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습관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 작가들의 작가이자 러시아의 대문호인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민음사, 2012)는 이렇게 시작한다. 누군가의 운명을 예언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문장은 책을 처음 펼친 독자를 낯선 19세기 러시아의 풍경 속으로 초대한다. 게다가 이 문장은 행복과 불행에 관한 원리이자 모든 인간이 알고 있지만 누구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삶의 원칙이다. 인지도는 물론 예술적 성취에서도 그 탁월함을 인정받은 문학 작품이기에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초월해서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글과 말로 이 문장을 인용했다. 결국, 과학자들은 이 문장을 법칙으로까지 발전시켰다.
진화생물학자이자 미국의 논픽션 작가인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책 『총, 균, 쇠』(문학사상사, 2013)에서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을 야생동물이 가축이 되는 과정을 사례로 들면서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흔히 성공 원인을 한 가지 요소에서 찾으려 하지만 실제 어떤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먼저 수많은 실패 원인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만족하지 못한 야생동물은 가축이 될 수 없었고 문명과 함께할 수도 없었다. 이처럼 '성공은 어렵고 고된 일이다'라는 가설은 인류가 역사적으로 증명한 진리다. 독서에 성공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만약 있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은 독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책의 처음부터 누누이 강조했지만,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일은 호모 사피엔스라면 평생 해야 할 과제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 내면과 대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거친 운동도 해본다. 멀리 떨어진 곳으로 훌쩍 여행을 떠날 때도 있다. 느닷없이 명상에 빠지거나 모든 게 지겹다고 느껴서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 특히, 책을 읽으면 자아를 멀리서 바라볼 기회가 자주 생긴다. 꼭 어려운 책일 필요 없고 자신과 잘 맞는 책이면 충분하다.
행복이라는 함수에서 절댓값이 가장 큰 변수는 농도가 아니라 '빈도'다. 아무리 크고 행복한 일이라도 그 순간을 기점으로 행복한 감정은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소소한 행복이라도 자주 반복되면 그 사람의 일상은 행복으로 가득하다. 더구나 자아를 바라보는 것마저 힘들어진 요즘이다. 대중에 묻혀 개인의 의견은 참조 사항일 뿐이며 나를 지키는 일도 쉽지 않다. 보이지도 않는 미래의 큰 행복을 꿈꾸며 현재의 불행을 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럴 때 망망대해의 등대처럼 인생에도 푯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독서는 일상의 작은 행복을 추구하며 푯대의 역할도 훌륭하게 해낸다.
책과 독서를 인생의 동반자로 삼으면 생각보다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난다. 읽은 책이 많아진다는 말은 계속해서 성공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작지만 확실한 성공이 바로 독서다. 그뿐만 아니라 성공한 경험이 많을수록 자신감도 커진다. 스스로 선택한 일을 책임지고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행복한 인생에 꼭 필요한 요소이다. 새로운 도전에 맞설 용기도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자기 자신이 주인공인 삶, 다시 말해 주체적인 삶도 독서를 바탕으로 닦은 자신감과 함께라면 어렵지 않다.
친절한 독서는 우리에게 기회도 제공한다. 책에 고스란히 담긴 저자의 경험은 삶을 개척할 기회, 일을 잘할 수 있는 기회, 새로 출발할 기회를 제시한다. 동시에 독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넘나드는 옛 성현들의 지혜의 보고(寶庫)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도 (역사처럼) 과거와 현재의 진지한 대화다. 더욱이 독서를 통한 자아 성찰과 자기 계발은 인류가 책을 발명한 순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유구한 전통이다. 수많은 지식인의 고뇌와 아픔이 담긴 책에는 올바른 인격으로 나아갈 길이 있다.
독서를 인생의 동반자로 삼으면 생각보다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난다.
똑똑한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상을 분석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습관으로 만든다. 독서에서까지 자신을 괴롭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니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보자.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곳곳에 책을 배치한다. 책상뿐 아니라 식탁, 거실, 침실, 화장실 등 눈길이 닫는 곳이라면 어디든 책을 던져 놓는다. 경험에 비추어 보아 자주 보이면 자주 읽는다. 독서 시간을 따로 정해 놓는 것도 좋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틈틈이 책을 읽는 것도 좋다. 따라서 가방 안에 책 한 권을 넣어 두는 것도 잊지 말자. 하나 더, 약속 장소를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정하는 것도 독서 습관을 기르는 슬기로운 방법이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하루에 10분만 읽자. 내가 읽은 책에 대해 1분만 돌이켜 보자. 내가 읽은 책에 나만의 흔적을 한 줄만 남겨보자. 그런 과정을 통해서 당신은 또 다른 자아를 만날 수 있다. 당신의 마음속에 담긴 책들은 당신의 정체성 그 자체이다. 변화를 원한다면 책을 펼쳐라. 당신의 미래는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음에 담긴 아름다운 문장 덕분에 당신은 아름다운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마음은 씨앗이 되어 단단한 나무로 자라고 우리는 다시 그 나무를 바라보며 성장한다. 그렇게 책 읽는 마음은 무한한 세월의 강을 건너 또 다른 사람에게 닿는다.
늦었지만, 이렇게 먼 곳까지 필자와 함께해 준 당신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못난 글을 읽느라 힘들었을 당신의 앞날에 무한한 축복과 꽃길이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책을 읽는 이유, 방법, 습관에 대해 같이 고민해 봤다. (성공에서 한발 물러나) 독서를 잘한다는 말은 이 세 가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다루었던 세 가지 주제를 요약하며 마무리 짓는다.
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10월, 책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삶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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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서는 자신의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하는 최적의 도구이자 방법이다.
2. 독서는 개인 능력 발달의 전제조건이다.
3. 독서는 변화와 탐색의 선순환 구조에 최적화된 도구이다.
4. 지적 허영심과 독서를 통한 공감은 다시 치유와 위로로 이어진다.
5. 독서는 '나'의 정신을 지키는 일이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다.
6. 독서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1. 나에게 맞는 책을 찾는 일은 성공적인 독서의 선행조건이다.
2. 완벽한 독서는 없다. 다만, 완벽한 독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뿐이다.
3. 책은 사유를 넓힐 수 있는 도구이지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4. 독서에 있어서 우리는 속독과 다독보다 숙독(熟讀)을 지향해야 한다.
5. 상상력을 동원하면 책을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다.
6. 병렬식 독서는 책이 추가될수록 독서의 어려움이 감소한다.
1. 책 읽는 것에서 스스로 재미를 느낄 때 독서는 습관이 된다.
2. 독서도 지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다르게 보인다.
3. 반복은 곧 습관, 독서 습관을 기르는 길은 독서 기록에 있다.
4. 독서 습관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미엘린과 심적 표상의 문제다.
5. 재독과 서평은 독서 습관을 기르는 수단이다.
6. 독서를 인생의 동반자로 삼으면 생각보다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