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A 씨는 밝은 사람이었다.

나는 공범이었습니다 - 외전 마지막

by 김성수

낯선 사람, 익숙한 이름

본편에 나왔던 것처럼, 퇴사 후, 나는 용기를 내어 A 씨에게 연락했다. 그녀와 단둘이 마주 앉아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내가 알던 그 A 씨가 아니었다.

사석에서 만난 A 씨는, 놀라울 만큼 밝고 호기심 많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막힘없이 이끌어갔다. 한때는 블로거로 활동하며 자신의 지식을 나누는 것을 즐겼다는 이야기는, 내가 알던 A 씨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들

그날 우리는, 조직 안에서는 결코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한참 동안 나누었다.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 살고 있는 집의 리모델링 계획, 그리고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새로운 진로에 대한 설렘까지.

'얼마 전 키우던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가서 정신이 없었어요. 아이들이 얼마나 슬퍼하던지, 한 마리의 부재로 집안이 텅 빈 것 같다니까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길고양이 여러 마리를 구조해 '고양이 집사'로 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얼마 전, 그중 한 아이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며 슬퍼하던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그녀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를 보았다.


나는 그녀의 몇 페이지를 읽었을까?

최근 그녀는 일을 그만두고, 아이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충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 편안한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조직 안에 있을 때의 그녀를 떠올렸다.

나는 그녀의 무엇을 안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날 나는 깨달았다. 만나는 장소, 처한 환경, 그리고 관계의 위치에 따라, 한 사람의 모습은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조직이라는 좁은 책장 안에서 내가 보았던 그녀는, 그 사람이라는 존재의 아주 일부, 심지어 가장 어두운 시기의 모습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그녀의 진짜 이야기는, 그 세상 밖에서 비로소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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