진다. 이런 내게 상현이는 독일 날씨는 계속 이렇다고, 그래서 독일에는 우울증 걸리는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심리학과 철학이 매우 발전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날씨 좋고 평온했던 그리스의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날씨가 우중충한 독일의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는 사실은 인생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나는 어떠한 삶을 원하는가.
"본"에 도착했다. 역시나 도시는 깨끗하고, 그리고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정돈된 듯한 느낌이다. 날씨는 더욱 쌀쌀해졌다. '본'에는 독일에서 제일 유명한 벚꽃이 피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그곳을 보기 위해 이동을 한다. 작년 이맘 때, 아버지 대장암 수술을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하고, 회복 중인 아버지와 윤중로를 걸었던 기억이 새삼 났다. 아버지는 암수술을 하고 회복중인신데, 이 못난 아들은 그 옆을 지켜드리지 못하고 있다. 건강하시기만을 빌 뿐이다.
본에 벚꽃이 유명하다고 했다. 본의 벚꽃 축제. 단순 아름다움이야, 우리나라의 벚꽃 거리들이 더 풍성하지만, 낯선 외국에서 경험하는 벚꽃거리는 뭔가 새로웠다.
1시간 정도를 걸어서, 벚꽃이 피어있는 구간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의 여러 유명한 벚꽃길들보다 나을 것은 없었다. 그래도 조금은 추운 날씨에 제법 꽃이 피어있는 광경은 사람들로 하여금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자상한 준이는 원영이의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애쎴으며, 벗꽃을 보니 누군가가 생각나는지, 상현이는 홀로 꽃길을 걸었다. 나는 그 녀석들의 모습을 찍으며, 나름 봄날의 꽃길에서 더불어 사진을 찍어본다. 내가 독일에서 꽃구경을 하고 있을 줄이야.... 이 모든게, 다 이 녀석들 덕택이다. 고맙다.
자랑스런 나의 제자 하나고 5기 문원영, 전준, 안상현
본을 관통하며 흐르는 강은 '라인강'이다. 어린 시절,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내용을 공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약간은 동경의 마음으로 라인강으로 따라 걸었다. 계속 우리나라가 겹쳐 떠올랐다. 전쟁의 폐허에서 일구어 낸 도시와 국가. 그 자부심. 그러면서 새삼 깨닫는다. 한강이야말로 진짜 엄청난 강이며, 한강의 기적은 정말 위대한 기적이었다. 이 기적을 가능하게 한 우리 부모님 세대의 헌신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누가 독일의 딱딱한 이성의 '나라'라고 했는가. 독일은 아주 말랑말랑한 낭만의 '나라'였다.
숙소로 돌아오니, 저녁 9시가 넘었다. 떡볶이 떡볶이 노래를 부르던 나를 위해서 이 세명의 제자가 요리를 준비했다. 이 세 녀석의 수고 덕에 오늘 저녁에는 35일 만에 매운 떡볶이를 먹는다. 감사하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 녀석들... 정말 잘 컸다. 아직 이 세녀석 다 이성친구가 없다. '내코가 석자'이지만 이 멋진 제자들을 널리 널리 소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