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목록을 고르자면 말이에요
최근의 영화 흥행 통계들을 지켜봐 오신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요즘 박스오피스는 숫자를 살펴보는 게 거의 의미가 없을 만큼 나날이 저조한 시간들의 연속이다. 특히 지난 주말(1/8(금)~1/10(일))은 10만 명도 채 되지 않는 관객 수를 나타내며 코로나 19가 본격화된 이후 가장 저조한 통계를 보였다. 1위인 <원더 우먼 1984>(2020)는 3주 연속 주말 1위를 지키기는 했으나 간신히 누적 관객 수 50만 명을 넘어서며 힘겹게 기록을 쌓는 중.
*<원더 우먼 1984> 리뷰 '진실함을 믿는 한 여전히 우리는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링크)
코로나 19 상황이 호전되어 관객들이 다시 극장으로 걸음 하기 시작하지 않는 한, 1월 20일 개봉을 앞둔 픽사 애니메이션 신작 <소울>(2020) 역시 흥행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다. (<소울>은 이미 2020년 12월에서 개봉을 한차례 미룬 바 있다.) 그러니 요즘은 지난주 '지금까지의 DCEU 영화 흥행 성적'과 같이 통계와 관련한 다른 쪽으로 계속 눈을 돌리게 된다. 오늘은 그래서 개인적으로 꼽은, '더 흥행하기를 바랐으나 그러지 못해 아쉬운' 작품들을 몇 가지 언급해보기로 한다.
순 제작비와 영화에 대한 반응, 국내외 통계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지만, 전적으로 사적 취향에 충실한 선택이다. 아, 작품 선정만 주관적인 게 아니라 흥행치에 대한 판단 역시 주관이 개입되어 있다. 해당 영화에 대해 브런치에 리뷰를 작성한 경우 그 글의 링크도 하단에 같이 포함했다.
(국내 관객 수: KOBIS(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글로벌 성적: IMDB, BoxofficeMojo 기준)
국내 개봉일: 2010년 11월 18일
국내 관객 수: 50만 9,295명
글로벌 수익: 2억 2,492만 달러
순 제작비: 약 4,000만 달러
배급: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현 소니픽처스코리아)
<소셜 네트워크>는 사실 성공한 영화다. 당시 글로벌 극장 수익은 순 제작비의 약 여섯 배 정도. 그렇지만 목록의 첫째로 꼽은 건 데이빗 핀처 감독 작품 중 가장 상업성에도 충실한 영화라고 생각이 들면서 그에 반해 성적이 따라주지 못했다고 주관적으로 판단했기 때문. (물론 당해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내외 포스터의 카피 문구 톤이 다소 상반되는 점도 흥미로운 포인트. 이 영화가 나온 것도 벌써 10년이 지났고, 그동안 소셜미디어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분명 <소셜 네트워크>에 관해 쓴 글이 있는데 브런치에서는 안 보여서 어리둥절하는 중이다. 어쩌면 브런치에는 써놓고 올리지 않은 것일 수도,,,)
국내 개봉일: 2013년 1월 9일
국내 관객 수: 45만 3,116명
글로벌 수익: 1억 3,048만 달러
순 제작비: 약 1억 200만 달러
배급: (주)NEW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2013년에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였다. 그나마 국내에서는 배두나 배우의 출연 등으로 어느 정도 초반 관객 몰이는 하였는데 글로벌 성적으로는 처참하게 실패. 영화 자체에 대해서도 꽤 많은 혹평이 있었다. 워쇼스키 자매의 영화들이 요즘(이라기엔 꽤 오래)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는 있지만, 제작 중인 네 번째 <매트릭스> 영화는 그래도 반등의 계기가 되기를. 데이비드 미첼이 쓴 동명의 원작 소설 역시 국내에 번역 출간되어 있다.
*아니, <클라우드 아틀라스> 이야길 그렇게 많이 하고 다녔는데 아직 브런치에 제대로 된 리뷰 하나 안 썼다. 일단 짧은 일기로 대신하기로,,, (2019.01.19.): (링크)
국내 개봉일: 2017년 2월 2일
국내 관객 수: 63만 4,150명
글로벌 수익: 2억 338만 달러
순 제작비: 약 4,700만 달러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쓰다 보니 흥행 기준을 꽤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 같기는 하다. <컨택트>는 드니 빌뇌브 감독 작품 중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흥행한 작품이지만 누적 관객 63만 명 정도로 당시에도 괄목할 만한 흥행을 하지는 못했다. (물론 순 제작비 기준으로 글로벌 성적은 성공한 축에 속한다) 국내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SF 범주에 넣기에는 여러모로 (원작 소설부터가) 마이너 한 취향 내지는 조금 철학적인 테마일 수 있어서 이 목록에 포함하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성적이기도 하다.
*<컨택트> 리뷰 '언어와 시간의 만남은 어떻게든 당신을 향해'(2017.02.11.): (링크)
*<컨택트> 리뷰 '모든 여정을 알면서도, 그 끝을 알면서도'(2017.10.22.): (링크)
국내 개봉일: 2017년 3월 23일
국내 관객 수: 44만 9,518명
글로벌 수익: 2억 3595만 달러
순 제작비: 약 2,500만 달러
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매년 1~3월 사이 개봉하는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 영화들 중에서는 비교적 대중성 높은 축에 속하는 경우여서 <히든 피겨스>는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내심 기대했다. 시상식 시즌 영화 중에서는 40만 관객을 넘었으니 그 자체로 괜찮은 성적에 속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해 아쉬웠던 경우. 당시 마케팅 비용도 적지 않게 썼던 것으로 기억하고. 물론 글로벌 기준으로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히든 피겨스> 리뷰 '보이는 차별이 아닌 안 보이는 장벽을 깨는 영화'(2017.04.01.): (링크)
국내 개봉일: 2018년 7월 4일
국내 관객 수: 49만 0,519명
순 제작비: 미공개
배급: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변산>은 당시 시사회에서의 현장 분위기와 반응이 괜찮았던 터라 <동주>나 <박열>과 비슷한 정도의 흥행을 예상했지만, 이준익 감독 작품 중에서는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던 경우에 속한다. 개봉 첫 주 3위로 출발해 이후 반등하지 못하고 누적 관객 49만 명 정도에 그쳤다. 같은 영화도 상영관마다 그 온도가 다르니 어쩌면 속단했던 것이거나 개인적으로만 좋게 관람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박정민이 직접 작사에도 참여한 영화 속 노래 역시 호의적으로 보기도 했었고.
*<변산> 리뷰 '당신은 이미 '쓸 만한 인간'이니 계속 이야기를 써보자'(2018.06.28.): (링크)
*<변산> 후기 '<변산>을 다시 보고, 그 세계를 더 좋아하게 되다'(2018.06.30.): (링크)
국내 개봉일: 2018년 10월 9일
국내 관객 수: 52만 8,537명
글로벌 수익: 2억 2,492만 달러
순 제작비: 약 4,000만 달러
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글로벌 성적으로 보면 제작비 대비 엄청난 성공이지만, 국내에서는 개봉 당시에 큰 빛을 보지 못했던 축에 속한다. 외적으로 보기에 영화의 대중성 면에서 모호해 보였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 결과물은 브래들리 쿠퍼의 감독 데뷔작으로 믿기 어려울 만큼 탁월하다. 브래들리 쿠퍼는 이후 <조커> 등 워너 영화의 제작자로도 활약 중이며 레이디 가가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구찌>에 주연급으로 캐스팅되기도 했으니, <스타 이즈 본>은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 두 사람 모두의 커리어에 있어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된 작품. 개봉 당시 49만 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작년 상반기 일부 극장에서의 재상영을 통해 누적 관객 52만 8천여 명을 기록했다.
*<스타 이즈 본> 리뷰 '무수히 많은 별들 중 내게 태어난, 단 하나의 별'(2018.10.11.): (링크)
*<스타 이즈 본> 후기 '극장에서 한 영화를 떠나보내기'(2018.12.07.): (링크)
*<스타 이즈 본> 리뷰 '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어 다행이야'(2019.02.16.): (링크)
*<스타 이즈 본> 해설 '이야기의 반복은 어떻게 의미를 만들어내는가'(2019.10.30.): (링크)
(많이도 썼다,,,,)
국내 개봉일: 2018년 10월 18일
국내 관객 수: 66만 5,984명
글로벌 수익: 1억 570만 달러
순 제작비: 약 5,900만 달러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위플래쉬>와 <라라랜드>를 성공시킨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작품이라 해도 <퍼스트맨>은 대중적으로 다가가기에는 어느 정도 무거울 수 있는 면도 존재한다. 우주가 공간적 배경으로 포함되는 영화 중에서도 <인터스텔라>(2014)나 <마션>(2015) 같은 성향의 작품이 더 흥행하는 국내에서는 특히 더 반응이 미진했으리라 짐작 가능하다. 개봉 주 박스오피스 1위를 했음에도 10월 중순이 그리 성수기는 아니어서, 성적 자체도 크게 돋보이지 못했기도 하고. 글로벌 성적으로도 간신히 손익분기에 턱걸이했을 만큼의 통계를 보였다.
*<퍼스트 맨> 리뷰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낸 채 그들은 달을 향하네'(2018.11.05.): (링크)
국내 개봉일: 2019년 4월 11일
국내 관객 수: 29만 3,355명
순 제작비: 약 20억원
배급: (주)쇼박스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인 <미성년>은 그리 많지 않은 예산이 들어간 작품이었지만 그리 무겁지 않게 대중적으로 볼 만한 영화라 여겼음에도 흥행 성적 자체는 평범했다. 개봉 주 3위권에 안착하며 누적 관객 수는 30만 명을 조금 넘지 못하는 선에서 종영했다. 자국 영화로서는 배우 출신 감독 영화의 가능성을 오랜만에 보여준 경우로도 꼽을 만하다.
*<미성년> 리뷰 '배우 김윤석의 섬세한 연출작: 모두가 미성년인 사람들'(2019.04.05.): (링크)
물론, 2차 매체와 OTT 환경이 대두된 요즘은 극장 성적이 영화 흥행의 절대적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이렇게 여러 영화들을 생각하는 것도 전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혹은 '더 많은 이들이 보았으면 하는' 사적인 기준에서 기인할 것이다. 어쨌든. 몇 작품 더 언급하고 싶지만 적절한 분량(?)을 위해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