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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Oct 06. 2021

(YJ)한 우물 파기 전략

#평생직업 #전문가 #달인 #융합인재 #창업

직장생활을 하면서 깨닫는 것들이 있다. "한 우물을 파라", "직업의 귀천이 없다"라는 말이다. 공중파 방송을 보면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한번 보게 되면 끝까지 보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한 가지 분야에 수십 년간의 노력과 연마를 통해 달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을 보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일이든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어찌 보면 삶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살아가는데 매우 효율적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한 우물만 파라'는 속담과 달리 사기(史記) 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에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교활한(영리한) 토끼는 굴을 세 개나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는 뜻으로, 만약에 닥칠 미래의 위험을 대비해서 사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한 우물만 파는 직장인들에게는 만일에 대비한 '플랜B' 또는 '백업플랜'은 교토삼굴의 의미로 쓰인다. 요즘 MZ세대들에게 교토삼굴은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것 같다.


오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교토삼굴이 아니라 '한 우물 파기'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글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교토삼굴과도 한 우물 파기 전략이 맥락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람들은 어떨 때 '한 우물을 파기'를 할까? 그건 바로 매몰 비용(Sunk Cost)이 클 때라고 한다. 이전에 투자한 비용이 많으면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계속해야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커피숍을 하려고 몇 억을 투자했다면 장사가 안되더라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매몰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비용은 시간과 노력을 포함한다. 몇 번을 낙방해도 다시 도전하는 '고시낭인' 또한 매몰비용의 전형적인 사례다.



1만 시간의 법칙과 GRIT


'1만 시간의 법칙'을 처음으로 언급한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보면 하루 세 시간 10년간 연습을 하면 누구든 어느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엔젤라스 더크워스의 <GRIT>을 보면 그냥 연습이 아닌 '질적으로 다른 연습'인 '의식적인 연습'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계치를 넘기 위한 의식적은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멘토 또는 코치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들 주변을 보면 조깅, 테니스, 헬스 등 10년 이상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임계치를 넘기지 못하고, 일정 수준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의식적 연습 부족과 멘토의 부재 때문이다.


스타트업 취업은 인생의 경험 자산이 된다


직장생활을 하면 모든 구성원은 '실무자(스페셜리스트)'에서 출발해 '관리자(제너럴리스트)'로 성장을 한다. 물론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이와 같은 과정을 겪는다. 나처럼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 대부분은 제너럴리스트일 수밖에 없다. 세상은 갈수록 개개인에게 남다른 전문성을 요구하는데 왠지 나는 세상이 요구하는 인재상과는 동떨어져가는 것 같아 마음이 초조해진다. 


대기업이라는 직장생활의 특성상 전체 업무를 관장하는 통합적인 일보다는 특정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업무만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업을 퇴사하면 자신이 하던 일을 사회에 나가서 열결하기가 어려워 업무의 연속성이 단절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스타업트업 기업처럼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면 대기업과 같은 안정적 일자리와 급여 수준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창업과 회사 경영의 제반적인 업무를 직접 처리하거나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어 커리어 측면에서는 많은 도움이 된다.


할 일은 태산 같고 업무 강도는 매우 높지만 경영진과도 자유롭게 소통하고, 회사와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들도 가질 수도 있으니 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감히 남들이 다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 취업보다는 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을 찾아서 취업을 하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젊었을 때가 아니면 도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우물만 파서 성공한 내 친구 이야기


내 친구 중에 직장생활을 하다가 주식투자로 모은 돈을 전부 날리고, 한동안 잠적한 친구가 있었다. 연락이 전혀 닿지 않았다. 몇 년간의 잠적을 끝내고 그 친구가 다시 사회로 돌아왔다. 그 친구는 부모님께 돈을 빌려서 지역 내에서 돈을 빗자루로 쓸어 담을 만큼 매출이 좋은 유명한 음식점을 찾아가 부모님께 빌린 돈을 주면서 무작정 레시피를 가르쳐 달라고 애원했다. 주인은 내 친구의 무모함과 절박함을 보고 레시피를 직접 전수하는 대신 내 친구가 직접 눈으로만 그 레시피를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세 달 간의 기간을 무급의 조건으로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내 친구의 신의 성실함에 감동을 받은 주인은 레시피를 적극적으로 전수해 주었고, 내 친구는 주인의 허락을 받아서 상권이 겹치지 않은 곳에 그 음식점 상호를 그대로 카피한 음식점을 창업할 수 있었다. 그 이후 내 친구는 15년 동안 일 년 365일 가게문을 닫지 않고 신의 성실하게 장사를 했고, 그 결과 입소문이 커졌고, 2년 후에는 10명의 종업원들을 둘 수 있을 만큼 매출 규모가 커졌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10명의 종업원들이 여전히 그 가게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여전히 미혼이고, 외모도 눈에 띄게 노화가 왔지만 그는 이제 예술품까지 눈을 돌려 투자하고 있을 만큼 성공한 사업주가 되었다. 나와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여서 언제든지 퇴직하면 자신의 레시피를 전수해주겠다고 말을 했지만 과연 내가 그 친구처럼 인생을 모두 바쳐서 신의 성실하게 장사를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No'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어찌 되었던 내 친구는 한 우물만 파서 성공한 케이스다.   


한 우물만 파다가 실패한(?) 내 친구 이야기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다니던 내 친구 한 명은 매일같이 고속도로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퇴근을 하다가 고속도로 중간에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이 심해져서 생명의 위험을 느낀 내 친구는 급하게 가까운 IC에서 빠져나가 인근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고, 응급실 앞에서 쓰러졌다고 한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 일을 당했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충격을 받은 내 친구는 죽음이 가깝게 왔음을 인지하고, 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남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 이것저것 프랜차이즈 창업을 알아보다 유명한 커피 브랜드 프랜차이즈와 계약을 체결하고 대학가 인근에 커피숍을 오픈했다.


시간이 갈수록 어느 정도 커피숍 매출은 안정화되어갔고, 그런대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8년간 운영하던 커피숍을 폐점하기로 결심했다. 대부분은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인수인계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대학가 상권이 무너지다 보니 일 년간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아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은 운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폐점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바닥 권리금을 포함해 약 3억 5천 정도를 투자해 커피숍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폐점을 앞둔 그 친구가 내게 한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8년간 휴무도 제대로 못했고, 내가 돈 번 것보다는 매년 오르는 아르바이트 급여만 챙겨주다가 사업이 끝난 것 같다. 돌아보면 내가 투자한 3억 5천만 원을 직장생활보다 더 힘들게 일하면서 8년간 월급으로 분할해서 돌려 받은 것 같다. 너는 퇴직하면 그냥 사업하지 말고, 그 돈이 있으면 국민연금 받을 때까지 꼬박꼬박 쓰면서 인생을 즐기는 편이 낫다." 


소상공인 창업 5년 내 폐점률이 80%에 육박한다는 통계청 자료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퇴직 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교훈을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한 우물 파기의 핵심은 어지보면 업종의 희소성과 직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레드오션에서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가급적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야 생존하고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뜻은 바로 이런 의미이다. 


한 우물 파기 전략은 사전 준비와 올바른 판단이 설 때 해야 한다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한다는 말은 어떻게 보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말이다. 물이 안 나오는 우물을 판다면 빨리 다른 우물을 파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우물을 제대로 파지도 않은 채 물이 나오기 직전에 포기하면서 투입한 노력과 수고를 허사로 만들곤 한다. 물이 나올 수 있다고 충분히 사전 조사가 되었다면 당연히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우물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것이다.


요즘과 같은 격동과 변화의 시대에는 한 가지 직업만 가지고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부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하고,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N잡러가 되어야 한다는 세간의 말들이 진리처럼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퇴직 후 하는 일과 취미 활동이 바로 한 우물 파기의 목적이다


퇴직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대상이 바로 일찍부터 한우물만 판 사람들이다. 사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남들이 다 가기를 원하는 대기업에 취업하느라 삶의 모든 시간들을 허비하고, 막상 취업을 하면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열정과 도전을 펼치기에 적합하지 않아 중도에 퇴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이 요즘 현실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관점에서 삶을 보면 많은 사교육비를 들여서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고, 대기업에 취업시키는 것보다 오히려 그 돈으로 자녀에게 물려줄 명품 주식을 선물하고, 사회 초연생부터 적성에 맞는 평생의 직업 스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요즘 해보게 된다. 예전 우리 시대의 성공 방정식은 이제 더 이상 유효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잘하는 일보다는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면 좋다. 꾸준히 하다 보면 잘할 수 있게 되고, 잘할 수 있게 되면 그 분야에서 전문가와 달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도, 취미도 마찬가지다. 주변 동료 중 산악자전거에 심취해 오랫동안 취미활동을 하면서 퇴직 후 산악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한 사람도 있었다. 취미도 한 우물만 파면 전문가와 달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퇴직 후 한우물 파기를 준비해야 한다


요즘 나는 퇴직 후 한 우물을 파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직장생활을 하면서 교토삼굴을 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업무 강도를 볼 때 교토삼굴을 하기는 시간적으로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어떤 우물을 팔 것이냐를 정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선택을 못했다. 그래서 요즘 나는 주변인들에게 내가 뭘 하면 잘할 수 있는지를 가끔씩 물어보곤 한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내가 사람들과의 대화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을 잘한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관리업무만 해오다 보니 이제는 머리를 쓰는 것보다는 직접 내 몸을 움직여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하지만 펜글씨를 제외하면 딱히 손재주도 그다지 없는 편이다. 요리도 잘 못하고, 남자들이 잘하는 DIY도 영 꽝이다. 브런치에도 글을 주기적으로 올리지만 구독하는 분들도 반응이 없고, 심지어 아내조차도 내 글을 읽지 않은 것을 보면서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강한 확신마저 들기도 한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교토삼굴의 교훈처럼 이것저것 손을 대보면서 내게 맞는 일을 일단 찾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찾기만 하면 '한 우물 파기'는 자연스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요즘 내가 쓰고 있는 글을 보니 생각만 많고, 정리가 안되어서 그런지 의식의 흐름이 맥락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생각만 많고, 정리가 안되니 아마 삶의 방향성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자성해 본다. 조만간 찾게 되면 다시 글을 올리겠다. 혹시 여러분은 삶의 여정에서 교토삼굴 vs 한 우물 파기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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