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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r 07. 2022

애덤 스미스가 동네 식당을 차린다면

같은 영화 다른 시선(10) - 영화 <카모메 식당>


☞ 부끄러움의 경제학- 영화 <동주>(1편)

☞ 신데렐라, 메타포를 입다- 영화 <일 포스티노>(2편)

☞ 경제학적 행복의 진짜 의미-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3편)

☞ 평온한 허구 VS 험난한 현실, 당신의 선택은?- 영화 <트루먼 쇼>(4편)

☞ 삼겹살 먹는 캥거루 가족의 좌충우돌 행복 찾기- 영화 <고령화 가족>(5편)

☞ 일도 사랑도 멋지게 복원시키는 직업이 있다면-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6편)

☞ 나는 너와 만나기 위해 '선택'하면 살아온 거야-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7편)

☞ 멈추고 선택하라 그리고 진짜 나의 길을 걸으라- 영화 <와일드>(8편)

☞ 전쟁이 우릴 속일지라도,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9편)




“카모메 식당은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네 식당이에요.”     

                                   

                                    - 영화 <카모메 식당> 중에서 - 





뚱뚱해지고 픈 카모메 식당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카모메 식당>. 카모메는 우리나라 말로 갈매기를 뜻하는데요, 그렇다면 왜 하필이면 식당 이름이 ‘갈매기 식당’일까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항구 인근에 위치한 작은 카모메 식당의 주인장은 사치에라는 이름의 일본인 중년 여성입니다. 그녀는 독특하게도 핀란드 갈매기의 뚱뚱함에 반합니다. 그래서 식당 이름까지 카모메 식당이라 정한 건데요, 뭐든지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어대는 갈매기를 보며 이렇게 말하죠.


“난 살찐 모습에 약하다. 맛있게 먹는 모습에 너무 약하다.”


죽은 엄마가 말라깽이였기 때문에 반대로 뚱뚱함을 좋아하게 되고, 편식 없이 잘 먹는 사람이나 동물을 보면 흐뭇해한 것이 바로 사치에였죠. 그래서 그녀는 식당을 차립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누군가가 맛있게 먹어주리라 생각하며 말이죠.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식당에는 한 달째 파리만 날립니다. 오죽하면 지나가던 핀란드 중년 아줌마들이 항상 가게 앞에 들러 손님이 있는지 확인할 정도니 말입니다. 그러나 사치에는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자신의 필살 메뉴이자 고향의 맛인 ‘오니기리(일본 주먹밥)’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그날이 올 것이라 굳게 믿고 있죠. ‘아니면? 가게를 접어야지.’ 정말 낙관적인 사치에네요.


이후 ‘걋차맨(독수리 오형제)’ 가사를 적어준 미도리를 무급 직원으로 쓰게 되고, 미도리는 손님을 끌기 위한 다양한 메뉴(오니기리 퓨전 버전)와 가게 홍보를 제안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네요. 기대한 맛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죠.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이 카모메 식당의 주인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 어떤 방법을 써야 곤궁에 처한 식당을 살릴 수 있을까요?




프랜차이즈 식당을 떠올리다


우리나라를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라 부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만큼 체인점들이 식당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체인점들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는 전통 있고 오래된 가게를 선호하는 일본이나 유럽과는 다소 다른 관점이라 할 수 있는데요, 프랜차이즈 특유의 깔끔한 인테리어나 괜찮은 맛, 그리고 지역적으로 접하기 쉽다는 여러 장점 때문이라 할 것입니다. 또한 창업을 시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은 편인데, 큰 자본 없이 시도할 수 있다는 것과 짧은 교육만으로도 충분히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라 할 수 있죠. 이렇듯 서로 간의 수요와 공급이 잘 맞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 숫자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하겠습니다.


(사)외식·프랜차이즈진흥원에서 발표한 2021 프랜차이즈 산업통계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 브랜드수는 무려 6,847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엄청 많죠? 이는 2019년 대비 12.5%가 늘어난 것으로,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의외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코로나 이후 배달업이 성행함에 따라 소규모 매장이나 종업원이 없는 1인 프랜차이즈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 하는데요, 어찌 되었든 대한민국의 프랜차이즈는 계속 성황 중이라 봐야 할 듯싶네요.



일반적인 프랜차이즈의 경우 브랜드 마케팅과 신메뉴 개발 등은 주로 본점에서 진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개인 식당보다는 운용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죠. 다소 엉뚱하긴 하지만 영화를 보며 만약 사치에의 카모메 식당이 프랜차이즈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랬다면 한 달간이나 손님이 없어 파리가 날리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요? 아무래도 본점 차원에서 마케팅은 물론이고 메뉴 또한 핀란드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개발했을 테니까요.


그러나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사치에는 카모메 식당이 레스토랑이 아닌 동네 식당으로 불려야 하는 이유에 대해 SNS나 안내 지도를 보고 찾아오는 일본 사람이나, 혹은 일식 하면 초밥이나 사케(일본 술) 밖에 모르는 사람은 자신의 가게 분위기와는 맞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저 근처를 지나다가 가볍게 들어와 허기를 채우는 것만으로도 자신은 충분히 만족스럽다고요.


이는 규모 있는 레스토랑이나 프랜차이즈가 아닌 철저한 사치에의 경영 의지이자 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매출이나 이익 만을 바라보며 식당을 운영하고자 했다면 카모메 식당은 당연히 실패작이라 봐야 할 겁니다. 그럼에도 점차 많은 손님들이 카모메 식당으로 찾아오게 되는 배경은 역시나 잘 팔리는, 즉 돈을 많이 벌기 위한 메뉴가 아닌 사치에의 진심인 ‘고향의 맛’이 담긴 음식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는 자신의 저서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를 언급합니다. 이는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만으로도 자본주의 체계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음을 언급하는 용어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이 하나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마음이라 할 수 있는 ‘동감(Sympathy)’으로, 애덤 스미스는 이 ‘동감’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할 때 보다 더 따스한 자본주의가 될 것이라 예견했던 겁니다.


카모메 식당 주인장 사치에의 따스한 마음을 영화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많이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www.behance.net/gallery/28579269/ruokala-lokki)



※ 이 글은 2022년에 출간될 책 <같은 영화 다른 시선(가제)>의 초고입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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