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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걷기'가 아니에요. '럭킹'입니다

by 이서


나는 걷기를 좋아한다.

회사를 포함해 웬만하면 어디든 걸어서 오간다.

지난 글들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부러 먼 거리를 걷기도 한다.

그럴 때는 세네 시간도 걷는다.


<지난 걷기의 기록들>

•성수동에서 강남역까지 : https://brunch.co.kr/@dontgiveup/514

강남역에서 마로니에공원까지 : https://brunch.co.kr/@dontgiveup/480

한양대에서 강남역까지 : https://brunch.co.kr/@dontgiveup/472

강남역에서 올림픽공원까지 : https://brunch.co.kr/@dontgiveup/467

강남역에서 동묘까지 : https://brunch.co.kr/@dontgiveup/461

강남역에서 여의도까지 : https://brunch.co.kr/@dontgiveup/460

강남역에서 광화문까지 : https://brunch.co.kr/@dontgiveup/459

강남역에서 과천역까지 : https://brunch.co.kr/@dontgiveup/455

강남역에서 판교역까지 : https://brunch.co.kr/@dontgiveup/450


직장인이다 보니 아무래도 가방이 무겁다.

노트북부터 책을 포함해 온갖 짐들이 들어있다.


한여름에는 그렇게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한두 시간 걷다 보면 땀이 뻘뻘 난다.

뙤약볕 아래를 한참 걷다 보면, 가끔 정신이 아득해진다.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걷는다.

나에겐 수련에 가까운 행위다.




그러다 얼마 전 후배가 쓴 글을 봤다.


'럭킹'에 대한 글이었다.


럭킹(Rucking)은 원래 군인들이 훈련이나 작전 중 무거운 군장을 메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데서 유래한 개념. 'Ruck'은 'rucksack'(등 가방)의 약어로, 독일어 Rücken(등) + Sack(자루)에서 온 말이다. 직역하면 '등에 메는 자루'쯤이 되려나. 미국에선 주로 'Backpack'으로 불린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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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피트니스 쪽에서의 럭킹(Rucking)은 '무게가 있는 배낭을 짊어지고 걷는 운동'을 뜻한다. 단순한 걷기보다 체력과 근력을 동시에 단련할 수 있고, 정신적으로는 무게를 감내하며 나아가는 수련의 의미를 지닌다.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서 ‘걷기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결합한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일상 속에서 자신을 단련하고 한계를 시험하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옳거니!


내가 하는 게 '럭킹'이었군.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규율'의 군대 문화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훈련 방식이자 용어가 아닌가.


나는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뭔가 마음이 편해지고, 더욱 정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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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메고 오래 걷는 습관을 '고된 산책'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것을 ‘럭킹(rucking)’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묘한 전율이 일었다.


무심히 해오던 행동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의미와 목적을 두고 실천하는 활동이었다는 점이 반가웠던 걸까. '럭킹'이라는 단어 덕분에 내 걸음에도 이름과 맥락이 생겼다. 허투루 걷는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이 든다.


참 신기하다.

삶의 작은 조각에 지칭하는 언어가 붙는 순간.

행동을 명확한 단어로 ‘정의’하는 것.

고작 그 자체로 생각이 전환된다.


이런 걸 배우거나 깨닫게 되면 기분이 좋다.

아니, 단순히 느낌적인 느낌이 아니다. 뇌가 실제로 반응한다.

새로운 걸 깨달으면 도파민, 엔돌핀, 세로토닌 등이 우리를 '진짜' 행복하게 한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즉 깨달음, 통찰(insight), 혹은 “아하!” 경험을 할 때 뇌에서는 도파민이나 엔돌핀, 세로토닌 등이 분비된다. 뇌의 보상 시스템(측좌핵, 전전두엽, 해마 등)이 활성화되며 도파민이 분비, 쾌감과 함께 '이건 가치 있는 경험이다'라는 신호를 주는 거다.


활자에 중독되어 꾸준히 책을 읽는 것도 이것과 연관이 있겠다.


엔돌핀, 세로토닌 등은 깨달음 후의 평온감과 연결되게 만든다. 세로토닌은 안정감을, 엔도르핀은 일종의 작은 황홀감과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준다.


이런 깨달음의 순간은 실제로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다.

독서도 좋고, 영화나 공연도 좋고, 전시회도 좋고, 명상도 좋다.

나만의 방식을 찾아, 여러분도 깨닫는 삶을 추구하시길.


아무튼.


이제 알았다. 앞으로 내가 하는 건 '럭킹'이다.

(동참자 구합니다. 두세 시간 걷기,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ㅋㅋㅋ)


오늘도 하나 배웠습니다.



이서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회사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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